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Mar 31. 2023

영화: 킬빌(Kill Bill)

화려한 복수극

복수(復讐)를 소재로 하는 영화가 많지만, 영화 킬빌(Kill Bill)만큼 화려한 복수극도 흔치 않을 것이다. <킬빌>은 2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암살 조직에서 벗어나려는 여주인공이 조직으로부터 처참한 공격을 받았으나 겨우 목숨을 건져 약혼자를 죽이고 자신마저 살해하려 한 옛 암살조직의 동료들을 상대로 복수를 하는 스토리이다. 이 영화는 일본영화인 <수라설희>(修羅雪姬, 슈라유키히메)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에서는 일본적 색채가 물씬 풍긴다. 이 영화는 2003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영화 <수라설희>는 다음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1770354069


미국의 어느 시골 조그만 교회에서 결혼식 예행연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부는 더 브라이드(우마 서먼 분)라는 여성으로서, 그녀는 작은 레코드 가게를 하는 청년과의 행복한 결혼을 앞두고 있다. 교회에는 몇 명의 친지들의 신랑 신부의 결혼식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때 정체 모를 몇 명의 인물들이 교회로 쳐들어와 신랑 신부는 물론 하객들을 살육한다. 브라이드는 임신을 하고 있었다. 뱃속에 아이 만이라도 살려달라고 애원하였지만, 괴한들은 그런 브라이드의 머리에 총을 쏘아 죽인다. 실은 브라이드는 악명 높은 살인청부 조직인 <데들리 바이퍼스>의 멤버였다. 그녀는 조직에서 뛰어난 킬러였으나 이제 평화스러운 삶을 위해 조직에서 발을 씻으려 하였고, 이러한 브라이드의 무단이탈에 옛 동료들이 그녀를 습격하여 응징한 것이었다. 

병원 입원실에서 브라이드가 깨어난다. 머리에 총을 맞아 죽은 줄 알았던 그녀가 몇 년간의 혼수상태 끝에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진 것이다. 정신을 차린 브라이드는 만삭이었던 자신의 배에서 아이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그토록 아이만이라도 살려달라고 애원하였건만 그들은 뱃속의 아이마저 없애버린 것이었다. 심각한 부상으로 브라이드는 다리가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을 폭행하려는 사내를 죽인 후 기어서 병원을 나와, 자신이 죽인 사내의 차에 탄 후 다리의 감각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다리가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병원을 탈출한다. 


이제 브라이드는 복수를 위한 준비를 한다. 그녀는 복수를 위해 검술 수련과 함께 명검을 구하기 위해 일본의 오키나와로 간다. 거기서 그녀는 일본도의 장인(匠人)인 핫토리 한조(服部半蔵)를 찾아간다. 핫토리 한조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도운 이가 닌자(伊賀忍者)의 우두머리인 인물이었는데, 여기서 상징적으로 핫토리 한조라는 이름의 일본도 장인을 등장시킨 것 같다. 여하튼 핫토리 한조로부터 명검을 얻고 검술을 습득한 브라이드는 본격적인 복수에 나선다. 


그녀는 먼저 버니타를 찾아간다. 버니타는 흑인 여성으로서 가정을 가지고 있다. 브라이드가 버니타를 죽이려는 순간, 버니타의 딸이 학교에서 돌아온다. 그 때문에 브라이드는 버니타를 죽일까 잠시 번민하는데, 그 틈을 이용하여 버니타가 브라이드에게 공격해 오고, 브라이드는 반격하여 버니타를 죽임으로써 첫 번째 복수를 한다. 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 복수를 하게 되고, 이때부터 데들리 바이퍼스는 브라이드가 복수에 나섰다는 것을 알게 된다. 

브라이드는 세 번째 복수 대상인 오렌 이시를 죽이기 위해 일본 동경으로 향한다. 오렌 이시는 일본계 미국인으로서, 그녀가 어릴 때 부모가 야쿠자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오렌은 살인기계와 같은 암살자이다. 그녀는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일본의 야쿠자 조직을 통합하여 스스로 야쿠자 연합의 최고 우두머리 자리를 차지한다. 그녀는 자신에게 반감을 가진 야쿠자 두목을 회의장에서 바로 목을 쳐 날릴 만큼 잔인하다. 


큰 일본식 술집에서 오렌은 휘하의 조직원들과 대규모 파티를 한다. 브라이드는 이 파티장을 습격한다. 그녀는 마치 이소룡이 입었던 것과 비슷한 노란 츄리닝 스타일의 옷을 입고, 일본도를 끼고 술집에 들어간다. 이 술집의 싸움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다. 영화에서도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결투 장면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오렌의 부하 야쿠자들은 모두 일본도로 무장하고 브라이드에게 달려온다. 브라이드는 핫토리 한조로부터 받은 명검으로 달려오는 적들을 마치 추풍낙엽같이 처단한다. 사방에서 피가 튀고, 바닥에 떨어진 피는 마치 강물처럼 흐른다. 수십, 아니 수백 명이 브라이드에게 달려들지만 피비린내 나는 결투 끝에 그들은 모두 브라이드의 칼에 의해 처단되었다. 


마지막으로 오렌만이 남았다. 장소는 바뀌어 술집 뒤편의 일본식 정원에서 브라이드와 오렌은 마주 섰다. 피범벅이 되었던 술집 건물 안과는 달리 흰 눈이 간간이 내리고 있는 정원은 너무나 고요하다. 하얗게 눈이 덮힌 정원에서 브라이드와 오렌은 진검승부를 벌인다. 노란 츄리닝을 입은 브라이드와 하얀 기모노를 입은 오렌의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두 고수의 대결이라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른다. 배경음악으로 영화 수라설희의 주제가인 <수라의 꽃>(修羅の花, 슈라노 하나)이 흘러나오는 속에서 오렌은 브라이드의 칼에 의해 쓰러진다. 하얀 눈 위에 오렌의 붉은 피가 뿌려진다.  


영화 킬빌은 TV 영화채널을 통해 아마 수십 번은 방영되었을 것이다. 나도 TV를 통해 감상한 것만도 대여섯 번은 될 것 같다. 주로 일본식 술집 결투장면을 보았는데, 이번에 이렇게 처음부터 다시 감상하니 새로운 느낌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신ㆍ인의의 무덤(新ㆍ仁義の墓)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