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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23. 2021

미국 동부 여행(7)

(2017-06-24) 뉴욕 초고속 관광 후 귀국

새벽 3시 조금 지나 일어났다. 밖에는 세찬 비가 내리고 있다. 완전 폭우이다. 서둘러 짐을 챙겼다. 4시경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옆에 있는 호텔 주차장에서 차를 찾았다. 숙박객은 주차비가 무료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50% 할인이라고 한다. 이틀 치 주차료 160불을 지불하였다.


이른 새벽이라 차가 거의 없다. 먼저 <월스트리트>로 갔다. 호텔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는데, 차로 5분 남짓 걸린 것 같다. 진작 알았으면 전날 밝을 때 와볼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 스트리트는 맨해튼 남부에 위치한 금융가로, 뉴욕 증권거래소, 나스닥과 거대 금융사, 투자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 기업들이 몰려있는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이다. 이곳이 월스트리트란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이곳에 먼저 정착했던 네덜란드 인들이 인디언들과 영국군들을 막기 위해 긴 목재 성책을 세웠던 곳이기 때문이라 한다. 이 목책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지고 없다. 


비가 세차게 내려 차에서 내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차를 느리게 운전하면서 월가를 겉모습만 지나쳐 보았다. 매우 화려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의외로 건물들은 소박하였다. 높은 현대식 건물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말만 듣지 않았으면 그냥 평범한 오피스 가로 생각될 정도이다. 겉모습만 본다면 오히려 우리나라 여의도 증권가가 더 번화해 보인다. 


다음 행선지는 <컬럼비아 대학>이다. 컬럼비아 대학은 센트럴파크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맨해튼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20-30분 정도 자동차를 달리니 나온다. 새벽이라 차가 전혀 막히지 않고, 또 자동차 전용도로라 신호등이 없어서 빨리 도착한 것 같다. 자동차 전용도로인데도 도로는 생각보다 좁고, 구불하며, 포장상태도 좋지 않다. 프린스턴 대학에 도착하니 하늘이 뿌옇게 밝아오고, 빗줄기도 조금 약해진다. 프린스턴 대학은 우리나라 대학과는 느낌이 다르다. 우리나라 대학은 캠퍼스가 담장으로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기는 대학 담장이 없고, 일반 주택과 경계가 분명하지도 않은 것 같다. 어디가 어딘지 잘 알 수 없으므로, 차를 천천히 운전하면서 대학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다음 행선지는 유엔본부이다. 센트럴파크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지나 맨해튼 동쪽 해안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렸다. 이 도로도 여전히 좁고, 구불구불하며, 포장상태도 좋지 않다. 부자도시 뉴욕의 인프라가 왜 이리 취약한지 모르겠다. 한참 달리니 저 멀리 책에서 보든 유엔 본부 빌딩이 보이는데, 그쪽으로 접근하는 길이 만만찮다. 조금 넓은 골목길 같은 곳을 지나니 유엔본부 앞이 나온다. 빗줄기는 여전히 세차다. 차에서 내려 사진만 몇 장 찍고 다시 이동하였다. 


다음 목적지는 롱아일랜드이다. 뉴욕 시민들이 휴양을 즐기는 긴 해변이다. 맨해튼을 벗어나기 위해 다리를 건넜다. <브루클린> 다리이다. 브루클린 다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몇 편 본 적 있는데, 대부분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였다. 그래서 이전에는 브루클린 다리라 하면 “쇠퇴해가는 옛날의 뉴욕을 상징하는 다리”란 선입견을 같고 있었는데, 막상 보니 그게 아니다. 아주 아름답고 좋은 다리라 생각된다. 그동안의 선입견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한 시간 조금 못 걸려 <롱아일랜드> 해변에 도착했다. 비는 많이 잦아들어 아주 가는 보슬비로 변했다. 이 정도면 우산 없이도 충분히 걸어 다닐 만하다. 아주 긴 해변이다. 해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해변은 눈부시게 흰모래이다. 해변 길은 나무로 된 산책로로 되어 있고, 여기서 백사장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군데군데 나있다. 해변 백사장으로 내려가 보았다. 이른 아침이고 비가 오는 데다 해수욕 철이 아니라 그런지 다른 사람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파도가 세차게 치고 있다. 


이제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롱아일랜드에서 공항까지는 한 시간 채 못 걸리는 거리이다. 공항에 도착하여 렌터카에 기름을 채우고 반환하였다. 차를 수령할 때는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반환에는 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는다. 


며칠 동안의 강행군의 여행, 그리고 오늘 새벽 일찍 일어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한 뉴욕 압축 관광으로 피로가 몰려온다. 마침 가지고 있는 크레디트 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공항 라운지가 있다. 한국에서는 라운지를 이용하려면 본인 외에 동반자는 추가로 30불 정도를 지불하여야 하는데, 여기서는 추가 요금 없이 동반자도 입장 허용해준다. 


7박 8일의 빡빡한 일정의 미국 여행이었다.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몇 년 뒤 은퇴하면 한 두 달 정도의 시간 여유를 갖고 미국 국립공원을 순회하는 여행에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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