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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17. 2023

영화: 속 아바시리 번외지(續網走番外地)

강탈한 보석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범죄 로드 무비

이전에 <아바시리 번외지>(網走番外地)라는 영화를 감상하려 했으나 다운로드한 파일이 깨어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영화는 꽤 인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영화의 인기를 업고 속편으로 제작된 영화가 바로 오늘 소개하는 <속 아바시리 번외지>(續網走番外地)이다. 이 영화는 1965년에 제작되었다. 주인공인 다치바나(橘) 역은 야쿠자 영화의 스타 다카쿠라 켄(高倉健)이 맡았다. 


아바시리(網走)는 일본 홋카이도의 북동쪽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이다. 이 도시에는 예전에 교도소가 있었다고 한다. 나는 1995년 2월에 이 아바시리에 가 본 적이 있는데, 바닷가 도시라 도심에서 버스를 타고 잠시면 가면 바닷가가 나온다. 북쪽에 위치한 도시라서 주위의 산과 벌판은 모두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그리고 앞바다는 오호츠크해인데, 그 넓은 바다가 유빙(流氷)으로 하얗게 덮여 있었다. 유빙으로 인해 바닷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유빙은 작은 것은 지름이 1-2미터, 큰 것은 지름이 7-8미터 정도 되는 얼음 조각이다. 이 얼음 조각이 온 바다를 빽빽하게 덮고 있었다. 


홋카이도의 가장 남단에 위치한 도시인 하코다테(函館). 2명의 사내가 은행에 침입하여 금고 안에 보관하고 있던 보석을 탈취하여 도망친다. 목적을 달성하자 둘 사이는 벌어져 한 명의 사내가 동료를 살해하고 보석을 모두 가지고 사라진다. 

하코다테 항 연락선 대합실 근처. 아바시리 형무소에서 갓 출소한 다치바나(橘)는 아우뻘 되는 오츠키와 함께 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간수에 의해 호송 중인 키리가와(桐川)의 모습도 보인다. 다치바나 옆으로 우는 아기를 업고 있는 꾀죄죄한 사내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 뒤로는 노출이 심한 화려한 옷을 입은 대여섯 명의 대여섯 명의 여자들이 온다. 그 여자들은 미치코(路子)가 맏언니로 있는 스트리퍼 악극단 멤버들이다. 아기를 업은 사내는 미치코의 남편으로서, 스트리퍼 악극단의 잡일을 담당하고 있다. 다치바나는 출발하려는 연락선에 오른다. 그 순간 그는 소매치기를 당한다. 소매치기 범인은 유미(由美)라는 젊고 예쁜 아가씨이다.


이야기가 잠깐 옆길로 빠지지만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아오모리-하코다테 연락선에 얽힌 추억을 하나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영화를 제작할 당시에는 아오모리(青森)와 하코다테(函館) 간에 연락선이 운항하고 있었다. 이 연락선을 세이칸(靑函) 연락선이라 하였다. 내가 1995년 홋카이도 여행을 할 때는 연락선 대신 만 오천 톤 정도 되는 페리호가 운항되고 있었는데, 아오모리와 하코다테 사이의 쯔가루 해협(津軽海峡)을 4시간 정도 걸려 건넌 것 같았다. 페리호 안에선 큰 대중탕이 있어 추운 겨울에 얼어붙었던 몸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었다. 이 당시에도 이미 아오모리와 하코다테 사이의 쯔가루 해협 바닷속으로 해저터널이 뚫려 있어서 기차로 바로 홋카이도로 건너 살 수 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사카와 사유리(石川小百合)가 부른 <쯔가루해협 겨울 풍경>(津軽海峡冬景色)이라는 노래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일부러 기차 대신에 배를 이용하여 쯔가루 해협을 건넜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간다. 어젯밤 있었던 하코다테 은행털이 사건으로 인해 승객들에 대한 소지품 검사가 시작된다. 야쿠자 풍의 남자와 함께 승선한 수녀가 한사코 검사를 거부한다. 그러나 경찰의 강력한 요청에 어쩔 수 없이 수녀는 검사에 응하는데, 수녀의 가방 안에는 마리모(해초로 만든 공같이 생긴 장난감)가 여러 개 들어있다. 수녀와 동행한 야쿠자 타입의 남자, 즉 하리모토(張本)는 경찰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이런 과정에서 수녀가 든 가망에서 마리모가 떨어져 흩어진다. 그 가운데 하나가 다치바나의 발아래로 굴러온다. 다치바나는 별생각 없이 그것을 주워 들고 주머니 속에 넣는다. 


알고 보니 다치바나가 주운 마리모 속에는 어젯밤 하코다테 은행에서 도둑맞은 보석이 들어있었다. 이제 이 보석을 둘러싸고 여러 명의 사람들이 서로 얽혀 복잡하게 사건이 전개된다. 연락선은 아오모리(青森)에 도착하고, 다치바나와 그의 아우, 스트리퍼 일행, 호송 중에 있는 키리가와, 소매치기 유미, 그리고 보석을 훔친 하리모토 등이 배에서 내려 흩어지지만, 이들이 동경으로 향하면서 갖가지 사건과 만나면서 일이 복잡하게 전개된다. 

열차 사고로 인해 동북본선(동경-아오모리 간 열차)의 운행이 잠정 중단되자 스트리퍼 일행은 아오모리의 인생좌라는 극장에서 공연을 하게 되며, 다음날은 인생좌라는 극장에서 공연을 한다. 이들의 공연과 뒤섞여 마리모를 찾으려는 자와 가진 자 간의 도망과 추격이 계속된다. 열차 운행이 재개되자 이들은 기차를 타고 남으로 향한다. 이들이 동경을 향하여 오면서 거치는 도시마다 새로운 사건들이 벌어지고, 열차가 역을 거칠 때마다 재미있는 일이 발생을 한다. 어느 때에는 마츠리 행렬에 휩싸이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터키탕에서의 소동도 일어나고, 또 어느 때는 다치바나와 그의 아우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노점에서 수입 여자 속옷을 파는 장사를 하면서 소소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그럼 결말은? 누가 보석을 갖게 될까? 꾀죄죄한 남자, 즉 스트리퍼 악극단 맏언니인 미치코의 남편이 업고 다니는 미치코의 아들은 심각한 병에 걸려있다. 아이가 위독하게 되는데, 미치코는 가진 돈이 없다. 결국 다치바나가 그 보석을 전당포에 맡기고, 그 돈을 아이의 치료비로 쓴다. 


이 영화도 일종의 야쿠자 영화인데, 야쿠자 영화들이 대체로 분위기가 어두운데 비해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밝다. 약간의 코믹성을 곁들인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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