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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10. 2023

영화: 쌍생아 –제미니(双生児 -GEMINI)

쌍둥이 형제의 엇갈린 길이 빚어낸 비극

쌍생아는 한 모체에서 태어난 두 아이, 즉 쌍둥이를 말한다. 영화 <쌍생아-제미니->(双生児 -GEMINI)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태두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가 쓴 단편소설 <쌍생아 –어느 사형수가 교회사에게 털어놓은 이야기>(双生児〜ある死刑囚が教誨師にうちあけた話)를 영화화한 것이다. 교회사(教誨師)란 교도소에서 죄수들을 좋은 길로 이끌기 위해 교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서, 요즘에는 교회사 대신에 ‘교화사’라고 한다. 이 영화는 1999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작가 에도카와 란포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2553484209


때는 20세기 초엽, 의사인 다이도쿠지 유키오(大徳寺雪雄)는 아름답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아내 린과 부모를 모시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유키오는 다이도쿠지의 후계자로서 의사인 아버지의 대를 이어 의원을 경영하고 있는데, 그의 뛰어난 의술로 국가로부터 영예로운 상을 받는 등 명예와 부를 함께 소유하고 있다. 유키오는 어느 강가에서 발가벗고 목욕을 하는 린을 발견하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왔다. 린은 빼어난 미녀로 단숨에 그녀에게 끌린 유키오는 그녀에게 결혼을 신청한다. 그녀는 기억상실증으로 과거를 모두 잊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유키오는 가끔 강에서 발가벗고 목욕을 하였다고 놀리곤 한다. 

어느 비 오는 날 밤 빈민굴에 사는 여자가 의원으로 달려와 자기의 아들이 위독하니 치료해 달라고 애원한다. 이 시기 일본의 빈민굴이란 보통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정도의 참혹한 곳으로써,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인간 대접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유키오는 왕진 준비를 한다. 유키오가 출발하려는 순간 그 도시의 시장이 큰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급히 유키오에게 달려와 달라는 전갈이 왔다. 유키오는 고민을 하다가 시장의 부상을 치료하는 쪽을 택한다. 


이후 다이도쿠지 가문에는 이상한 분위기가 떠돌면서 유키오의 부모가 차례로 세상을 떠난다. 부모의 상을 치른 후 유키오는 어느 날 밤 저택의 뒷마당에서 가벼운 산책을 하고 있다. 그때 누군가가 나타나 유키오를 폐우물에 밀어 빠트리고 만다. 유키오는 졸지에 아무것도 모른 채 우물 속에 떨어졌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폐우물은 물이 말라 익사할 위험은 없다. 유키오는 우물을 기어 올라 가려 하지만 어림도 없다. 


유키오를 밀어트린 인물은 유키오와 꼭 닮았다. 그는 유키오를 우물에 빠트린 후 자신이 유키오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는 밤이 되면 식은 밥을 가져와 우물 속으로 던져준다. 우물에 빠진 유키오는 자신을 우물 속에 빠트린 인물이 자신과 꼭 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놀란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그가 린의 남편 역할을 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질투심이다. 

유키오를 밀어 넣은 사람은 빈민굴에 살던 스테키치(捨吉)라는 젊은 남자였다. 그는 갓낫아기 시절 강보에 싸인채 강을 따라 떠내려 오던 것을 빈민굴에 사는 승려가 구해낸 후 그에게 ‘버린 자식’이란 뜻을 가진 스테키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는 실은 유키오와 쌍둥이 형제로서, 유키오의 어머니가 쌍둥이를 낳자 다리에 심한 흉터가 있는 아이를 불길하다고 하여 강물에 버린 것이었다. 


빈민굴에서 자란 스테키치는 함께 빈민굴에서 자란 여자 아이 린을 사랑하였다. 스테키치와 린은 서로 사랑하며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스테키치가 다툼 끝에 자기를 주워 기른 양아버지인 승려를 죽이고 도피하게 되었다. 린과 만나기로 하였으나 약속이 엇갈려 만남도 무산되었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빈민굴 생활에다 사랑하는 스테키치마저 잃은 린은 자살을 위해 강물로 들어가다가 유키오를 만난 것이었다. 유키오와 스테키치는 쌍둥이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비슷하다. 스테키치가 사랑했던 린을 보고, 유키오도 단박 사랑을 느낀다. 그리하여 유키오는 린과 결혼하게 되고, 린은 기억상실증으로 아무것도 기억 못 한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다. 린은 느낌으로 지금의 남편이 유키오가 아니라 스테키치가 아닐까 의심을 한다. 남편에게 당신은 유키오가 아니라 스테키치가 틀림없다고 말하지만, 스테키치는 이를 부인한다. 

매일 저녁밥을 던져주려 오는 스테키치는 이런 이야기를 유키오에게 담담하게 들려준다. 우물에 떨어진 유키오는 거의 발광상태에 다다랐다. 스테키치로서도 유키오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러던 어느 날 스테키치는 우물 안으로 식칼을 던져 넣는다. 운이 나쁘면 죽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살 것이라 하면서. 그리고 다음날 스테키치는 다시 밥을 들고 우물가로 온다. 우물 안으로 말을 걸어보지만 대답이 없다.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덮쳐 싸움이 벌어진다. 바로 우물을 탈출한 유키오였다. 그는 스테키치가 던진 칼을 이용하여 우물을 기어올라 온 것이다. 


살아 돌아온 유키오는 린과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이제 드디어 행복을 다시 찾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경멸하고 기피하여 왔던 빈밀굴로의 왕진도 서슴없이 가는 진정한 의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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