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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29. 2023

영화: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

초고층 빌딩에서 발생한 화재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의 고전

1970년대에는 재난영화가 많이 제작되었던 것 같다. 이 시기에 제작된 재난영화로서 명작을 꼽으라면 여객선 침몰을 다룬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빌딩 화재를 주제로 한 <타워링>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은 1974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미국의 어느 도시, 세계 최고의 초호화 고층빌딩이 완성되었다. 곧 준공식이 준비되고 이어지는 준공 파티에는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초대될 예정이다. 건축가인 로버트(폴 뉴먼 분)는 이 건물을 설계하였다. 로버트는 준공식에 앞서 가볍게 빌딩 전체를 돌아다니며 시설들을 점검하고 있다. 그러다가 그는 전기 배선을 둘러보는 순간 깜짝 놀란다. 자신이 설계한 것보다 품질이 낮은 배선이 사용된 것이다. 


로버트는 크게 화를 내면서 빌딩의 사장에게 규격이 낮은 전선을 사용했다고 질책하면서 화재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 빌딩의 공사에 있어서 자재의 구입은 사장의 사위가 담당하였다. 그는 건축비를 빼돌리기 위해 낮은 규격의 전선을 사용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장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장 역시 자신의 사위에게 건축비를 줄이라고 여러 차례 지시하였던 것이다. 로버트는 사장의 사위에게 야단치지만 그는 도리어 법에서 정한 규격에 맞는 전선을 사용하였다고 항변한다. 그렇지만 로버트는 이 빌딩이 워낙 많은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건축법에서 허용하는 전선이라 해도 안전한 것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설계도에서 건축법의 규격보다 훨씬 강한 전선을 사용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드디어 화려한 준공식 파티가 시작되었다. 정치가, 기업인, 연예인 등 이 도시의 유명 인사들은 모두 이 파티에 참석하였다. 파티가 한창 무르익어 갈 무렵 높은 전압을 견디지 못한 전선에서 불이 붙기 시작한다. 삽시간에 번진 불로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고층 파티장에 갇혀 버렸다. 화재 초기에 작동하던 엘리베이터도 멈춰버렸다. 비상계단은 거대한 굴뚝이 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소방관들이 대거 출동하지만 거대한 빌딩 화재에 대해 일반적인 소방장비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소방대장인 마이클((스티브 맥퀸 분)은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불길을 잡기 위해 애를 쓰지만 불길은 잡히지 않는다. 


최고층에 있는 파티장에서 사람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여러 수단이 강구된다. 외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도 하고, 또 헬리콥터로 사람을 대피시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온갖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비친다. 사람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희생적으로 뛰어다니는 사람, 죽음 앞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차례를 지키면서 탈출에 협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혼자 살려고 발버둥 치며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트리는 자도 나온다. 화재의 책임이 있는 사장의 사위가 전형적인 그런 넘이다. 그는 자신 혼자 살려고 온갖 염치없는 짓을 하다가는 결국은 죽고 만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다 사용해 보았지만 결국은 안된다. 이때 로버트는 마지막 아이디어를 낸다. 빌딩의 옥상 위에 있는 물탱크를 폭파시켜 그 물로서 불을 끄자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클은 그럴 경우 빌딩 전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로버트는 이 방법 외에는 더 이상 방법이 없으므로 마지막 수단으로 이 방법을 사용하자고 강력히 주장한다. 마침내 로버트의 주장대로 물탱크를 폭파시킨다. 물탱크에 들어있던 수만 톤의 물이 한꺼번에 물이 빌딩을 덮치면서 불은 드디어 진화된다. 이 과정에서 소방대장 마이클은 목숨을 잃는다. 


인간 문명의 발전을 상징하였던 화려하였던 최신 고층빌딩은 이제 화제로 검은 콘크리트 덩어리로 남았다. 영화는 끝없는 인간의 욕망과 허영이 이런 참화를 불러왔다는 멘트를 보내며 끝을 맺는다. 


그런데 나는 마지막 멘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빌딩 화재라는 대참사는 인간의 욕망과 허영이 불러온 참화가 아니라 설계자가 지시한 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불량자재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였다. 만약 제대로 된 전선을 사용했다면 이 빌딩은 도시의 상징물로서 그 찬란한 위용을 두고두고 발휘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설계자인 로버트가 빌딩 공사 중에는 배선을 점검하지 않다가 건물이 다 완성되어 준공 파티가 열리는 날 새삼 스러이 전기배선을 점검하는 것도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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