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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양귀비

당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끈 경국지색(傾國之色)

by 이재형

한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끈 미녀에 관한 이야기는 동서양의 역사를 막론하고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 여자를 우리는 경국지색(傾國之色), 즉 “나라를 기울게 한 미녀”라 말한다. 서양에서는 저 멀리 트로이를 멸망의 길로 이끈 헬렌이 있으며, 동양에서는 중국의 은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끈 달기(妲己)나 월나라 멸망의 원인이 된 서시(西施)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국지색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당 현종의 비인 양귀비일 것이다. 양귀비 즉 양옥환은 애초에는 현종의 아들인 수왕의 후궁이었으나 현종이 그 미색에 빠져 아들의 후궁을 가로챈 것이다.


현종이 양귀비에게 빠져 국정이 문란해지자 사방에서 도적이 들끓었고, 이를 평정하고자 현종은 장군 안녹산을 중용하였으나, 안녹산은 오히려 난을 일으켜 당 조정을 위태롭게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문학이나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어 그동안 양귀비와 관련한 많은 소설과 영화가 나왔다. 이렇게 양귀비가 우리나라가 아닌 이웃 중국의 역사에 나오는 인물이지만, 그 극적인 삶으로 인하여 우리나라에서도 그녀에 대한 영화가 몇 차례 제작되었다.


1960년대 초 느닷없이 우리나라 영화계에 양귀비 열풍이 불었다. 1961년 김지미를 주인공으로 한 <양귀비>와 도금봉이 주인공이 된 <천하일색 양귀비>가 거의 동시에 제작된 것이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흥행에는 실패하였다. 이러한 실패를 딛고 1985년에 다시 오늘 소개하는 영화 <양귀비>(楊貴妃)가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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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현종은 아들인 수왕의 처 양옥환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반한다. 그리고 양옥환을 아들로부터 빼앗아 자신의 후궁으로 삼고 귀비라는 지위를 내려준다. 현종의 후궁이 된 양옥환은 현종이 자신 외에도 다른 후궁인 매비를 총애하자 이에 질투를 느껴 양 씨 일가를 궁으로 불러들여 자신의 세력을 확장시키고 현종의 총애를 독차지하려 한다.


오랑캐들이 당나라 국경을 침범하는 일이 잦아지자 현종은 오랑캐 출신의 장수 안녹산을 중용한다. 오랑캐 평정을 위해 안녹산을 출병시키기 전 현종은 안녹산을 궁궐로 불러들여 성대한 연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양옥환, 즉 양귀비를 처음 본 안녹산은 금방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양귀비를 쳐다보는 안녹산의 눈길이 심상찮은 것을 느끼고 현종은 왜 그러느냐고 묻자, 안녹산은 양귀비를 보니 자신의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얼버무리고는 양귀비를 자신의 양모로 삼겠다는 허락을 받아낸다.


세력을 잡고 있던 양 씨 일가는 안녹산의 군사력에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양 씨 일가는 안녹산을 제거하려 하자, 양 씨 일가와 안녹산 사이에 싸움이 일어난다. 현종은 양 씨 일가로부터 이를 안녹산의 반란으로 보고 받고 이를 진압할 군대를 출병시킨다. 그러나 현종의 군대는 안녹산에게 대패하고 현종은 도망을 친다. 안녹산은 궁궐을 점령하여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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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길에 오른 현종에 대해 백성들의 원성은 대단하다. 이 모든 국정의 난맥과 나라의 어지러움이 모두 현종이 양귀비에 빠진 탓이라 하여 양귀비를 모든 잘못의 출발이라 욕을 한다. 자신의 지위에 위협을 느낀 현종은 백성들을 무마하기 위해 백성들의 원성의 대상인 양 씨 일가와 양귀비를 죽도록 한다.


사실 경국지색이라 하여 나라가 기울어진 원인을 여자의 미색에서 찾지만 사실이 그런지는 의심스럽다. 실제 책임은 국정을 문란하게 만든 위정자, 즉 황제나 왕의 잘못이 크다. 경국지색이라 규탄받는 여자 입장에서는 사실 그녀들이 잘못한 것은 그다지 없다. 예쁜 것 자체가 무슨 죄인가? 모두 그 미색에 빠져 나라를 혼란에 이끈 위정자의 잘못이리라. 잘못에 대한 책임을 엉뚱한 사람에게 덮어 씌우는 프레임이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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