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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12. 2023

영화: 양귀비

당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끈 경국지색(傾國之色)

한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끈 미녀에 관한 이야기는 동서양의 역사를 막론하고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 여자를 우리는 경국지색(傾國之色), 즉 “나라를 기울게 한 미녀”라 말한다. 서양에서는 저 멀리 트로이를 멸망의 길로 이끈 헬렌이 있으며, 동양에서는 중국의 은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끈 달기(妲己)나 월나라 멸망의 원인이 된 서시(西施)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국지색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당 현종의 비인 양귀비일 것이다. 양귀비 즉 양옥환은 애초에는 현종의 아들인 수왕의 후궁이었으나 현종이 그 미색에 빠져 아들의 후궁을 가로챈 것이다. 


현종이 양귀비에게 빠져 국정이 문란해지자 사방에서 도적이 들끓었고, 이를 평정하고자 현종은 장군 안녹산을 중용하였으나, 안녹산은 오히려 난을 일으켜 당 조정을 위태롭게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문학이나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어 그동안 양귀비와 관련한 많은 소설과 영화가 나왔다. 이렇게 양귀비가 우리나라가 아닌 이웃 중국의 역사에 나오는 인물이지만, 그 극적인 삶으로 인하여 우리나라에서도 그녀에 대한 영화가 몇 차례 제작되었다. 


1960년대 초 느닷없이 우리나라 영화계에 양귀비 열풍이 불었다. 1961년 김지미를 주인공으로 한 <양귀비>와 도금봉이 주인공이 된 <천하일색 양귀비>가 거의 동시에 제작된 것이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흥행에는 실패하였다. 이러한 실패를 딛고 1985년에 다시 오늘 소개하는 영화 <양귀비>(楊貴妃)가 제작되었다. 

당 현종은 아들인 수왕의 처 양옥환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반한다. 그리고 양옥환을 아들로부터 빼앗아 자신의 후궁으로 삼고 귀비라는 지위를 내려준다. 현종의 후궁이 된 양옥환은 현종이 자신 외에도 다른 후궁인 매비를 총애하자 이에 질투를 느껴 양 씨 일가를 궁으로 불러들여 자신의 세력을 확장시키고 현종의 총애를 독차지하려 한다. 


오랑캐들이 당나라 국경을 침범하는 일이 잦아지자 현종은 오랑캐 출신의 장수 안녹산을 중용한다. 오랑캐 평정을 위해 안녹산을 출병시키기 전 현종은 안녹산을 궁궐로 불러들여 성대한 연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양옥환, 즉 양귀비를 처음 본 안녹산은 금방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양귀비를 쳐다보는 안녹산의 눈길이 심상찮은 것을 느끼고 현종은 왜 그러느냐고 묻자, 안녹산은 양귀비를 보니 자신의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얼버무리고는 양귀비를 자신의 양모로 삼겠다는 허락을 받아낸다. 


세력을 잡고 있던 양 씨 일가는 안녹산의 군사력에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양 씨 일가는 안녹산을 제거하려 하자, 양 씨 일가와 안녹산 사이에 싸움이 일어난다. 현종은 양 씨 일가로부터 이를 안녹산의 반란으로 보고 받고 이를 진압할 군대를 출병시킨다. 그러나 현종의 군대는 안녹산에게 대패하고 현종은 도망을 친다. 안녹산은 궁궐을 점령하여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피난길에 오른 현종에 대해 백성들의 원성은 대단하다. 이 모든 국정의 난맥과 나라의 어지러움이 모두 현종이 양귀비에 빠진 탓이라 하여 양귀비를 모든 잘못의 출발이라 욕을 한다. 자신의 지위에 위협을 느낀 현종은 백성들을 무마하기 위해 백성들의 원성의 대상인 양 씨 일가와 양귀비를 죽도록 한다. 


사실 경국지색이라 하여 나라가 기울어진 원인을 여자의 미색에서 찾지만 사실이 그런지는 의심스럽다. 실제 책임은 국정을 문란하게 만든 위정자, 즉 황제나 왕의 잘못이 크다. 경국지색이라 규탄받는 여자 입장에서는 사실 그녀들이 잘못한 것은 그다지 없다. 예쁜 것 자체가 무슨 죄인가? 모두 그 미색에 빠져 나라를 혼란에 이끈 위정자의 잘못이리라. 잘못에 대한 책임을 엉뚱한 사람에게 덮어 씌우는 프레임이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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