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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13. 2023

영화: 그들만의 리그

2차 대전 중에 탄생한 여자 프로야구 리그 이야기

스포츠 가운데 여자들과 가장 거리가 먼 종목은 야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에 와서 배구, 농구, 탁구 등과 같은 구기는 물론 심지어는 복싱, 격투기까지 여자들이 참여하지 않은 스포츠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유독 야구만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간혹 외국에서 여자 야구 선수가 등장했다거나, 동호인 야구에서 여자 야구팀이 만들어졌다는 뉴스를 가끔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여자들이 본격적으로 야구를 하는 것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야구란 운동은 신체적으로 여자에게는 불가능한 스포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언젠가 TV에서 여자 스포츠 선수들이 야구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남자라면 중학생 정도만 되면 50미터 정도는 가볍게 공을 던진다. 나도 나이가 들었지만 힘껏 공을 던진다면 60미터 정도는 던질 수 있다. 그런데 나보다 근력이 몇 배가 강할 여자 스포츠 선수들이 야구공을 기껏해야 20-30미터 정도밖에 던지지 못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이러다 보니 여자들이 야구를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데 여자 야구팀, 그것도 보통 야구팀이 아닌 프로야구팀, 여자 프로야구 리그가 있었다는 것을 아시는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많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군에 입대하였기 때문에 리그의 유지가 어려워 결국 리그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그 대신 야구에 목마른 팬들을 위해 생각해 낸 것이 여자 프로야구였다. 이 여자프로야구는 1943년에서 1954년까지 약 8년간 존속하였다. 현재는 미국에 여자프로야구가 없으며, 일본에서는 십여 년 전 여자 프로야구가 출범하였으나, 지금도 존속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는 미국 여자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로서, 1992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당시 남녀 차별이 심하였던 시기에 자신의 인생의 꿈을 실현시키려고 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1943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은 차례차례 군에 입대하여 메이저 리그의 운영이 위기에 빠졌다. 오레곤 주의 시골마을에 사는 소프트볼 리그 선수인 도티 힌슨과 키트 케러 자매에게 어느 날 프로야구 스카우트 맨이 찾아와 곧 발족할 전미 여자프로야구 리그에 참가할 의향이 없는지 묻는다. 도티는 남편이 전장에 나가 있어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동생 키트에게 설득 당해 리그에 참가하기로 한다.    


도티와 키티는 야구팀이 있는 시카고로 갔다. 이곳에서는 프로야구 입단 테스트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전 미국에서 모든 1,000명의 여자 프로야구 지방생 가운데 64명의 선수가 선발되어 4개의 팀에 배분되었다. 도티와 키치는 록포드 피치스 팀에 배속되었다. 댄서 출신의 메이(마돈나 분), 얼굴은 비록 못생겼지만 강타자인 마라,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에브린 등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피치스 팀을 이끌게 된 사람은 전 메이저리그 강타자였지만 부상으로 은퇴하고 지금은 술독에 빠져있는 지미 두건(톰 행크스)이었다. 처음에는 여자야구 따위라며 코웃음 치던 지미도 도티를 비롯한 선수들의 활력 넘치는 플레이로 여자야구의 인기가 높아지자, 술도 끊고 진지하게 팀을 지도하기 시작한다. 

팀 전체가 하나의 마음으로 결속되었다고 생각한 어느 날 투수 교체에 따른 트러블이 발생해 도티와 다툰 키트가 팀을 뛰쳐나가 피치스의 라이벌 팀인 라신 벨즈로 트레이드로 자리를 옮겨 자매 간에 사이가 벌어졌다. 그 무렵 도티의 남편이 전장에서 돌아왔다. 도티는 남편과 함께 지내기 위해 팀을 떠난다. 곧 정규리그가 끝나고 여자 프로야구 월드 시리즈가 개최되었다. 결승에 오른 팀은 피치스와 벨즈였다. 도티의 공백으로 피치스는 초반 벨즈에게 패배하나, 이후 만회하여 드디어 3:3이 되어 마지막 게임에서 리그 우승을 결정짓게 되었다. 


피치스가 우승을 향한 결정적인 한 경기를 남겨 놓자 도티는 다시 팀을 찾아와 시합에 참가한다. 마지막까지 팽팽하던 시합은 키트의 활약으로 벨스가 이기게 되고, 이로서 벨스의 월드 시리즈 우승이 확정된다. 이 시합을 끝으로 도티는 가정으로 돌아간다. 


기간은 흘러 1988년, 뉴욕주 쿠퍼스 타운에 있는 야구의 전당에 여자 프로야구가 들어가는 축하 파티가 열린다. 이곳에는 옛 선수들이 모두 모여들며, 도티도 그리운 피치스의 동료 선수들과 만나 기쁨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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