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과 협력하여 일본군과 싸우는 여자 마적 두목
영화 <여마적>(女馬賊)은 만주를 무대로 여자 대장이 이끄는 마적단과 조선 독립군이 서로 협력하여 일본군을 쳐부순다는 내용의 영화로서, 1968년에 제작되었다. 1960년대에는 만주를 무대로 한 독립군의 활약을 그린 영화들이 꽤 제작되었던 것 같다. 그 가운데는 영화 <놈, 놈, 놈>처럼 코리언 웨스턴 영화도 몇 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때는 1930년대 초, 아란은 북경대학에 다니는 여대생이나, 만주 태고촌에 사는 아버지로부터 고향으로 내려오라는 통지를 받는다. 열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던 중 일본군의 검문검색 강화로 아란은 위기에 처한다. 이때 어떤 사내(신영균)가 나타나 아란을 구해준다.
아란의 아버지는 태고촌의 촌장이자, 이곳을 근거지로 하는 마적단의 두목이다. 보통 마적들이 가난한 백성들을 약탈하는데 비하여 아란의 아버지는 일본군을 공격하여 무기나 재물을 탈취한다. 아란은 고향으로 내려와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진 않는다.
어느 날 아란의 아버지의 옛 친구가 찾아와 아란의 아버지인 마적단 두목에게 일본군과 협력하면 고생스럽게 살지 않아도 된다며 서로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아란의 아버지는 이를 거절한다. 이때 조선 독립군의 사자라는 사람이 나타나 조선인 마을이 일본군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한다. 그 사람은 바로 지난번 아란을 구해주었던 사람이었다. 아란의 아버지는 부하 마적단을 이끌고 조선 독립군과 협력하여 일본군을 치기 위해 출동한다.
마을 장정들이 마적으로 모두 출정하여 텅 빈 마을에 일본군들이 들어온다. 이들은 아란을 납치하여 겁탈한 후 그녀를 죽이려 한다. 아란은 간신히 위기를 넘기고 마을로 돌아오니 출동하였던 아버지도 일본군과의 싸움에서 큰 부상을 당하고 돌아왔다. 그는 아란을 자기의 후계자로 지명하고 죽고 만다. 이렇게 하여 아란은 마적단의 두목이 되었다. 일본군에게 아버지를 잃은 데다가 자신마저 겁탈당한 아란은 일본군에 대한 원한이 사무쳐 일본군에 대해 무차별 공격한다. 이제 그녀는 일본군을 떨게 하는 여마적 대장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란은 지난번에 만났던 기차에서 자신을 구해주었던 사람이 이끄는 독립군을 만나게 되었고, 이제 서로 협력하여 일본군과 싸우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마적단의 간부인 노철(최불암 분)은 독립군과의 협력이 영 못마땅하다. 게다가 그는 은근히 아란을 사모하고 있는데, 아란이 독립군 대장과 가까운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이때 대학에서 아란과 사귀면서 결혼을 약속했던 재천이 나타나는데, 그는 바로 독립군 대장의 동생이다.
노철은 이들 형제를 이간질시켜 재천이 일본군과 내통하도록 한다. 독립군은 일본군 군대를 기습하는데, 이 계획은 재천에 의해 이미 일본군에게 흘러들어 갔다. 일본군의 함정에 빠진 독립군은 큰 위기에 처하나, 이때 아란이 이끄는 마적단이 독립군을 구하러 온다. 독립군과 마적단 연합군은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도 겨우 일본군을 물리친다. 독립군 대장은 자신과 독립군을 배신한 자신의 동생 재천을 처단하려 하나, 아란은 자신의 약혼자를 구하기 위해 독립군 대장에게 총을 겨운다. 그러자 재천은 아란에게 총을 쏘며, 아란이 쓰러지자 자신에게 스스로 총을 쏘아 자결한다.
독립군 대장은 마적들에게 재천을 아란 곁에 묻어달라 부탁하고 홀로 길을 떠난다.
마적들이 독립군과 협력하여 일본군과 싸운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이야기이지만, 영화이니까 그런 건 너무 따지지 말자. 이 영화에서는 젊은 시절의 최불암을 만날 수 있었다. 최불암이라면 항상 인자한 할아버지로 출연하는, 그야말로 착하기 그지없는 역만을 맡지만, 이 영화에서는 악당인 노철로 출연하였다. 최불암의 악역도 그런대로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