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농락한 외국인에 대한 복수
요즘은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들이 워낙 많아 우리 국민들도 외국인들에게 상당히 익숙해졌으나, 1980년대만 하더라도 그렇지 못하였다. 당시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의 없었으므로 외국인이라 하면 대개 서양인이거나 아니면 일본인 정도였다. 특히 서양인들은 서울의 이태원 거리에 많이 몰려 있었는데, 이 당시만 하더라도 서양을 동경하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많아 외국인이 우리 여성들을 농락하거나 혹은 우리 여성들을 상대로 범죄 사건도 종종 발생하여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하였다.
영화 여왕벌은 이태원을 배경으로 서양인들과 사귀는 여성들의 실태와 이를 악용하여 한국 여성들을 농락하는 서양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같은 제목의 장편 르포 소설을 영화화한 것인데, 1986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가 반미감정을 자극한다 하여 감독이 여러 차례 정보기관에 불려 가고, 검열을 통과 못해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내용 중 많은 부분을 삭제하고 겨우 검열을 통과하여 상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참 웃고픈 시대의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었다.
미희(이혜영 분)는 이태원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이니 영어 교사와 사랑에 빠진다. 미희는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였지만, 그는 한순간의 쾌락을 위해 미희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결국 미희는 그 미국인에게 버림을 받고 이후 외국인에 대해 강한 배신감을 갖는다. 미희는 이태원에서 외국인 남성을 만나 유혹하여 즐긴 후 그를 차버리는 생활을 계속한다.
미희에게는 정희(조용원 분)이란 여동생이 있다. 미희는 정희에게 절대로 외국인들과 사귀지 말라고 하지만 정희는 언니 말을 듣지 않고, 미국인 사진작가와 사귀게 된다. 어느 날 미희는 우연히 정희가 미국인과 데이트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 상대가 여성 사냥꾼인 스티브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희는 정희에게 사실을 말하고 당장 스티브와 헤어지라고 말하지만, 정희는 오히려 미희의 문란한 생활을 질책하며 스티브와 헤어지기를 거부한다. 고집을 부리던 정희는 결국 스티브와 그 친구들에게 윤간을 당하고 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희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그녀는 스티브를 유혹하며 정사를 가지며 그 도중에 스티브를 죽여버리고 만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정희는 그동안의 자신의 생활에 대한 회한과 함께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만다.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조용원은 1980년대 중반 청순한 이미지로 영화계에 데뷔하였다. 그녀는 몇 편의 영화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 주었는데, 얼마가지 못해 큰 교통사고를 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교통사고 이후 한동안 영화계를 은퇴한 후 다시 영화계에 등장하였으나, 이전과 같은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였다. 영화 <여왕벌>에서는 청순한 모습의 조용원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녀가 맡은 역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