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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12. 2023

영화: 포탄의 섬광(Blessed by Fire)

전쟁에서 독재정권의 방패막이가 되어 황폐화되어 가는 아르헨티나 청년

<포클랜드 전쟁>은 1982년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었다. 먼저 이 전쟁에 대해 알아보자. 


포클랜드는 아르헨티나 동쪽 남대서양 상에 있는 군도로서, 동포클랜드와 서포클랜드 섬을 비롯한 약 200여 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포클랜드는 아르헨티나로부터는 480킬로미터, 영국으로부터는 무려 12,0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 위치상으로 볼 때는 아르헨티나의 영토로 보인다. 그러나 이 섬은 영국이 최초로 발견한 이후 자신의 속령으로 삼았다. 위치상으로 보면 아르헨티나 근처에 있는 섬을 멀고 먼 영국에서 옛날 제국주의 시절 자신들이 발견하여 지배해 왔다고 하여 자신들의 영토로 삼는다는 것은 제국주의의 잔재로도 보인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보기도 어렵다. 이 섬에는 약 1만 명이 조금 넘는 주민들이 살고 있었는데, 대다수의 주민들이 군부독재 하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국민이 되기보다 영국의 국민이 되는 것을 원했다. 


1980년 당시 아르헨티나는 장기간에 걸친 군부독재가 이어졌다. 군부독재 정권의 수장인 호르헤 비델라 대통령은 국민들에 대해 테러, 조직적 고문, 강제실종, 학살 등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고 있었는데, 이러한 독재정권의 만행은 소위 “더러운 전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더러운 전쟁으로 인하여 수만 명의 무고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학살 또는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혹독한 독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아지고, 아르헨티나 내부로부터의 불만이 쌓여 가자 비델라 대통령은 이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하여 포클랜드에 군사를 진주시켜 강제 점령하게 된 것이다. 이에 영국은 아르헨티나 군의 퇴각을 요구하였으나, 아르헨티나 측에서 이를 거부하자 출병을 하여 전쟁이 발발하게 된 것이다. 

포클랜드 섬과 영국군의 이동 루트
"더러운 전쟁"과 독재정권 퇴진 후의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눈물

사실 이 시기 영국도 경제가 극도로 나빠져 전쟁을 수행할 형편이 못되었다. 그러나 대처 총리의 강경한 태도로 영국은 전쟁을 결정하고 약 1만 명의 군사와 항공기, 항공모함 등 전쟁자원을 동원하였다. 미국도 처음에는 전쟁을 만류하고 중립적 입장을 취했으나, 결국은 혈맹인 영국을 지원하였다. 서방측은 대개 영국을 지원하였으며, 남미 여러 나라들은 대개 아르헨티나를 지원하였다. 이 전쟁은 불과 2달 만에 아르헨티나가 항복함으로써 종료되었다. 


아르헨티나 독재정권은 전쟁에서 항복한 후 국민들을 상대로는 아르헨티나가 승리하였다고 거짓 선전하였다. 언론이 철저한 정권의 통제하에 있어서 대부분의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정부 말대로 정말 자신들이 승리한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그해 개최된 스페인 월드컵에 참가한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선수들이 월드컵 참가 중에 아르헨티나가 항복한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들이 귀국하자 그 진실이 국민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결국 이 일은 군부독재 정권의 막을 내리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 군은 정말 오합지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겁을 먹고 영국군에게 항복하고나 무기를 버리고 도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어떤 전투에서는 약 1천 명의 아르헨티나 군이 지키는 기지에 약 1개 중대 영국군이 공격을 해오자 아르헨티나 군은 싸우기도 전에 모두 그 자리에서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고도 한다. 


영화 <포탄의 섬광>(Blessed by Fire)은 포클랜드 전쟁을 소재로 2005년 아르헨티나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 군의 영웅적 전투를 보여주거나 지리멸렬한 아르헨티나 군을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전쟁에 돌입한 군부 독재정권과 군지휘부의 무능 속에서 진정으로 조국을 사랑하는 병사들이 어떻게 희생되어 갔는가를 한 참전 병사의 눈으로 고발하는 영화이다.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정권에 대한 아르헨티나 내부의 불만이 고조된다. 이러한 때 아르헨티나는 포클랜드 섬을 강제 점령하며, 이에 대응하여 영국이  군대를 파견함으로써 포클랜드 전쟁이 발발한다. 병사 에스테반은 군의 명령에 따라 포클랜드 섬에 배치된다. 이제 겨울로 접어드는 남반부의 날씨는 진눈깨비가 뿌리며 땅은 비와 눈발에 젖어 온통 흙탕물이다. 이런 곳에 참호를 파고 병사들은 흙탕물에 젖은 채 전투를 기다린다. 


소대장에게 열악한 환경을 호소하지만 소대장을 비롯한 군 간부들은 그런 병사들의 불만에는 아랑곳없다. 자신들은 따뜻한 곳에서 지내면서 병사들에게는 그 참담한 참호 속에서의 일상을 견디라 한다. 그리고는 전쟁이 끝나면 병사들은 모두 복귀하여 영웅대접을 받을 것이라며 달콤한 말로 달랜다. 군 간부의 명령에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면 거침없는 응징이 가해진다. 

영국군이 상륙하였지만 영국군과는 전투가 없다. 아르헨티나 사병들이 싸우는 상대는 영국군 이 아니라 추위와 물에 젖은 참호와 동상이다. 이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전쟁 영화이면서도 전투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참혹한 상황에서 날짜가 지나가면서 드디어 영국군의 공격이 시작된다. 병사들은 마음을 다잡고 전투에 응할 자세를 취하지만 어이없게도 아르헨티나 지휘관은 항복해 버린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복귀하여 집으로 돌아오지만 지휘관들이 약속한 영웅 대접은 어디에도 없다. 그들은 패잔병으로서 사회의 눈총을 받으며 돌아왔다. 그리고 포클랜드 섬에서 있었던 그 참혹한 기억들이 트라우마가 되어 에스테반을 괴롭힌다. 


이 영화는 독재정권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하여 벌인 전쟁에 동원된 병사들이 겪은 희생과 정신적 황폐함을 고발하는 영화이다. 독재정권이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얼마나 국민들을 속이며 괴롭히며 국민들을 황폐화시키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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