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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28. 2023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학도병들의 기록

한국전쟁에 있어서 인천상륙작전은 전황을 일시에 역전시킨 중요한 작전이었다. 북한군의 공세에 밀려 낙동강 전선에까지 후퇴하였던 우리 군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일시에 우위를 점하고 반격에 나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천상륙작전으로 허리가 끊긴 북한군은 보급의 차질로 더 이상 공격할 힘을 잃고 말았다. 이렇게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전황을 순식간에 역전시킨 에 있어 결정적인 작전이었던 만큼 이 작전과 관련한 많은 숨은 에피소드가 있다. 


인천상륙작전이 극히 어려웠던 작전이었던 만큼 이를 성공시키기 위하여 우리 군은 적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양동작전을 펼쳤다.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는 <결사대작전>이나 <아벤고 공수군단>도 모두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양동작전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도 역시 인천상륙작전을 위한 양동작전의 하나로 수행된 작전이었는데,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2019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가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는 잘 모르겠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778378954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568852240


국군은 유엔군의 요청을 받아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한 양동 작전의 하나로서 장사리 상륙작전을 계획한다. 장사리는 동해안 영덕 지역에 있는 마을이다. 장사리 상륙작전은 실제로 어떤 작전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군의 시선을 이쪽으로 돌리기만 한다면 작전은 성공한다. 그러므로 이 작전에 투입된 병력은 전투를 벌여 탈환할 목표는 없다. 그저 적과 총격전을 벌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한 작전인 만큼 이 작전에 투입된 병력은 전투에서 패배가 이미 결정되어 있는 셈이다. 그들은 질 수밖에 없는, 그리고 지기로 계획되어 있는 전투에 투입된 것이다. 

이명준 대위(김명민 분)가 이끄는 장사리 상륙부대는 문산호를 타고 거친 밤바다를 헤치며 영덕 지역으로 향한다. 이 배에 타고 있는 상륙부대는 국군이나 유엔군 정규군이 아니다. 모두가 전투경험이라고는 거의 없고,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학도병들이다. 그들의 평균 나이는 17세, 그러니까 지금으로 치면 대개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저학년에 이르는 아이들로 구성된 부대이다. 이들은 군사훈련이라고는 단지 2주를 받았을 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작전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들의 역할을 북한군의 시선을 이쪽으로 돌리는 것으로서, 이미 패배가 예정되어 있는 전장에 투입되는데 그 사실을 알 도리가 없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이 조국을 위해 싸우러 가는 줄 알고 있다. 


새벽이 되자 그들은 영덕 장사리 바닷가에 도착했다. 달랑 배 한 척을 타고 온 700명 남짓의 학도병들은 그야말로 맨몸으로 장사리 모래사장에 상륙한다. 이 사실을 탐지한 북한군들은 맹렬한 반격에 나선다. 백사장에 상륙한 아이들을 막아줄 방패는 없다. 그들은 쏟아지는 총알을 피해 겨우 해안가 북한군 초소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다. 이들의 상륙 소식은 북한군도 이미 파악하여 사단 규모의 지원병력을 출동시켜 이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과 맞서 전투를 벌였다가는 학도병들은 전멸을 면할 수 없다. 이제 북한군의 주위를 돌리는 데 성공하였으므로 이들은 후퇴하여 다시 부대로 복귀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작전은 애초부터 투입 학도병들의 복귀를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러므로 후퇴 작전도 변변히 세워두지 못하였고, 후퇴를 위한 지원 작전도 변변치 못하였다. 

이명준 대위의 피를 토하는 후퇴 협조요청에 사령부는 마지못한 듯 후퇴 지원을 위해 공군 지원과 함께 상륙정 LST 선을 보낸다. 이미 많은 학도병들이 희생당하고, 살아남은 학도병들은 필사적으로 상륙정에 올라타고 후퇴를 시작한다. 그러나 적의 공격과 때마침 시작된 썰물로 병력을 모두 태우지 못하고, 세 명의 장병을 남겨둔 채 배는 출발하며, 남은 세명은 끝까지 싸우다가 전사한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는 잘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들 상륙작전에 투입된 학도병들을 “영웅들”이라고 치켜세웠지만, 그 이전에 먼저 이러한 작전을 집행하고 실행한 군 지휘부의 무책임과 무능에 대해 질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된다. 거의 살아 돌아오기를 기대할 수 없는 무모한 작전에 철없는 아이들로 구성된 학도병들을 투입하였다는 자체가 용서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미 패배가 예견된 전장에 병력을 투입하였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안전하게 후퇴할 수 있는 준비를 마련해 두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지휘부는 처음부터 이들을 구해 올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총알받이가 된 아이들에 대한 연민과 함께 군 지도부의 무능과 잔인성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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