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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19. 2023

영화: 요화 어을우동

조선초기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 어을우동의 이야기

조선과 같은 엄격한 유교사회에서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라 섹스 스캔들이 적지 않았다. 그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여성이 바로 어우동(於于同) 또는 어을우동(於乙宇同)이라 불린 여성이었다. 어우동 사건은 조선왕조 9대 임금인 성종기에 발생하였다. 


어우동은 지금의 외교부에 해당하는 승문원(承文院)의 지사 박윤창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왕실 종친인 이동에게 시집을 갔으나 이후 수많은 왕실 종친들, 그리고 벼슬아치들과 간통을 하였으며, 이 사실이 발각되어 집에서 쫓겨난 이후에도 거리의 수많은 남자들을 유혹하여 관계를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이 일은 국가적 섹스스캔들로 비화하여 그녀와 관계한 많은 사대부들이 엄중한 문책을 받았으며, 그녀는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런 극적인 삶을 산 여성의 이야기가 영화화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어우동에 대한 영화로는 먼저 1985년에 제작된 <어우동>을 들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어우동 역을 이보희가 연기하였는데, 상당히 괜찮은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요화 어울우동>은 1987년에 제작되었는데, 주인공 어을우동 역으로는 김문희가 출연하였다. 이 영화는 <어우동>에 배해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어우동>이 상당히 품격을 갖춘 영화였던데 비해 <어을우동>은 그냥 싸구려 시대 에로영화 정도로 보인다. 

어을우동은 양반집 딸로 태어나 종친인 이동과 결혼한다. 결혼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둘 사이엔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이로 인해 태강수의 모친, 즉 어을우동의 시어머니는 어을우동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쫓아낼 계략을 짠다. 일부러 어을우동이 불륜을 저지르도록 함정에 빠트린 것이다. 이 일로 그녀는 집에서 쫓겨난다. 어을우동의 남편인 이동은 그녀에게 따로 집을 마련해 주고 가끔 그곳을 찾는데, 어느 날 어을우동은 이동이 자신의 몸종인 난실과 관계를 가지는 광경을 목격한다. 


이 일로 어울우동은 완전히 남편과의 관계를 끊고 기생으로 변신한다. 기생이 된 어을우동은 수많은 벼슬아치들과 놀아난다. 결국 이 일은 임금 성종에게 보고되고, 임금은 사회의 기강을 잡는다는 차원에서 이 사건을 엄중히 처리하도록 지시를 내린다. 어을우동과 관계한 많은 벼슬아치와 종친들이 문책을 받고, 어을우동에 대해서는 사회를 문란하게 하였다는 죄목으로 교수형에 처하도록 한다. 결국 이 일로 죽은 사람은 어을우동 혼자이며, 이와 관련된 다른 벼슬아치들은 어을우동과 비교하여서는 현저히 가벼운 문책을 받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되었다. 


사실 조선시대는 남성들의 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하였다. 정식 부인 외에 첩을 두거나 하인과 관계를 갖거나 기방에서 여성을 사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것은 그 시대 양반이라면 대부분이 거의 당연한 일로 여기던 것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어을우동이 일이 문제가 되었을까? 그것은 아마 그녀가 양반 가문의 정식 부인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생각된다. 이렇게 보면 어을우동 사건이란 것도 지극히 남성 중심적인 사회였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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