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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06. 2023

영화: 육체의 약속

여죄수와 강도 범죄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가출옥으로 호송 중인 여죄수와 강도 범죄자의 우연한 만남과 사랑을 그린 <만추>(晩秋)라는 영화가 몇 번 제작된 바 있다. 최초의 <만추>는 1966년 이만희 감독이 제작한 영화였는데, 오늘 소개하는 <육체의 약속>은 그 <만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러나 저작권을 가진 이만희 감독의 요청에 의하여 <만추>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을 고쳤다고 한다. 이 영화는 1975년에 제작되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숙영(김지미 분)은 감옥에 갇힌 죄수이다. 그녀는 모범수로 인정을 받아 추석 특사로 어머니의 성묘를 허락받는다. 그녀는 그녀를 호송하는 간수와 함께 어머니 성묘를 위하여 기차를 탄다. 그녀는 기차 속 맞은편 자리에 앉은 훈(이정길 분)이라는 사내에게 마음이 끌린다. 훈도 숙영을 보고 마음이 끌린다. 훈은 강도 범죄를 저지르고 쫓기는 중이다. 그런 사실을 훈은 숙영에게 말하지 않는다. 


둘은 기차 안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처지를 공감한다. 둘은 모두 사생아로 태어났고, 세상에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숙영은 훈과 함께 살기 위해 탈옥을 할까 하는 생각까지 가지게 된다. 막상 탈옥을 시도해 보지만 현실의 벽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포기한다. 두 사람은 짧은 사랑을 나누고 나중에 다시 만나기를 약속한다. 

훈과 숙영이 만나기로 한 2년이라는 시간이 물 흐르듯 흘렀다. 숙영은 오직 이날 만을 기다리며 살아왔다. 그녀는 출옥한 후 훈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약속된 날 약속 장소인 공원벤치로 갔다. 그런데 훈은 숙영에게 줄 선물을 사다가 그를 추격하는 형사들에게 체포되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 때문에 숙영과 약속한 장소에 나갈 수 없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숙영은 약속한 공원 벤치에서 훈을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그는 오지 않는다. 


오직 믿었던 사람에게 또다시 속았다는 생각에서 인지 숙영은 하염없이 흐느끼지만 훈은 오지 않고 늦은 가을밤은 깊어만 간다. 


늦은 가을을 배경으로 한 슬픈 중년의 사랑을 그린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아마 두 사람이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서로 이끌렸던 것은 서로가 의지할 곳 없는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늦가을에 감상하면 더욱 가슴 아픈 이야기일 것 같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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