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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05. 2023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불치병으로 시한부 생명을 사는 청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불치의 병으로 시한부 생명을 사는 사람과의 사랑은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는 한국영화 <파랑주의보>, 일본영화 <1리터의 눈물> 그리고 미국영화 <러브 스토리> 등도 모두 불치의 병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사는 사람과의 사랑 이야기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역시 불치의 병에 걸린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다른 이야기들과 차이가 나는 것은 불치의 병에 걸린 사람은 대부분 여자인데 비해 이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불치의 병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이 영화는 1998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여우주연상, 신인감독상, 촬영상 등을 수상하였고,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작품상, 여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였으며, 그 외에도 여러 상을 받았다. 잔잔하면서도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아마 군산의 명물인 <근대화 거리>를 가보신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군산 근대화 거리는 20세기 초부터 1960년대까지의 우리의 옛 거리를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나이 드신 분들이 이곳에 가면 아련한 옛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이곳에 네댓 번 간 적이 있는데, 갈 때마다 편안한 느낌이 드는 마음에 드는 거리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대부분 이 군산 근대화거리에서 촬영되었다. 주무대가 되는 <초원사진관>은 이 영화를 통해 명소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정원(한석규 분)은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는 총각으로서,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매일 사진을 찍고, 맡은 필름으로 사진을 현상해 주는 평범하고도 무료한 나날을 보내는 그에게 어느 날 구청의 주차 단속원인 다림(심은하 분)이 찾아온다. 불법주차 단속을 위해 찍은 사진을 현상하기 위해서이다. 작은 사진관 안에서 정원에게 쫑알쫑알 이야기를 건네던 다림은 그날 이후 자주 사진을 현상하고 사진관에 들린다. 그러는 사이에 둘 사이에는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열렬한 사랑이 아니라 사랑인지 뭔지 당사자들도 느끼지 못할 그런 연한 감정이다. 


정원은 매일 약을 먹고 있다. 그렇다. 그는 어떤 중병에 걸려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그래서 떠날 준비를 하여야 한다. 자신이 모시고 사는 아버지는 일상생활이 매우 서툴다. VTR 작동법도 잘 모르고, 사소한 집안 일도 잘 처리할 줄 모른다. 정원은 자신이 떠나면 아버지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집안일을 하나하나 가르쳐 드리지만, 나이가 든 아버지는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한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는 답답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정원은 쓰러지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정원은 이제 자신 앞으로 다가온 죽음을 현실로 느끼게 된다. 


다림은 사진을 맡기려 사진관에 왔지만 사진관 문은 닫혀 있고 정원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가 하고 지나갔지만, 계속 찾아와도 사진관 문은 열려있지 않다. 다림은 걱정을 하다가 마침내 정원에게 편지를 쓴다. 그런데도 답장은 없다. 

병원에서 퇴원한 정원은 다시 사진관으로 돌아왔다. 밀려있는 우편함에서 그는 다림으로부터의 편지를 확인한다. 즉시 답장 편지를 쓰나, 그것을 보낼까 말까 망설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뻔질나게 찾아오던 다림이 보이지 않는다. 알아보니 그녀는 서울로 전근을 가버렸다. 정원은 다림에게 편지를 보낼까 망설이지만 결국 보내지 못하고 만다. 이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이 그녀를 속박하게 하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이다. 


얼마뒤 정원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다. 그 후 얼마 뒤 다림이 사진관을 찾아온다. 그녀는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그의 사진을 보면서 그와의 추억에 잠긴다. 


이 영화는 시한부 생명을 사는 주인공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보통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열렬하고 뜨거운 사랑이 아니다. 그저 잔잔하면서 가슴속 저 밑에서 조용히 남아있는 그런 연한 사랑이다. 아마 주인공 자신들은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느끼지도 못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련한 사랑을 하다가 죽음이 둘을 갈라놓게 만드는 슬픈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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