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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10. 2023

영화: 숨겨진 검 오니노 쯔메(隠し剣 鬼の爪)

동료의 아내를 겁탈한 상관을 베고 평민의 딸과 새 삶을 찾아가는 사무라이

일본에서는 검객을 주인공으로 한 사무라이 영화가 많이 제작되고 있지만, 정통 사무라이극이라 할만한 영화는 많지 않다. 영화 <숨겨진 검 오니노 쯔메>(隠し剣 鬼の爪)는 정통 사무라이 영화로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후지사와 슈헤이(藤沢周平)가 쓴 3편의 소설을 조합하여 영화화한 작품으로서, 2004년에 제작되었다. 막부 말기 무렵 일본의 동북지방의 작은 번에서 비전의 검술을 습득한 무사가 친구의 모반 사건에 휩쓸리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때는 막부 말기, 동북 지방에 위치한 가공의 번 우나사카번(海坂藩)에서 하급 사무라이인 가타기리 무네조(片桐宗蔵)는 어머니와 여동생 시노(志乃), 그리고 여종 키에와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죽고 시노는 무네조의 절친인 시마다 사몬(島田左門)에게 시집가며, 키에도 부유한 상인의 아들에게 시집가 버려 집에는 무네조 혼자만 남는다. 홀로 남은 무네조는 외로웠지만 무사로서의 긍지를 지키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우나사카에도 근대화의 파도가 밀려와, 번에서는 사무라이들에게 영국식 교련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어느 눈 내리는 날, 무네조는 우연히 3년 만에 키에를 만난다. 큰 기름 도매상인 이세야에 시집 가 행복하게 살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키에의 창백하고도 야윈 모습을 보고는 가슴이 아프다. 얼마뒤 시노로부터 키에가 시댁에서 학대를 받고 병에 걸려 누워 있다는 말을 듣는다. 무네조는 무사의 체면이나 사람들의 뒷말을 신경 쓰지 않고 이세야로 달려간다. 그곳에서 무네조는 햇빛이 들지 않는 마루 방에 누워있는 야윈 얼굴의 키에를 발견하고, 그녀를 업어서 데리고 나온다. 

병에서 회복한 키에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무네조는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그렇지만 세상 사람들의 눈은 두 사람이 같은 집에서 살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무네조는 키에를 사랑하는 자신과 그녀의 인생을 뒤틀어놓고 있는 자신의 교활함에 고뇌한다. 키에도 무네조를 좋아하지만 그런 말을 입밖에 꺼낼 수 없다. 세상은 신분이 다른 두 사람의 사랑을 고운 눈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한 때 번에 대사건이 발생했다. 무네조와 함께 번의 검술사범 도다 간사이(戸田寛斎)의 제자였던 사마 야이치로(狭間弥市郎)가 막부에 대해 모반을 도모한 죄로 쫓기던 중 우나사카 번으로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번에서는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야이치로를 체포하여 깊은 산속에 있는 감옥에 가두었다. 그런데 야이치로가 감옥에서 탈출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막부에 알려진다면 번 전체가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 뻔하다. 무네조는 옛날 야이치로와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그도 번의 고위관리로부터 의심을 받는다. 무네조는 번의 고위관리로부터 야시로를 베라는 명령을 받는다.  


옛날 야이치로는 함께 검술 수련을 하는 제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났다. 그러나 어느 때를 경계로 무네조에게 밀리기 시작했는데, 야이치로는 무네조가 스승 토다로부터 전수받은 비검 <오니노 쯔메> 때문이라고 불만을 품고 있었다. 사마를 베라는 명령을 받고 고뇌하고 있는 무네조에게 야이치로의 아내가 찾아와 남편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무네조는 이를 거절하고, 번의 명령에 따라 하마와 진검 승부에 나선다. 싸우는 도중 무네조는 <오니노 쯔메>란 사마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기술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무네조는 스승으로부터 새로이 전수받은 또 하나의 비검 <류오가에시>(龍尾返し)을 사용하여 <오니노 쯔메>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사마를 쓰러트린다. 무네조의 칼에 깊은 상처를 입은 야이치로는 <류오가에시>를 비겁한 속임수 검술이라고 욕하면서, 주위를 둘러싼 조총수들이 쏜 총알을 맞고는 죽는다. 

싸움이 끝난 후 무네조는 자신에게 야이치로를 베라고 명령한 고위관리 호리가 야이치로의 아내를 속여서 욕보여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호리는 야이치로의 아내에게 야이치로를 살려주는 대신 자신의 말을 들으라고 하여 그녀를 욕보였고, 나중에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야이치로의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무네조는 그런 호리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성 안의 복도에서 호리는 무네조와 마주친다. 무네조는 호리에게 무엇인가 말을 하는 듯하더니 그의 곁을 떠난다. 그러자 잠시 있다가 호리가 쓰러진다. 주위의 관리들이 당황하여 의원을 불러왔지만, 이미 호리의 숨은 끊어진 상태였다. 사체를 조사하던 의원도 도무지 죽음의 원인을 알 수 없다. 그리고는 “이것은 인간이 아니라 무엇인가 다른 것에 의해 받은 상처 때문이  아닐까?”하고 중얼거린다. 


실은 <오니노 쯔메>(鬼の爪), 즉 “귀신의 손톱”이란 가슴에서 심장에 이르는 아주 작은 한 상처를 제외한다면 다른 어떠한 증거도 남기기 않고 일격, 일순간에 상대를 죽이는 암살검으로서, 무사들이 보통의 싸움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암술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살아갈 의미를 깨달은 무네조는 그 길로 고향에 돌아간 키에를 찾아간다. 키에를 만난 무네조는 키시에게 앞으로 자신은 무사라는 신분을 버리고 에미시(蝦夷), 즉 홋카이도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고 하니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밝은 햇살아래 두 사람은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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