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Mar 21. 2023

영화: 대유괴(大誘拐)

어설픈 유괴단이 대부호 할머니를 유괴하긴 했는데....

영화 <대유괴>(大誘拐)는 같은 제목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서, 아마추어 유괴범들이 대부호인 노파를 납치하여 벌이는 소동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원작 소설은 텐도 신(天藤真)이 1978년에 발표하였는데, 1979년 일본추리작가협회 상을 받았고, 주간문춘(週刊文春) 잡지에서는 이 소설을 20세기 미스터리 소설분야에서 제1위로 선정한 바 있다. 이 영화는 1991년에 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여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이란 제목의 영화를 제작한 바 있다. 영화 <대유괴>는 서구에서도 <레인보우 키드>(Rainbow Kids)란 제목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오사카 형무소에서 3번째 복역을 마친 소매치기 도나미 겐지(戸並健次)는 자신에게 범죄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갱생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마지막으로 큰 건을 하나 하려고 한다. 그것은 와카야마 현(和歌山県)의 “최후의 산림왕”이라는 노부인 야나기가와 토시코(柳川とし子)를 유괴하여 돈을 뜯어내는 일이었다. 겐지는 토시코가 지원하고 있는 고아원 출신으로서, 독지가로서 주위로부터 칭송을 받는 그녀가 위험에 처한다면 가족들도 틀림없이 돈을 마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겐지는 아키바 마사요시(秋葉正義)와 미야케 헤이타를 동료로 끌어들인다. 겐지는 일본 제일의 산림왕 야나기가와 토시코를 유괴하여 몸값으로 5천만 엔(약 5억 원)을 챙겨 마사요시와 헤이타에게 각 천만 엔을 분배하기로 한다. 계획을 들은 마사요시와 헤이타는 주저 하지만, 겐지의 배짱과 리더십을 신뢰하여 조무래기 유괴단을 결성한다. 그들은 납치를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운다. 

그들은 토시코의 행동반경과 습관을 면밀히 조사하여 납치에 성공한다. 그런데 납치된 토시코는 유괴된 직후부터 3인조에게 “아지트는 와카야마 시내에 있지?”, “범행에 사용된 자동차는 마크Ⅱ 이지?”, “수상한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다고 운전수에게 들었다.” 등 유괴단의 허점을 차례차례 지적하여 겐지는 내심 동요한다. 그들은 토시코와 의논하여 산속에 새로운 아지트를 확보한다. 그곳은 옛날 야나기가와 가에서 일하였던 토시코의 충실한 가정부 나카무라 쿠라(中村 くら)의 집이었다. 


쿠라의 집에 무사히 도착한 토시코와 3인조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납치의 이유와 경위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토시코는 납치단의 명칭을 <무지개 동자>(rainbow kids)로 하자고 제안하고, 3인조는 이에 동의한다. 그리고 자신의 몸 값이 5천만 엔이라는 말을 들은 토시코는 크게 화를 낸다. “너희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나를 뭘로 보고 그런 말을 해. 내가 늙었지만 어엿한 대 야나기가와 가문의 당주야. 농담을 해도 정도가 있지, 난 그렇게 싼 사람이 아니야. 최소한 100억 엔 이하로는 절대 안 돼! 100억 엔에서 한 푼도 깎아줄 수 없어! 그보다 아래라면 자손만대로 수치야!” 이 말을 들은 3인조는 크게 당황한다. 이때부터 서서히 토시코가 3인조를 실질적으로 조종한다. 

토시코 유괴사건은 지방 경찰서를 거쳐 와카야마 현 경찰본부(일본에서 경찰본부란 우리나라의 지방경찰청에 해당한다)가 직접 수사에 나선다. 와카야마현 경찰본부의 이카리 다이고로(井狩大五郎) 본부장은 청년시대 여러 번 낙제를 반복하면서 야나기가와 가문의 장학금으로 동경대를 졸업한 인물이다. 그는 은인인 토시코 납치에 대해 격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냉정하게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토시코가 이끄는 무지개 동자와 이카리 사이의 기상천회한 두뇌 전투가 시작된다. 


토시코의 아들 딸들은 급히 유괴단이 요구하는 100억 엔을 마련한다. 무지개 동자는 TV방송국에 연락하여 토시코의 몸값을 받는 장면을 중계방송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일본은 물론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는 TV 생중계 방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몸 값 전달이 이루어진다. 겐지, 헤이타, 마사요시는 토시코의 영향으로 한층 더 성숙된 모습을 보여, 그들은 토시코의 지휘 하에 일사불란한 팀 워크를 발휘하여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몸값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무지개 동자는 사라진다. 


며칠 후 토시코는 유괴범들로부터 석방되어 돌아와 사건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만 한 사람, 이카리 본부장만은 치밀한 추리와 형사로서의 오랫동안의 감으로부터 사건의 진상을 어렴풋이 눈치챈다. 이 사건의 수괴는 보통 인간이 아니다. 말하자면 “사자의 풍격과 여우의 교활함, 그리고 판다와 같은 친밀함”을 겸비한 인물로서, 그러한 인물이라면 도시코 외에는 달리 있을 수 없다고... 그는 마음을 다잡고 토시코와의 최후의 대결에 나선다. 명가의 당주로서 근엄한 자세를 가지도록 교육을 받아온 토시코였지만, 이카리의 앞에서는 본심을 솔직히 털어놓고 고개를 숙이기까지 한다. 다만 100억 엔의 행방과 유괴범 3명의 정체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토시코는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 밝힌다. 그녀는 일본 정부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과거에 전쟁을 일으켜 자신의 아들 셋을 군대로 데려가 목숨을 빼앗았고, 거기다 지금은 자신이 평생을 걸쳐 가꾸어온 아름다운 산림을 상속세 물납이라는 형식으로 약탈하려고 한다. 나의 행동은 정부에 대한 분노와 복수였다. 그리고 주위의 분위기를 통해 자신의 목숨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명문 가문의 당주가 사랑하는 산림을 지키기 위한 국가 권력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설명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식들은 자극을 받아 야나기가와 가문을 소생시키고, 그리고 아름다운 산림을 잘 보전할 것이며, 또 유괴사건은 자신의 마지막 즐거운 놀이였다고 덧붙인다. 


이카리는 토시코에게 두 가지 만을 확인하겠다며, 백억 엔이 악용될 가능성이 없는가, 유괴범 3인조는 범죄를 반복할 위험은 없는가라고 묻는다. 이에 대해 토시코는 “없다”라고 간단히 대답한다. 


그럼 겐지를 비롯한 유괴범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헤이타는 엄마와 여동생 등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1천만 엔만 받고, 앞으로는 절대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마사요시는 아지트에서 쿠라에게 소개받은 인근 마을의 처녀 구니코와 결혼하기로 하고, 자신은 한 푼도 받지 않겠다며 한다. 그리고 겐지는 야나기가와 가문에서 일하는 목수가 되었다. 토시코는 건강에 별 지장이 없어 겐지와 그 친구들, 그리고 자식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목숨보다도 사랑하는 숲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인어전설(人魚伝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