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강도에 나선 세 명의 동료, 그리고 그들의 말로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 영화가 많이 수입되었는데, 지금은 할리우드 영화에 밀려 거의 접하기가 힘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프랑스 영화를 수입하지 않게 된 것인지, 아니면 프랑스 영화 자체가 쇠퇴기에 접어들었는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다. 이전에는 알렝 들롱, 쟝 갸방, 이브 몽땅, 장 폴 벨몽드, 브리짓 바르도, 소피 마르소, 카트리느 드뇌부 등 세계적인 스타가 많았었는데, 지금은 그다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하는 것 같다.
영화 <암흑가의 세 사람>(Le Cercle Rouge)은 1970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범죄영화이다. 고등학생일 때 감상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감상하였다. 시간이 오래 지난 탓인지 마치 영화를 처음 감상하는 느낌이다.
마르세이유에서 파리로 가는 야간열차의 콤파트먼트에 형사 마티와 용의자 보겔이 타고 있다. 마티가 2층 침대에서 잠이 들자 아래층 침대에 있던 보겔은 안전핀을 이용하여 수갑을 풀고 차창 밖으로 도망친다. 마티는 곧 지역 경찰을 동원하여 보겔을 쫓지만 체포하는데 실패한다.
마르세이유 근처에 있는 형무소에서 곧 형기를 마칠 콜레에게 낯익은 간수가 보석상을 털자는 제의를 해온다. 그러나 콜레는 큰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면서 그 제안을 거절한다. 콜레에게는 옛 동료 리코에게 발려준 돈이 있기 때문이다 출감한 콜레(알렝 들롱 분)는 옛 동료인 리코를 찾아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만 거절당한다. 콜레는 그를 협박하여 큰돈을 빼앗아 파리로 향한다.
콜레는 훔친 차를 몰고 파리로 향하는데, 콜레가 휴게소에 들른 사이에 보겔이 차 트렁크에 숨어든다. 도로에는 탈출한 보겔을 체포하기 위해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으나, 콜레는 가까스로 그곳을 통과한다. 그러나 얼마가지 못해 리코가 보낸 추격대가 따라와 콜레가 리코로부터 뺏은 돈을 회수한 후 콜레마저 죽이려고 한다. 이때 트렁크에 숨어있던 보겔이 나와 콜레의 부하들을 모두 죽이고 만다. 이 일로 리코와 보겔은 서로 의기투합한다. 그런데 결투 도중 돈이 든 가방이 총에 맞아 가방 속에 든 돈이 못쓰게 되었다. 콜레는 다시 무일푼이 되었다.
콜레의 머릿속에 간수가 한 이야기, 즉 파리의 고급 보석점을 털자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콜레와 보겔은 보석점을 털기로 한다. 그러나 보석상의 금고를 열기 위해서는 사격의 명수가 필요했다. 그들은 보겔의 옛 동료로서 경찰 출신인 장센(이브 몽땅 역)을 끌어들인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범인을 놓친 형사 마티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는 옛날에 알았던 폭력단 출신인 산티를 찾아간다. 산티는 이미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있었다. 산티는 마티의 협조 요청을 거절한다. 그러자 마티는 산티의 아들을 마리화나 상습복용 혐의로 체포하여 산티를 협박한다. 그러자 산티도 어쩔 수 없이 협조하기로 한다.
한편 콜레와 보겔, 그리고 쟝센 3인은 치밀한 계획과 대담한 행동력으로 보석점을 터는 데 성공한다. 훔친 보석은 약 20억 프랑에 이른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현금화하는 것이다. 이미 보석 강탈이 매스컴을 통하여 널리 보도되었기 때문에 훔친 보석을 파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장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장은 이미 리코가 장악하고 있다. 결국 콜레는 의지할 곳이라고는 옛 동료인 산티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연락을 취한다. 콜레는 파리 교외에 있는 공터에서 산티와 만나기로 한다. 세 사람이 약속 장소로 갔을 때 나타난 장물상은 마티였다. 보겔은 그를 보자마자 함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피하라고 소리치지만, 이미 경찰부대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프랑스 영화에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요즘의 화려한 할리우드 영화도 좋지만, 가끔은 프랑스 영화가 주는 독특한 분위기에 젖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