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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21. 2023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속도감과 박진감 넘치는 새로운 스타일의 만주 웨스턴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무대로 하는 서부극(웨스턴)은 19세기말 처음으로 제작된 이래 영화의 한 장르로서 영화팬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서부극이 세계의 영화인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되자, 서부극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적지 않은 서부극이 제작되고 있다.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 미국 할리우드의 서부극을 정통 서부극이라고 하는데 비해 1960년부터 이탈리아에서 제작되기 시작한 마카로니 웨스턴은 서부극의 새로운 주류라 할 만큼 서부극의 기본 구도를 변화시켰다.


원래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서부극은 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s)이라 한다. 그런데 이 말이 일본에 들어오면서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이탈리아 국수요리가 마카로니였고 스파게티라는 말은 생소했으므로, 일본에서 마카로니 웨스턴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따라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정착된 것이다. 이외에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제작된 “미트 파이 웨스턴”(Meat pie western)이 있으며, 인도에서 제작된 “카레 웨스턴”(curry Western), 독일에서 제작된 “사워크라우트 웨스턴”(Sauerkraut Westerns), 그리스에서 제작된 “파솔라다 웨스턴”(Fasolada Westerns), 일본에서 제작된 라면 웨스턴(Ramen Western) 등이 있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웨스턴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데, 그럼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웨스턴은 없을까? 있다. 바로 소위 “만주 웨스턴”이라고 불리는 영화들로서,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거친 만주땅 위에서 펼쳐지는 한국형 웨스턴이다. 만주 웨스턴은 1960년대에 꽤 많이 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외국에서 제작된 웨스턴 영화들은 모두 그 나라의 고유한 음식 이름으로 표현된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의 만주 웨스턴은 “김치 웨스턴”으로 부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오랜만에 보는 만주 웨스턴이다. 제목부터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마카로니 웨스턴의 <달러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 <석양의 무법자>(좋은 놈 나쁜 놈 치사한 놈: The Good, The Bad, The Ugly)를 패러디한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는 2009년에 제작되었는데, 대종상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상을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1930년대 만주. 이곳은 총칼이 난무하는 무법천지로서 다양한 여러 인종이 서로 섞여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세명의 조선인 풍운아가 등장한다.


좋은 놈 박도원(정우성 분)은 만주에서도 손꼽히는 현상금 사냥꾼이다. 수십 명의 일본군을 혼자서 모두 쏘아 죽이는 무시무시한 실력의 총잡이로서, 중절모를 눌러쓰고 롱코트를 휘날리며 말을 달린다. 처음에는 오직 돈만을 쫓는 냉혈한으로 보이나 갈수록 독립군의 활동을 지원하며, 어떤 가치 있는 목적을 위해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쁜 놈 박창이(이병헌 분)는 만주에서도 악명 높은 마적단인 '창이파'의 두목이다. 만주를 무대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며, 매우 다혈질에다 난폭한 성격으로서 다른 사람은 물론 부하들일지라도 자신에게 대들면 무자비하게 죽여버린다. 사람을 죽이는 일 자체에 쾌감을 느끼는 선천적인 악당이다.

이상한 놈 윤태구는 혼자서 만주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도둑질과 강도질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악인은 아니고, 노인과 아이들을 도와주는 선량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비굴한 짓도 마다하지 않으며, 겉으로는 어수룩해 보이지만 이외로 머리가 좋고 상황판단이 빠르다. 아주 넉살 좋은 성격으로서, 잡초 같은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만주 벌판을 달리는 기차 속. 박창이는 친일파 김판주의 의뢰를 받아 일본 관리가 가지고 있는 보물지도를 뺏으려 한다. 여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박도원과 윤태구라는 인물이 끼어들어 기차 안은 싸움으로 난장판으로 변한다. 난투가 계속되는 속에서 보물지도는 윤태구의 손에 들어가고, 이 사실을 안 박창이와 박도원은 윤태구를 추격한다. 이때부터 박도원, 박창이, 윤태구 3명의 풍운아에 더하여 일본군과 마적단까지 휩쓸린 대난투가 벌어진다.


박도원, 박창이, 윤태구는 한편으로는 서로 협조하며, 또 한편으로는 서로 싸우면서 결국 보물이 묻힌 곳에 도달한다. 그런데 일본군 역시 이곳으로 출동한다. 3명의 걸물들과 일본군이 서로 어울려 싸우는 한바탕의 전투가 끝나고 마침내 보물을 독차지하기 위한 결투가 3인 사이에 벌어진다. 과연 누가 보물을 차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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