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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09. 2023

영화: 현청의 별(縣廳の星)

관료적인 공무원 사회에 맞서 싸우는 엘리트 공무원

관청에서 일을 하는 공무원들은 탁상공론만 할 뿐 현실에 대한 것을 잘 모르므로 민간과의 교류를 통해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영화 <현청의 별>(縣廳の星)은 관청에 민간의 마인드를 도입하기 위해 실시한 지자체와 민간 대형마트 사이의 인사교류를 주제로 한 영화로서, 2006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카츠라 노조미(桂望実)의 소설을 기초로 한 것이다. 


K 현청에 커리어 공무원인 노무라 사토루(野村聡)는 아주 프라이드가 강하고 야심 있는 사람이다. 현이란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행정조직이며, 현청이란 우리나라의 도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대가 되는 K현이 어느 곳인지는 확실히 밝히고 있지 않으나 여러 사정을 감안해 보면 일본 시고쿠(四國)에 있는 카가와 현(香川県)이라 짐작된다. 카가와 현이라면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리고 캐리어 공무원이란 우리나라로 치면 행정고시에 합격한 공무원을 말한다. 그러니까 주인공인 노무라 사토루는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람이다. 잠시 여기서 이야기가 옆길로 빠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9급, 7급, 5급의 3종류의 공무원 시험이 있는데, 제목 그대로 9급 시험에 합격하면 9급으로부터, 7급 시험에 합격하면 7급부터, 그리고 행정고시라 하는 5급 시험을 통과하면 5급부터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다. 즉 출발점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1급, 2급, 3급의 3종류의 공무원 시험이 있다. 그렇지만 어느 시험을 통과하든 간에 출발점은 같다. 그러나 승진 속도가 다르며, 최종적으로 다다를 수 있는 지위도 다르다. 1급 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직업공무원의 최고자리까지 승진할 수 있지만, 2급 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가장 잘 되어야 기관의 총무과장 자리이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자. K현청의 산업정책과 계장인 노무라 사토루(野村聡)는 주위로부터 신망도 두터운 엘리트 공무원이다. 신속한 서류 작성, 기획서의 입안, 민원 대응까지 모든 것에서 완벽하다. 그는 지방의 큰 건설회사인 시노자키 건설의 사장 딸 다카코(貴子)와 결혼을 앞두고 있으며, 출세가도를 걷고 있다. 그런 노무라였지만, 민원인들에게 법과 규칙만을 앞세우고 또 민원인을 배려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결점도 있다. 


노무라는 지금 총예산 2,000억 원 정도의 노인요양 복합시설 건설계획을 만들고 있다. 이 프로젝트야 말로 노무라를 출세가도로 이끄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시민단체에서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너무 관료 중심의 사업으로서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사인 코쿠라(小倉)는 민간의 장점을 이식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현청 직원들과 민간과의 인사교류에 나서겠다고 발표한다. 이리하여 현청은 정예 공무원 7인을 민간에 파견하기로 하는데, 노무라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노무라가 파견된 곳은 현 내에 6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대형마트 만천당(満天堂)의 한 점포였다. 노무라가 이곳에 첫 출근을 하니 경영상태가 엉망이었다. 손님은 줄어드는 데다 상품들은 제멋대로 널려있고, 점장인 시미즈(清水)는 거의 의욕을 잃고 있다. 이것을 본 노무라는 한숨이 나왔지만, 연수가 끝날 몇 달 동안만 참으면 된다면서 스스로 위로한다. 노무라는 처음 해보는 점포 일에 실수 연발이다. 그런 노무라에게 점장 시미즈는 교육 담당으로 ‘아키’라는 알바 여직원을 붙여준다. 노무라가 실수를 계속하자 그는 직원들의 눈총을 받으며, 마트의 짐짝 취급을 받는다. 


시미즈는 그런 노무라를 사람 눈에 띄지 않도록 주방에 배치전환한다. 그곳에서도 고압적인 노무라의 태도는 주방 책임자인 하마오카를 비롯한 외국인 종업원들의 반감을 산다. 노무라는 주방에서 만드는 도시락이 비위생적이며 사용 재료도 저질이라고 시미즈에게 보고한다. 그러자 시미즈는 손님들이 원하는 가격에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응대한다. 이렇게 서로의 의견이 대립되자 부점장인 아사노가 주방 인력을 둘로 나누어 한쪽은 현재의 책임자인 하마오카가 리더가 되어 지금까지 만들어오던 도시락을 만들고 나머지 한쪽은 노무라가 리더가 되어 위생적이고 좋은 재료를 이용한 고급 도시락을 만들어 어느 쪽이 많이 팔리는지 내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노무라가 고전을 하는 가운데 현청에서는 성과가 보이지 않는 민관 인사교류 계획을 그만두고 노인요양타운 프로젝트를 빨리 추진하라고 재촉이다. 노무라는 이에 대해 반발하였지만, 노무라는 프로젝트에서 제외되고, 이 프로젝트에서 건설을 맡게 될 시노자키 건설은 노무라를 방해물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노무라는 다카코로부터 파혼 통고를 받는다. 자포자기 상태가 된 노무라는 잔뜩 취해 아키의 집에 쳐들어간다. 노무라와 아키는 더욱 친밀해져 간다. 

노무라가 일하는 대형마트는 이전부터 본부의 골칫거리였다. 영업부진으로 적자가 계속되자 본부에서는 이 점포를 폐쇄할 계획을 세운다. 그뿐만 아니다. 이전에 소방서로부터 지적을 받아 영업정지 직전까지 갔지만, 개선을 약속하고 겨우 지금까지 버텨왔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소방서에서 점검 시찰을 오겠다는 것이었다. 만약 점포가 폐쇄된다면 이곳에서 일하는 수십 명의 직원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렇게 안팎으로 맞이한 위기를 노무라와 아키, 그리고 두 사람으로부터 용기를 얻은 다른 직원들의 협조로 무사히 넘기게 된다. 


노무라와 아키는 점포 개혁에 나섰다. 노무라는 개선계획서를 작성하고 재고정리를 지휘한다. 그러는 가운데 아키는 노무라에게 데이트를 하자고 하면서 그를 시내의 백화점 지하로 데리고 갔다. 아끼의 진짜 목적은 마케팅으로서, 노무라에게 여성의 소비감각을 실제로 배우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공무원이 가진 기획력과 현실에서 습득한 마케팅 능력을 통해 노무라는 아끼와 다른 직원들의 협조를 얻어 자신이 속한 점포를 성공한 점포로 바꾼다. 


다시 현청에 복귀한 노무라는 스스로 지원하여 생활복지과로 이동한다. 시내를 둘러보면서 시민단체와도 접촉한 노무라는 프로젝트를 위한 특별위원회에 참석하여 예산 삭감을 제안한다. 이 제안을 들은 지방의회 장과 건설관계자들은 분개하지만, 지사만은 노무라의 말을 경청한다. 그러나 이것도 지사 고쿠라의 의도된 제스처에 불과하였다. 노무라의 계획안은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처박힌다. 결국 노무라의 예산삭감안은 폐기된다. 노무라의 개혁작업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며, 그것은 노무라 자신도 잘 알고 있다. 


만천당 마트를 다시 찾은 노무라는 아키와 만나서 개혁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결코 포기하지 않겠노라고 말한다. 그리고 헤어질 때 노무라는 아끼에게 이번에는 마케팅 없는 진짜 데이트를 하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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