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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24. 2023

영화: 돼지 같은 여자

나은 삶을 위해 억척같이 살다가 좌절하는 처녀의 이야기

우리가 보통 사람을 보고 “돼지 같다”라고 하면 여러 뜻이 있지만 좋은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돼지 같은 사람이라면 (1) 욕심 많고 탐욕스러운 사람이거나, (2) 뚱뚱한 사람이거나, (3) 더럽게 하여 사는 사람이거나, (4) 미련한 사람을 가리킨다. <돼지 같은 여자>라는 영화 제목을 보고는 탐욕스러운 여자의 이야기이거나 뚱뚱한 여자 이야기인 것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아주 예쁘고 생활력 강한 처녀가 잘 살기 위해서 돼지를 키우면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그런 여자를 왜 “돼지 같은 여자”라 표현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재화는 냉정히 말하자면 미련한 구석이 있는 여자이다. 그런 점에서는 “돼지 같다”라고 표현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울리는 표현은 아니다. 영화 <돼지 같은 여자>는 2015년에 개봉되었다. 


어느 섬마을, 이곳은 한 때는 갈치가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었으나 어느 순간 갈치가 더 이상 오게 되지 않자 주민들의 생계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도시로 빠져나가 섬은 점점 한산하게 변해가고 있다. 


중학생인 재현은 아버지, 엄마(안소영 분), 그리고 누나 재화(황정음 분) 이렇게 네 식구가 살고 있다. 옛날 갈치가 풍어이던 시절엔 잘 나갔기만, 갈치가 오지 않자 가세는 점점 기울어지고 있다. 아버지는 허구한 날 술만 퍼마시다가 어느 날 술을 마시고 집에 불을 지른 후 높은 나무에 올랐다가 떨어져 죽는다. 이제 세 식구만 남았는데, 누나인 재화는 자신이 반드시 다시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돼지를 키우기 시작한다. 돼지는 재화에게 전부이다. 그녀는 심지어는 아버지가 죽은 날에도 돼지가 새끼를 낳자 돼지우리로 달려간다. 재화는 마을의 식당을 돌아다니며 버리는 음식을 거두어 와 돼지에게 먹인다. 

젊은이들이 대부분 도시로 떠나버려 이제 섬에는 젊은이라고는 총각 준섭과, 고등학교 동창인 재화, 유자, 미자 이렇게 세 처녀만 남았다. 이들은 섬의 유일한 총각인 준섭을 차지하려고 경쟁한다. 재화는 다소곳이 그리고 은근히 자신의 마음을 준섭에게 전한다. 이에 비해 유자는 거의 사이코 수준으로 준섭에게 들이댄다. 미자 역시 속으로는 준섭을 좋아하지만, 유자의 꼬붕인 그녀로서는 유자의 기세에 눌려 감히 그 표현을 할 생각을 못한다. 준섭은 못생긴 데다 사납고 거센 유자보다는 예쁘고 상냥한 재화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래서 틈만 있으면 재화에게 데이트를 제안한다. 그렇지만 재화는 다른 사람들의 눈이 있어 속으로는 준섭을 좋아하면서도 함께 있는 것을 꺼린다. 


재화는 매일매일 돼지를 키우며 억척스럽게 살고 있다. 유자는 노골적으로 준섭을 유혹하고, 몸으로 들이대고 있다. 그런데 준섭이라는 작자도 우유부단하기 짝이 없는 한심한 청년이다. 확실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유자에게 그냥 휘둘린다. 어느 날 유자는 준섭을 유혹하여 함께 밤을 보낸다. 그런 뒤 다음날부터는 이미 준섭은 자신의 것이라 선언하고 누구고 준섭의 곁으로 와서는 안된다고 못을 박는다. 어느 날 준섭과 재화가 함께 배를 타고 나갔다 온 것을 안 유자는 배안으로 난입한다. 당황한 재화는 바다로 뛰어드는데, 유자는 재화를 죽이겠다고 작살을 가지고 닥치는 대로 물속을 찌른다. 준섭은 그렇게 발광하는 유자를 말리지도 못하고 멀뚱히 바라만 본다. 준섭은 유자가 끄는 대로 그녀와 결혼하고 만다.

섬에 낚시꾼들이 몰려온다. 재화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삼겹살집을 차렸다. 재화의 식당은 찾아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이다. 그러자 유자는 건너편에 아가씨를 둔 술집을 차렸다. 그러자 낚시꾼들은 재화의 삼겹살집 대신에 아가씨들이 있는 술집으로 몰려간다. 결국 재화의 식당은 파리만 날리게 된다.  


결혼을 하였지만 준섭은 재화를 잊지 못한다. 재화 또한 준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어느 날 준섭이 재화를 불러내어 풀숲에서 만난다. 이를 알게 된 유자는 재화를 죽이겠다고 칼을 들고 달려온다. 재화는 칼을 들고 달려오는 유자를 피해 도망가지만 결국 넘어져 잡히고 만다. 유자는 재화를 닥치는 대로 찌른다. 정말 사이코처럼 발광을 하면서 칼을 휘두르며 쓰러진 재화를 무자비하게 찌르고 또 찌른다. 준섭은 말릴 생각도 못한다. 

재화는 죽지는 않았다. 겨우 살아났지만 이미 온몸이 만신창이이다.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 되어 제대로 걸을 수도 없다. 유자는 그냥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뿐이다. 재화는 이제 돼지를 키울 의욕도 잊었다. 어느 날 재화에게 선을 보라는 제안이 들어온다. 엄마와 함께 선을 보러 가는 자리에 나갔는데, 신랑이 될 당사자는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나이 든 남자였다. 그것을 본 재화의 엄마는 억장이 무너져 재화를 데리고 나오는데, 결국 재화는 그 남자와 결혼을 한다. 


유자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걸핏하면 식칼을 들고 나와 행패를 부린다. 작살로 재화를 죽이겠다고 하다가 마침내는 칼로 재화를 난도질한다. 유자에게 그렇게 당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재화를 보면 딱하다 못해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정말 그런 미련 곰퉁이도 없다. 그렇게 본다면 미련하다는 뜻의 “돼지 같은 여자”가 맞는 표현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사이코 같은 여자를 당장 경찰에 고발하여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고,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배상을 청구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을 보면 돼지같이 미련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감독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매시지가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 관객의 분통을 터트리기 위해 일부러 이런 영화를 만든 것 같다. 평가 점수를 주라면 5점 만점에 1.5점. 그 가운데 1점은 예쁜 황정음을 보고 주는 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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