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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08. 2023

영화: 광대들-풍문조작단

조선시대 가짜 뉴스, 여론 조작을 전문으로 하는 광대패의 이야기

속리산 법주사에 가는 길에 정이품송이라는 잘 생긴 소나무가 서있다. 이미 나이가 들어 한쪽은 가지가 죽은 모습을 하고 있으나, 그래도 옛날의 잘 생긴 모습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이 나무는 조선 시대 세조가 이곳을 지날 때 가지가 왕이 탄 가마를 방해하게 되자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려 왕이 쉽게 길을 지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왕을 생각하는 소나무의 충정을 높이 평가하여 이 소나무에게 정이품 벼슬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왕이 지나간다고 해서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릴 수 있나. 그것은 왕의 덕을 칭송하기 위해 일부러 꾸민 연극이었다. 소나무 가지에 미리 장치를 하여 왕이 그 밑을 지날 때 가지가 들려지게 한 것이다. 이런 재미있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만든 영화가 바로 <광대들: 풍문조작단>이다. 이 영화는 2019년에 제작되었다. 


역사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현실적으로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적지 않다. 그런 일화들은 대개가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이 단순히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그런 장치를 하여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 보이도록 하였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재미있고 발칙한 상상력이다. 

덕호(조진웅 분)가 이끄는 5인의 광대패는 재주나 부리는 보통의 광대패와는 다르다. 기발한 착상으로 신비한 현상을 만들어내어 시중의 여론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는 것이다. 즉 이들의 특기는 요즘 말로 하면 “가짜 뉴스”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허황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 앞에 자신들이 구상한 현상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백성들이 자연히 믿도록 하는 그런 고단계의 가짜 뉴스를 만드는 것이다. 


세조는 조카인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는 단종을 복위시키려는 충신 사육신을 죽인 데다가 자신의 조카인 단종마저 죽였다. 그런 세조에게 민심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세조를 비롯한 측근 신하들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민심을 돌려놓지 않으면 안 된다. 한명회는 백성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덕호가 이끄는 광대패들을 이용하기로 한다. 


덕호가 이끄는 광대패들은 세조가 법주사로 행차할 때 소나무의 가지가 들리도록 한다. 그리고 세조가 월정사에서 목욕을 할 때는 문수보살이 나타나 왕을 찬양한다. 백성들은 이러한 신비스러운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세조는 하늘이 내린 임금이라고 찬양한다. 광대패의 활약으로 세종에 대한 백성들의 여론은 점점 좋아지게 된다. 그에 따라 이들에 대한 조정의 대우도 아주 좋아진다. 

원래 광대패들은 세상을 풍자하면서 백성들의 박수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세조와 새 조정의 악행을 풍자하는 광대패들은 탄압을 받고 끌려간다. 그리고 죽음까지 당하기도 한다. 덕호의 광대 패거리들은 점점 자신들이 하는 일에 회의를 느낀다. 덕호의 스승은 자신의 신념대로 풍자 공연을 계속하다고 결국은 관헌들에게 끌려가 죽고 만다. 


덕호는 패거리들에게 이 일을 그만두고 떠나자고 한다. 그러나 떠나는 것도 쉽지 않다. 패거리 중에는 이렇게 대우가 좋은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하기도 하고, 또 자신들이 떠난다고 하면 지금까지 자신들을 이용해 왔던 한명회 등이 자신들을 가만 둘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들을 놓아줄 경우 지금까지 이들이 해왔던 여론 조작 행위를 폭로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덕호 패거리들은 자유를 잃은 몸이 되었다. 광대패들에게 있어 자유란 것은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다. 


세조는 공신들로부터 왕위를 위협당한다. 공신들은 세조에게 왕위에서 내려오라고 협박한다. 세조는 코너에 몰린 덕호 패거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덕호는 마지막으로 세조를 보호해 주려고 결심한다. 그리고는 세조의 왕좌를 보호해 줌과 동시에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자유를 찾기 위해 새로운 작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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