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May 03. 2023

영화: 나와 아내의 1778개의 이야기

시한부 생명을 사는 아내를 위해 매일 1개씩의 소설을 써나가는 작가

불치병에 걸린 여자(혹은 남자)와의 사랑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는 영화는 이미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 번 소개한 바 있다. 오늘 소개하는 <나와 아내의 1778개의 이야기>(僕と妻の1778の物語)도 암으로 인해 시한부 생명을 사는 아내를 둔 젊은 작가의 이야기로서 2011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우리나라에도 친숙한 쿠사나기 쯔요시(草彅剛)가 맡았다. 


마키무라 사쿠타로(牧村朔太郎, 쿠사나기 쯔요시 분)는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SF 작가로서 항상 작품 아이디어를 상상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집에는 우주선이나 로봇 인형으로 가득 차있고, 책꽂이에는 SF소설이 넘쳐흐르고 있다. 그는 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세츠코(節子, 다케우치 유코(竹内結子) 분)와 결혼하여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쿠타로와 세츠코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귀기 시작하였으니, 이제 16년째 접어든다. 


출판사에 원고를 전해주러 갔던 사쿠타로는 출판사 직원으로부터 연애소설을 쓰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는다. 요즘은 SF 소설의 인기는 점점 떨어지는 대신 연애소설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므로 그쪽이 괜찮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쿠타로와 함께 데뷔한 다키자와(滝沢)도 연애소설을 쓰면서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해준다. 그러나 사쿠타로는 자신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SF소설을 쓰겠다고 단호히 대답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배가 아파 병원을 찾은 세츠코는 수술을 받게 된다. 사쿠타로는 의사로부터 세츠코는 대장암으로서, 앞으로 1년 정도밖에 살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사쿠타로는 세츠코에게 사실대로 말을 못 하고, 반드시 치료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세츠코는 퇴원한다. 의사는 사쿠타로에게 웃음이 면역력을 높이니까 세츠코가 항상 기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라는 조언을 받는다. 사쿠타로는 무엇을 해야 매일 세츠코를 기쁘게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러다가 세츠코를 위해 매일 짧은 소설을 하나씩 써서 세츠코에게만 읽게 해 줄 것이라고 결심한다. 


그날부터 사쿠타로는 매일 하나씩 짧은 소설을 써서 세츠코에게 준다. 그러면 세츠코는 그 소설을 읽고 기뻐한다. 사쿠타로는 매일 필사적으로 아이디어를 짜내 이야기를 한 편씩 쓰면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쿠타로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나, 365번째 이야기를 완성하였다. 친구들이 사쿠타로의 집으로 모여 소설 1주년 축하를 해준다. 세츠코는 아직은 원기 왕성하다. 

의사로부터 1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어느 사이인가 2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러면서 세츠코의 병세는 서서히 악화되어가고 있다. 사쿠타로는 의사로부터 새로운 항암제를 투여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그 약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돈이 든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사쿠타로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연애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세츠코는 사쿠타로가 치료비를 위해 연애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츠코는 사쿠타로가 쓰기 싫은 것을 써서 번 돈으로 오래 살고 싶지 않으니 그만두라고 애원하지만, 사쿠타로는 나중에 후회하기 싫다고 하면서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다가 결국은 둘이서 사쿠타로가 쓴 서툰 연애소설을 읽으면서 웃으며 화해한다. 사쿠타로는 더 이상 연애소설을 쓰기 않겠다고 약속한다. 


4년이 지났다. 매스컴에서 사쿠타로가 세츠코를 위하여 매일 소설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출판사 직원은 사쿠타로에게 세츠코의 투병기를 쓰면 어떻겠느냐고 타진해 오지만, 사쿠타로는 세츠코의 병을 팔고 싶지는 않다고 대꾸한다. 

세츠코의 병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두 사람은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오자 세츠코의 병세는 악화되어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세츠코가 사쿠타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여행을 가기 위해 강한 약을 의사에게 부탁했던 것이었다. 세츠코는 사쿠타로가 자신을 위해 매일 소설을 쓰겠다고 할 때부터 이미 자신의 병은 나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세츠코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사쿠타로는 잠도 자지 않고 쉬지 않고 소설을 써나간다. 원고를 들 수 조차 없게 된 세츠코를 위해 사쿠타로는 스스로 소설을 읽어준다. 사쿠타로가 1777번째 이야기를 완성했던 날 세츠코는 의식이 없어진다.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츠코는 세상을 떠난다. 


사쿠타로의 집에 세츠코의 시신이 옮겨온다. 사쿠타로의 친구들이 사쿠타로의 집에서 유품 정리 등을 하는 가운데 사쿠타로는 1778번째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원고에 잉크를 묻히지 않고, 세츠코가 볼 수 있도록 허공에 글자를 써나간다. 쓰기를 마치자 원고를 밖으로 가지고 나와 손을 놓자, 원고는 하늘 높이 하늘 저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한다. 

하루 한 개씩 글을 쓰는 이야기는 어떤 점에서는 나와 비슷하다. 나는 몇 년 전 은퇴 후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취미생활이나 여행기 등 다양한 소재와 함께 매일 한편씩 영화감상문을 쓴다. 처음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글을 올렸지만, 2년여 전부터는 영화 감상문은 반드시 하루에 1개씩 올린다. 그러다 보니 여행기나 다른 글을 올릴 때는 하루에 2개 이상의 글을 올릴 때도 있다. 


물론 이 영화의 주인공 사쿠타로처럼 하루에 꼭 하나씩의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지 않는 날도 있고, 많이 쓰는 날은 7-8편의 감상문을 쓰기도 한다. 이렇게 쓴 감상문을 모아두고 블로그에는 하루에 1편씩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지금까지 쓴 영화 감상문이 거의 1,000개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오늘 이글이 983번째 영화 감상문이다. 영화 감상문은 영화라는 글 소재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어야 하는 소설보다는 훨씬 쓰기가 쉽다. 그렇다 하더라도 하루에 한 개씩 원고지 7-20매 정도 분량의 글을 쓴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나의 목표는 영화 감상문을 5,000개 쓰는 것이다. 그러려면 앞으로 하루에 한편씩, 하루도 빠짐없이 약 11년을 써야 한다. 그러면 나도 80대 초반의 나이가 된다. 목표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파리 텍사스(Paris Texa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