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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11. 2023

영화: 올드보이

복수의 너머에 있는 또 다른 복수

복수를 주제로 한 영화는 초반 주인공이 악당들에게 억울한 당일 당할 때는 분노를 느끼지만, 후반에 가서 통쾌한 복수가 시작되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렇지만 그 복수가 지나치다고 느껴지면 그 역시 개운찮은 뒷 맛을 남긴다. 영화 <올드보이>는 복수를 소재로 한 영화로서, 2003년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박찬욱 작품의 이른바 “복수 삼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인 <복수는 나의 것>과 마지막 작품인 <친절한 금자 씨>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440009309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399368984


박찬욱 감독의 복수 삼부작은 대체로 선악의 구도가 불분명하고, 복수와 복수가 꼬리를 물기도 한다. 주인공이 반드시 피해자인 것만은 아니고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는 주인공은 자신의 복수를 하면서도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복수를 당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복수와 복수가 겹쳐지는 영화라 할 것이다. 영화 <올드보이>도 전형적인 그런 포맷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는 일본의 츠치야 가론(土屋ガロン)의 만화 <루즈 전기(戰記) 올드보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런 만큼 복수의 수단도 아주 일본적이다. 우리나라의 윤리기준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스토리가 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단한 호평을 받아 칸느 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 특별 그랑프리를 수상하였다. 

(납치와 감금)


1988년 오대수란 남자는 회사에서 귀가하던 중 술에 취해 파출소로 끌려가 난동을 부린다. 파출소에서 풀려나 비 오는 거리 한 모퉁이에서 공중전화로 딸에게 전화를 하고는 동료와 헤어진다. 그런데 그 직후 오대수는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기절한다. 깨어 보니 그곳은 창도 없는 넓은 방 안이었다. 문은 꿈적도 하지 않는데, 문 아래쪽에는 작은 창틀이 있어 그곳으로부터 먹을 것이 들어온다. 식사는 매일매일이 중국집 군만두였다. 


방 안에 있는 TV에서 자신의 아내가 살해당하였다는 뉴스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는 그는 미친 듯이 날뛴다. 그래도 그를 가둔 사람은 그를 풀어줄 생각을 않는다. 가만히 방 안에만 갇혀 있다가는 미칠 버릴 것만 같아 오대수는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딱딱한 벽을 향해 매일 주먹을 날리며,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복수의 날을 위해 그는 상상 결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석방과 여자)


감금된 지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오대수가 눈을 떠보니 자신이 납치되었던 장소에 누워있었다. 드디어 그는 해방된 것이다. 자신의 주머니를 확인하니 돈이 들어있어, 그는 그 길로 일식집을 찾아가 산 낙지를 주문하고는 그대로 한 입에 틀어넣는다. 낙지에 목이 막혀 그대로 기절한 그는 눈을 떠보니 일식집 보조 주방장인 미도란 젊은 여성의 간호를 받고 있었다. 미도는 오대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15년 동안 여성을 알지 못했던 대수는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흥분하여 그녀를 덮치려고 한다. 그런 그를 보고 미도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정을 느낀다. 그렇지만 미도의 완강한 거부에 대수의 시도는 실패한다. 대수는 몸을 회복한 후 복수를 시작한다. 먼저 자신을 감금한 자를 찾기 위해 유일한 단서로서 그는 15년 동안 자신이 먹었던 중국음식점을 찾아다닌다. 마침내 찾아낸 중국집을 단서로 자신이 감금당했던 집을 찾아내고, 그곳을 찾아가 대난투를 벌인다. 그곳에서 대수는 자신을 납치한 주모자를 만난다. 


그 주모자는 대수에게 게임을 제안한다. 왜 자신이 대수를 감금하였는가 그 이유를 알아낸다면 자신이 죽겠다고 한다. 대신 만약 대수가 알아내지 못한다면 대수와 함께 있는 여성을 죽이겠다는 게임이다. 답을 찾는 기한은 5일이다. 서로 사랑을 느낀 대수와 미도는 관계를 가진다. 대수는 필사적으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대수는 마침내 주모자가 자신의 고교 동기생인 우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수와 우진이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우진은 자신의 누나와 서로 사랑하여 육체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목격한 대수는 학교에서 소문을 퍼트리고, 소문에 괴로워하던 우진의 누나는 자살한다. 누나의 자살로 우진은 대수에 대한 복수를 맹세한다. 

우진이 대수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대수에게 미도가 대수의 딸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일순간에 부모를 잃어 홀로 된 미도를 우진이 거두어 키웠고, 대수를 석방한 날 일부로 대수가 미도의 가게를 찾아가도록 장치를 하였던 것이다. 그곳에서 미도를 만난 대수는 그녀에게 까닭 모를 정을 느꼈고, 미도 역시 아버지인 대수에게 끌렸던 것이다. 


우진의 말을 들은 대수는 자신이 딸과 근친상간을 저질렀던 사실을 알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고교시절 소문을 퍼트려 우진의 누나를 죽게 만든 자신에 대한 벌로서 스스로의 혀를 잘라버린다. 우진은 대수와 약속한 대로 권총으로 자살한다.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누가 누구에서 복수를 하였는지 모른다. 눈이 내리는 거리에서 대수와 미도가 다시 만나 걷기 시작하였다. 


이런 류의 극단적인 복수극은 일본 소설이나 만화에서 흔히 등장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의 정서에는 그다지 맞지 않은 것 같다. 특히 근친상간 같은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금기(禁忌)이나 일본의 경우는 예로부터 드물지 않은 사회현상이다. 대수가 퍼트린 소문이 진우의 누나를 죽게 만들었지만, 대수가 악의적으로 퍼트린 소문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모르는 비밀을 알았다고 해서 우쭐대며 퍼트린 소문이었다. 그에 대해 대가는 너무나 참혹하다. 내 개인적으로는 복수 삼부작의 다른 두 작품에 비해서는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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