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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12. 2023

영화: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

원숭이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혹성

영화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은 원숭이들에게 지배되는 미래의 지구로 돌아온 우주인들의 이야기로서 1968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원숭이 모습의 특수 분장으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으며, 개봉 후에는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에 힘입어 속편도 계속 제작되었으나, 속편들은 갈수록 작품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 개봉된 것은 내가 고등학교 입학할 무렵인 1969년 겨울 경이었다고 기억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어 많은 친구들은 이를 감상하였는데, 나는 인간이 원숭이들에게 지배당하고 박해받는다는 설정이 싫어 영화를 보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이를 감상하였다. 아주 재미있었다.  


4인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우주선이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되었다. 이 우주선은 6개월의 우주여행을 거쳐 지구로 귀환할 계획이다. 선장인 테일러(찰톤 헤스톤 분)는 준광속 항행이 허스라인 박사의 시간의 이론에 따라 선내 시간이 1972년 7월 14일인데, 지구 시간은 2673년 3월 23일인 것을 확인한 후 수면약을 주사하고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동면 상태에 들어간다. 


우주선에 무엇인가 문제가 생겨 우주선은 어느 혹성의 호수에 불시착하였다. 착수와 동시에 동면장치가 자동적으로 열려 테일러, 덧지, 랜던의 3인의 남성 우주비행사는 탈출하였지만, 여성 비행사인 스튜어트는 항해 중에 장치가 고장 나 공기가 흘러나와 사망하였다. 다행히 착륙한 혹성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살아남은 3인은 가라앉아가는 우주선을 빠져나와 육지로 올라온다. 

사막과 같은 땅을 빠져나온 일행은 큰 폭포를 만나 뛰어들어 목욕을 하는데, 목욕을 끝내고 나와보니 옷과 가지고 있던 장비들이 모두 사라졌다. 물건을 가지고 간 자들을 뒤쫓는 일행들 앞에 나타난 것은 원시인의 모습을 한 인간의 무리와 그들을 좇는 원숭이들이었다. 원숭이들은 총으로 무장하고 말을 타고 있었다. 원숭이들은 도망쳐 흩어지는 인간들에게 총격을 가하면서 한쪽으로 몰아간다. 이 와중에서 닷지는 원숭이들에게 사살되고, 랜던은 잡히고, 테일러는 목에 중상을 입고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테일러가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많은 인간이 사육되고 있는 동물병원에서 수혈을 받고 있었다. 


이 별에 살고 있는 인간은 지능도 낮고 문화와 언어도 갖지 못한 하등동물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원숭이들은 높은 지능을 바탕으로 고도의 문화를 가지고 있어 하등동물인 인간을 사로잡아 이용하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보면 소설 <걸리버 여행기>가 생각난다. 걸리버 여행기의 <말의 나라> 편을 보면 그곳은 말이 높은 지성을 가지고 고귀한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이곳에는 “야후아”라 불리는 탐욕스럽고 사나우며 더러운 데다 야비하기 그지없는 짐승들이 살고 있는데, 걸리버가 그 야후아라는 짐승을 확인해 보니 바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자. 테일러를 치료하는 친팬지 의사 질러 박사는 원숭이는 원래 사람으로부터 진화한 동물이라 생각하여, 그 사실을 입증하기 위하여 독자적인 연구를 계속해왔다. 시라의 약혼자로서 고고학자인 코넬리어스도 질러의 학설에 조금은 회의적이었지만, 원숭이 사회에서는 터부시 되고 있는 “금단 지역”을 조사한 경험이 있어, 지금까지 진리로 여겨져 왔던 그들의 역사에 대해 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질러는 테일러의 행동이 다른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데다 말까지 하려고 하고 있어 그에게 강한 흥미를 갖게 된다. 목의 부상의 후유증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된 테일러는 자신은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고 종이에 써서 전하려고 한다. 또 질러는 같은 우리에 갇힌 젊은 인간 여성에게는 스스로 “노바”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러나 질러와 코넬리우스의 상사인 오랑우탄 자이어스 박사는 그런 테일러를 위험하게 생각하고 의사소통 시도를 방해한다. 


부상에서 회복한 테일러는 탈주를 기도하지만 원숭이들 무리 앞에서 잡혀온다. 목의 부상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 원숭이들 앞에서 드디어 말을 토해내어 주위의 원숭이들을 놀라게 한다. 테일러는 재판에 넘겨지지만, 법정의 진짜 목적은 어떻게 테일러가 말을 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원숭이 사회에서 당연한 진리라고 여겨져 온 사상에 공공연히 반기를 든 질러와 코넬리우스의 이단적 행동을 단죄하려는 것이었다. 재판관들은 테일러의 주장을 단순한 거짓말로 밖에 받아들이는데 그치지 않고, 테일러는 질러 등의 음모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테일러는 헤어진 동료와의 면회를 요구하지만, 잡혀있던 랜돈은 자이어스의 손에 의해 뇌 수술을 받아 폐인으로 변해있었다. 재판이 끝난 후 테일러는 혼자 자이어스의 집무실에 불려 간다. 자이어스는 테일러를 원숭이들의 성전으로서 출입이 금지된 “금단지대”(禁断地帯)로부터 온 뮤턴트, 즉 돌연변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생각대로 자백하지 않으면 거세와 뇌수술을 행하겠다고 협박한다. 테일러는 자이어스가 도대체 무엇을 무서워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6시간의 유예를 받아 감옥에 돌아온 테일러는 질러의 조카인 루시어스의 도움을 받아 감옥을 빠져나온다. 심리 결과 무거운 처분을 받게 된 질러와 코넬리우스는 스스로 금단지역을 찾아가 자기들의 학설이 옳다는 것과, 자신들이 이단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다. 노바와 함께 해안에 도착한 그들은 뒤쫓아 온 자이어스를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동굴 속으로 데려간다. 코넬리어스가 이전에 동굴에서 발굴한 유물로부터는 약 1,200년 전에 쓰인 “성전”과는 전혀 다른 고도의 기술이 사용된 물품이 여러 개 있었지만, 자이어스는 “성전”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두려워 그것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때 자이어스의 부하가 공격을 시작해 오지만, 테일러는 자이어스를 인질로 잡아 자신과 노바를 위한 무기와 말을 요구한다. 


궁지에 몰린 자이어스는 드디어 실은 자신도 현재의 원숭이 사회의 문명은 과거 인류문명의 유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실토한다. 그는 성전과 모순되는 사실을 그동안 은폐해 왔던 것이었다. 테일러는 질러 등과 이별을 고하고는 노바를 말에 태우고 함께 긴 해안선을 따라 여행에 나선다. 한편 자이어스는 테일러에 대한 추격은 그만두고 부하들에게 명령하여 동굴을 즉시 폭파시키도록 하고, 질러와 토넬리어스를 다시 재판에 회부할 것이라 선언한다. 질러는 테일러가 금단지대를 여행하면서 무엇을 발견할까 걱정하지만, 자이어스는 그것은 “인간의 운명이다”라고 조용히 말한다. 


드디어 테일러가 해안에서 발견한 것은 충격적인 “인간의 운명”이었다. 그것은 파괴되어 쓰러져 해안에 반쯤 묻힌 자유의 여신상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이곳은 바로 미래의 지구였다. 


이 이야기는 인류문명을 비판한 것이라 한다. 그런데 작가는 어떤 입장에서 인류문명을 비판하였을까? 이 영화에서 대비되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와 영화 속의 원숭이 사회이다. 작가는 인류 문명을 비판하면서 [인류 문명=악, 원숭이 문명=선]이라는 구도를 내 세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목적을 위해 진리를 감추는 잘못된 원숭이 사회의 문명을 보여주고, 그것이 바로 현대의 인류 문명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인류 문명을 비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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