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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07. 2023

영화: 왕의 남자

폭군 연산군과 장녹수를 희롱한 광대패 청년


성소수자 등 사회적 마이너러티에 대한 차별은 안될 일이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동성애에 대해 아주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 그래서 동성애 특히 남성들 간의 동성애를 다룬 문학이나 예술 작품에 대한 거부감도 아주 강하다. 그래서 아예 그런 류의 영화나 소설 혹은 TV 프로그램 등은 아예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 <왕의 남자>는 그렇게 훌륭한 영화라고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동성애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상하지 않았다. 


사실 남성간 동성애는 그리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는 남성 동성애가 공공연하게 행하여져 와 로마 황제들도 공개적으로 동성애를 즐기는 형편이었다.  여자가 귀하였던 이슬람 사회에서도 남성 동성애가 확산되어 있었으며, 옛날 중국에서도 황제나 권세 높은 고관들에게 있어 상당히 광범하게 퍼진 현상이었다. 일본의 경우도 무사들 사이에 남색(男色)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어 동성애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은밀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동성애가 행해졌던 것 같다. 


영화 <왕의 남자>는 조선의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왕과 젊은 광대 사이의 동성애적 감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는 2005년에 제작되었는데, 당시까지 우리나라 영화 최대의 관객을 동원할 만큼 흥행에 대성공하였다. 이 영화는 그해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하여 여러 영화상을 휩쓸었다.     


때는 조선 연산군 치하. 줄타기의 명수인 장생(감우성 분)과 그 동료 공길(이준기 분)이 속해 있는 광대 패거리가 공연을 하며 지방을 돌아다니고 있다. 장생은 공길을 아끼지만 공길은 밤이 되면 남창(男娼)이 되어 돈 많은 부잣집 영감들에게 팔리고 있다. 장생은 그런 공길이 안타까워 광대패 우두머리에게 공길에게 그런 일을 시키지 말라고 부탁하나, 우두머리는 먹고살기 위해서는 그러지 않을 수 없다며 거절한다. 마침내 참지 못한 장생은 우두머리를 칼로 찌르고 공길과 함께 도망을 쳐 한양으로 온다. 

한양에서 광대일을 시작한 장생과 공길은 임금인 연산군과 그의 애첩인 장녹수를 풍자하는 공연을 하며 일약 유명인이 된다. 어느 날 둘은 임금을 풍자하였다는 죄로 동료들과 함께 의금부에 체포된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들은 어느 날 왕과 신하들이 모인 대궐 마당으로 끌려나간다. 그 자리에서 그들은 “왕을 웃게 한다면 죄를 용서하겠다”는 연산군의 말을 듣는다. 살길이 생겼다고 생각한 장생은 자신의 모든 재주를 동원해 왕을 웃게 만들려 하지만 왕은 별반응이 없다. 이제 모두 죽었구나 하는 순간, 공길이 기지를 발휘하여 재주를 보여 왕을 웃게 만든다. 그 일로 광대패는 죄를 용서받는다.   


왕의 명으로 장생과 공길이 광대패는 대궐에 눌러앉아 살며 왕에게 재주를 보여주게 된다. 그뿐만 아 아니다. 왕의 명령으로 장생은 여러 재주를 가진 더 많은 광대패들을 선발하여 더 크게 더 자주 왕에게 재주를 보여주게 되었다. 장세와 공길은 시중에 떠도는 궁중에 대한 소문을 소재로 재주를 만들어 왕에게 공연하면, 그 일로 인하여 궁에 피바람이 부는 일이 자주 발생하였다. 연산군은 공길을 총애하여 그를 자주 침소로 부른다. 그리고 아무도 몰라주는 자신의 외로움을 공길에게 털어놓는다. 


장생과 공길은 점점 더 대궐 생활이 무서워진다. 자신들의 공연으로 인해 피바람이 멈추질 않는다. 마침내 둘은 내시 처선에게 자신들을 내보내달라고 애원한다. 그러자 처선은 자신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준다면 그리하겠다고 약속한다. 처선의 마지막 부탁이란 연산군의 어머니인 폐비 윤 씨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공연하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처선은 장생에게 그들이 공연해야 할 연극의 스토리를 알려준다. 

장생과 공길이 공연을 하는 날, 대궐 마당은 왕을 비롯하여 대왕대비와 궁중 궁녀들, 그리고 대신들로 자리가 가득 찼다. 그곳에서 공길은 폐비 윤 씨 역을 맡아 공연을 시작한다. 이야기가 점점 클라이맥스로 향하여 폐비 윤 씨가 사약을 받고 죽은 장면에 이르자 마침내 왕은 참아왔던 울분을 일시에 터트린다. 그의 광기에 찬 행동을 보고 대왕대비는 쇼크로 죽으며, 궁중은 이제 피바람의 전조에 휩싸인다. 대신들은 이제 더 이상 광대 패거리를 대궐 안에 두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두려워한다. 그들은 광대패를 쫓아낼 계략을 꾸민다. 


대왕대비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상복을 입은 연산군은 중신들에게 공길에게 벼슬을 내리도록 하고 그 축하연을 열도록 지시한다. 상 중에 연회를 열 수 없다는 중신들의 간언으로 결국 연회는 취소되고 대신 사냥 놀이가 열린다. 사냥 놀이라 해봤자 진짜 사냥이 아니고, 사람이 짐승의 탈을 쓰고, 뭉툭한 화살을 쏘는 놀이이다. 중신들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공길을 죽이려 한다. 공길에게 가짜 활이 아니라 진짜 활을 쏘도록 하는데, 그 화살을 같은 동료 광대패인 육갑이 몸으로 막아 공길은 죽음을 면한다. 

공길에 대한 왕의 사랑이 깊어지자, 질투심을 느낀 장녹수는 공길을 죽이려 한다. 그리하여 공길의 글씨를 모조하여 왕을 비방하는 글을 한양 거리에 붙이게 한다. 공길이 그 일에 대해 문책을 받게 되자, 장생은 그것은 공길이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것이라고 나선다. 이 일로 장생은 대궐에서 쫓겨나지만 다시 대궐로 돌아와 왕 앞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왕을 비판한다. 그 벌로서 장생은 인두로 눈을 지지는 형벌을 받게 된다. 그 일로 공길은 연산군의 방에서 자살하려고 손목을 베지만 목숨은 겨우 건진다. 그런 가운데 어둠 속에서 왕을 제거하기 위한 반정의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장생과 공길은 연산군 앞에 끌려 나와 줄타기를 하도록 강요받는다. 밧줄 위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광대의 생활은 괴롭지만 다시 태어나도 광대노릇을 하자며 서로 약속한다. 그때 반정 세력이 대궐 안으로 눈사태처럼 밀려 들어온다. 연산군은 놀라 어쩔 줄을 모르고, 장녹수는 내시로부터 피하라는 말을 듣고서도 각오한 듯 자리를 치킨다. 


장소는 바뀌고 어느 야산 기슭에 난 길을 광대패들이 즐거운 듯 노래 부르며 걷고 있다. 그 속에는 장생과 공길, 그리고 육갑의 흥겨운 몸짓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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