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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26. 2021

드라마: 풍림화산(風林火山)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의 무적의 철기군단(鐵騎軍團)

달릴 때는 바람과 같이,  疾きこと風の如く

기다릴 때는 숲과 같이,  徐かなること林の如

공격할 때는 불과 같이,  侵掠すること火の如く

움직이지 않을 때는 산과 같을 것 動かざること山の如し

“故其疾如風、其徐如林、侵掠如火、不動如山、難知如陰、動如雷霆[1]、掠郷分衆、廓地分利、懸權而動”


<손자병법>(孫子兵法)의 <군사편>에 나오는 글이다. 전국시대 맹장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은 손자병법서의 이 전략을 자신의 군대의 행동 전략으로 삼아 자신의 군대의 깃발을 <풍림화산>(風林火山)이란 글귀로 장식하였다. <풍림화산>은 다케다 신겐, 특히 그의 무적의 철기 기마대를 상징하는 군기(軍旗)이다. 다케다 신겐은 전국시대(戰國時代) 카이국(甲斐国), 즉 후지산이 있는 지금의 야마나시 현(山梨県) 부근의 전국 다이묘(戰國大名)이다.  

손자병법의 풍림화산

드라마 <풍림화산>은 2007년 일본 NHK 대하드라마 46번째 작품으로서 방영되었다. 드라마의 제목이 풍림화산이므로 주인공은 당연히 <다케다 신겐>이라 생각되겠지만 그렇지 않다. 주인공은 다케다 신겐의 군사(軍師)인 야마모토 칸스케(山本勘助)이다. 칸스케의 눈에 비쳐진 다케다 신겐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주 내용이다. 


다케다 신겐이라면 누구나 머리에 떠올리는 것이 그의 무적 철기군단이다. 질풍노도와 같은 그 철기군단에 맞서 이긴 군대는 없으며, 철기군단이 질주한 자리에는 적병들의 시체만 뒹굴 뿐이었다. 후에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다케다 신겐 군의 철기병에 맞서다 대패하고, 혼비백산 도망가면서 말 위에서 똥을 쌌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그 똥 싼 바지를 두고두고 보관하면서 전쟁에 임할 때마다 그것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한다. 이 다케다 군의 무적 철기부대도 나중에 그 아들 대에 가서 결국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뎁뽀(鐵砲), 즉 조총 부대에게 전멸 당한다.  


드라마의 대충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군사로서 충성을 바칠 주인을 찾아 여러 지역을 유랑하던 야마모토 칸스케(山本勘助)는 카이국(甲斐国)에서 다케다 가문의 가신에게 습격받은 마을의 처녀를 구해주고, 그녀와 연인이 된다. 이를 계기로 칸스케와 다케다 가문과 여러 가지 마찰이 일어나던 중 그 지역의 영주인 다케다 노부토라(信虎)의 후계자인 다케다 신겐은 아버지에 대해 모반을 하여 아버지를 쫒아내고 스스로 영주가 된다. 이 과정에서 칸스케는 다케다 신겐의 군사가 되어 이후 많은 전공을 세운다. 

이후 다케다 신겐은 그 세력을 급속히 넓혀 나가는데, 그 결과로 결국 에치고(越後, 지금의 니이가타 현)의 영웅 <에치고의 용>이란 별명을 가진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과 부딪히게 된다. 이 결과 전국시대의 전설이 된 카와나카시마(川中島)의 전투가 벌어진다. <카와나카시마> 전투는 거의 10년에 걸쳐 5회 이루어졌는데, 이야기 상으로는 용호상박의 대전투가 벌어진 것처럼 전해 내려오지만, 실제로 전투다운 전투가 벌어진 것은 4차 전투 한번 뿐이다. 다른 전투에서는 부분적인 국지전만 가끔 있었고, 서로 대치한 상태에서 전투가 종료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 4차 전투에서 주인공 겐스케는 전사한다. 


일본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영주들 중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켄신 만큼 서로 대조적인 인물은 없었다. 다케다 신겐은 무장으로서는 뛰어났지만 거구에다 매우 호색한이며, 술을 좋아했으며 생활도 난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에 비해 우에스기 켄신은 결혼도 하지 않을만큼 여자에게 담백하였으며, 종교에 심취하여 금욕적인 청교도적인 생활태도를 지켜왔다. 그리고 주위의 군소 영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면 자신의 이익을 따지지 않고 도와주는 정의한(正義漢)이기도 하였다. 이 두 대조적인 무장이 한쪽은 <풍림화산>(風林火山)이란 군기를, 다른 한 쪽은 비사문천(毘沙門天, 비샤몬텐)이라는 깃발을 들고 천투를 벌였던 것이다. 여기서 비사문천이란 불교에서 4천왕 중의 하나인 무신(武神)을 일컫는다. 

카와나카시마 전투 현장과 당시의 전투 그림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다케다 신겐의 군사인 야마모토 칸스케이지만, 드라마는 칸스케의 시점에서 본 다케다 신겐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므로 실제 주인공은 다케다 신겐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케다 신겐이 실질적으로 주인공인 만큼 이 드라마에서는 다케다 신겐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우선 체격도 술과 고기에 쩔어 비만하였던 실제모습보다는 날씬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그가 취하였던 수많은 여자들도 상황이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것도 역사왜곡이라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 자체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것은 소설가에게 따질 문제라 하겠다. 그리고 소설가 역시 역사적 인물을 모티브로 하여 소설을 썼을 뿐인데 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비샤몬텐 깃발과 풍림화산 깃발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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