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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28. 2021

드라마:공명의갈림길(功名が辻)

도사24만 석, 다이묘(大名)의 길

역사드라마 <공명의 갈림길>(功名が辻)은 일본 NHK 대하드라마로서, 2006년에 방영한 드라마이다. 일본의 역사평론가이자 역사소설가인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가 쓴 같은 이름의 소설을 드라마화한 것이다. <시바 료타로>는 필명으로서 자신은 중국의 사마천(司馬遷)과 같은 역사가가 되고 싶었으나, 사마천에 훨씬 못 미치는 인간이라는 뜻에서 스스로 지은 이름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료마가 간다>(竜馬がゆく), <타올라라 검이여>(燃えよ剣), <나라 훔치기 이야기>(国盗り物語), <언덕 위의 구름>(坂の上の雲) 등이 있으며, 수필집으로 <가도를 간다>(街道をゆく), <이 나라의 모습>(この国のかだち) 등 많은 작품이 있다. 

시마 료타로와 소설 <공명의 갈림길>

이 드라마는 몰락한 사무라이의 집안에서 태어나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도사국(土佐國) 24만 석의 영주가 된 <야마우치 카즈토요>(山内一豊)와 그의 처 치요(千代)의 이야기를 그렸다. 치요 역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얻은 바 있는 <고쿠센>(조폭 선생님)의 주인공 여교사로 나오는 나카마 유키에(仲間由紀恵)가 연기하였다. 특히 이 드라마는 정치와 군사에 초점을 맞추는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부부의 인연과 정, 그것을 둘러싼 여러 일들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도사국(土佐國)이란 일본 혼슈(本州) 아래쪽에 있는 섬인 시고쿠(四國)의 남쪽 지방을 말한다. 

도사국

도사라 하면 어떤 곳인지 아마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아는 사나운 개인 도사견(土佐犬)의 고향이다. 이왕 도사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기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자.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투견이 있어왔는데, 특히 도사 번(土佐藩)에서는 시고쿠견(四国犬)을 사용한 투견이 성행하였다. 과거 일본에는 일반 백성들에게는 개를 키우지 못하게 하였는데, 이것이 19세기 후반 들어 해금되면서 개 사육이 급속히 늘어났고, 이에 따라 투견도 성행하게 되었다. 시고쿠 견은 투견으로서는 다른 일본의 여러 개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였으나, 개방과 함께 서양의 개들이 들어오면서 맥을 추지 못하였다. 이에 좀 더 싸움에 강한 개를 만들고자 시고쿠 견과 <잉글리시 마스티프>, <올드 잉글리시 불도그>, <세인트 버너드>, 크레이트 덴> 등을 교배시켜 도사견을 개발하였다. 

시고쿠견과 도사견

때는 <오케하자마 전투>(桶狭間の戦い)를 목전에 둔 시점이었다. <오케하자마 전투>란 대군을 이끌고 침공한 이마카와(今川)가의 2만 군대를 몇 천의 소수 병력의 오나 노부나가(織田信長)군이 대파한 전투이다. 이 전투는 오나 노부나가의 전국 제패의 출발점이 되었다. <야마우치 카즈토요>(山内一豊)는 아버지와 자신의 아버지가 모신 성주를 멸망시킨 오나 노부나가를 암살하러 오나 노부나가의 영지인 오와리 지역에 잠입하였으나, 오히려 노부나가의 위광에 눌려 그의 부하가 된다. 그리고 노부나가의 나막신 담당 졸병인 키노시타 토키치로(木下藤吉郎, 나중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친하게 된다.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된 카즈토요는 여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다. 그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와의 우정도 키워나간다. 오다 노부나가가 혼노지(本能寺)에서 가신인 아케치 미쯔히데(明智光秀)의 쿠데타에 의해 죽은 후 천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세상이 된다. 카즈토요는 히데요시를 친구이자 주군으로 모신다. 그리고 마침내 도사국 24만 석을 영지로 받는 다이묘로 출세한다. 도사 번은 19세기 말 막부가 무너질 때까지 야마우치 가의 영지가 된다. 

드라마 <공명의 갈림길>

이 드라마의 공동 주인공은 카즈토요와 치요 부부이다. 치요는 당찬 여자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내조의 여왕이라 할 수 있다. 오다 노부나가가 군대 사열을 할 때 치요는 친정으로부터 받은 비상금을 모두 털어 좋은 말을 사서 카즈토요에게 타고 가라고 한다. 열병식에서 노부나가는 훌륭한 말을 가진 가즈토요에게 어떻게 이렇게 좋은 말을 가졌느냐고 묻자 카즈토요는 처가 사주었다고 사실대로 말한다. 노부나가는 진정한 무사 집안이라 크게 칭찬하며, 그때부터 가즈토요의 출세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일본의 여러 교훈집에서 내조의 중요성과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이다. 옛날에는 이 에피소드가 교과서에도 실렸다고 한다. 

야마우찌 카즈토요와 치요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

우리나라 역사상 우리의 가장 큰 원수가 누가냐고 한다면 아마 단연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를 꼽을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이 아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권력을 잡기 전까지는 그는 상당히 호감이 가는 인물이었다. 못생긴 데다 키도 140센티에 불과하며, 보잘것없는 집안에서 태어난 인간. 오다 노부나가의 몸종을 하면서 밑바닥부터 기어 올라가 출세를 하며, 그 과정에서 좋은 집안 출신의 많은 무장들로부터 조롱을 받는다. 


그렇지만 이러한 조롱을 웃어 받아넘기며, 부하들에게는 소탈하고, 정이 많으며 인간미 있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 이러한 히데요시의 캐릭터는 어떤 드라마나 책을 보아도 공통적이다. 그런데 권력을 잡고부터 인간이 180도 변해버려 폭주한다. 심지어는 자신을 태양의 아들이며, 천황가의 후예라고 까지 떠들게 된다. 권력이 자신을 파멸시키고 이웃 나라에게 몹쓸 짓을 하고, 결국에는 스스로의 탐애(貪愛)하였던 아들과 아내까지를 죽게 하고 집안까지를 멸망시킨 사례라 할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말년

카즈토요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권력을 잡은 후에는 친구이자 주군으로 모신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는 히데요시가 폭주하면 옆에서 친구로서 조언을 하곤 하는데, 처음에는 히데요시가 카즈토요의 충고를 어느 정도 받아들였으나, 나중에는 그 충고를 귓전으로 흘리게 되고, 결국은 카즈토요도 더 이상의 충고를 단념하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카즈토요가 히데요시에게 여러 충고를 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쨌는지 모른다. 아마 카즈토요가 입을 닫게 된 것도 스스로의 목숨을 생각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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