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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22. 2023

영화: 괴짜부인

가정 현대화와 남녀평등을 외치는 신식 아내의 분투기

요즘이야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나 가정 내 위치도 예전보다 많아 향상되었지만,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여성의 사회활동은 아주 제한되었고 가정 내에서도 가부장적 경향이 컸다. 지금은 가정 내의 돈 관리는 아내가 하는 집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여자가 집안 경제를 관리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이러한 사회 상황에서 여성의 사회적, 가정 내 지위가 조금씩 향상되자, 1960년대 말부터 활동적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영화가 많이 제작되었다. <괴짜부인>도 이러한 사회 풍조에 맞추어 가정생활의 현대화를 부르짖는 여성을 주제로 한 영화로서 1971년에 제작되었다. 


갓 결혼한 백란(윤정희 분)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좌충우돌이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시부모에게 절을 올리는 자리에서 입고 있는 미니스커트 때문에 제대로 절을 올리지 못해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렇게 시작된 백란의 신혼생활은 매일매일이 요란하다. 이제 가정도 남자 중심에서 벗어나 여자들의 역할이 커져야 된다고 주장하고, 식사도 밥과 국이라는 전통 한식보다는 하루 한 끼 정도는 우유와 빵으로 대체하는 서양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온 집안을 들쑤시면서도 정작 살림에는 서툴러 매일매일이 실수 연발이다. 

시아버지(김희갑 분)는 이런 며느리가 마냥 귀엽기만 하다. 그렇지만 시어머니인 고여사는 다르다. 자신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가고 살림도 못하면서 시끄럽기만 한 며느리가 영 맘에 차지 않는다. 맨날 며느리를 야단치지만 백란은 그런 시어머니의 잔소리를 귓등으로 흘리기 일쑤이다. 백란은 스스로 가정 근대화의 기수라 하면서 집안 살림과 식생활도 현대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설치고 다닌다. 고여사는 매일 백란에게 핀잔을 주지만, 그때마다 시아버지는 백란을 감싸기 일쑤이다. 백란의 남편은 어머니와 아내의 갈등을 보면서 매일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낸다.  


어느 날 고여사가 애지중지하는 목걸이가 사라졌다. 고여사는 이것이 며느리의 짓이라 의심하고,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는 백란을 집에서 내쫓는다. 백란의 남편은 어머니의 뜻이라 거역은 못하지만 백란이 임시로 거처하고 있는 여관으로 가서 그녀를 자상하게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잃어버린 목걸이가 장롱 뒤에서 발견된다. 고여사는 며느리를 의심한 자신의 경솔함을 뉘우치고 다시 백란을 불러들여 사과한다. 그리고는 이제 집안 살림에 있어서 며느리의 생각을 적극 받아들인다. 


이로서 집안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오고 현대적 생각을 가진 백란이 집안을 적극 이끌어가면서 가정생활에도 큰 변화가 오게 된다. 


지금에 와서 이 영화를 보면 약간 어처구니없는 느낌도 들지만 그때만 해도 사회 분위기가 지금과는 현저히 달랐고, 그래서 이런 류의 영화가 꽤 인기를 얻었다. 이 시기에는 왈가닥 영화 등 당돌한 여성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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