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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22. 2023

영화: 폴뉴먼의 법과 질서: 판사 로이 빈의 삶

서부의 마지막 로맨티시스트 로이 빈 판사의 일생

영화 <폴뉴먼의 법과 질서: 판사 로이 빈의 삶>(The Life and Times of Judge Roy Bean)는 19세기말에 텍사스주 벨 버드 군(Val Verde County)에 실재 살았던 인물 로이 빈(1825-1903)의 일생을 내용으로 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유명한 존 휴스턴(John Huston) 감독이 제작을 하였는데, 그는 만년 이 영화를 스스로 되돌아보면서 “영화의 3/4는 고전이라 해도 좋을 만큼 잘 만든 영화였다”라고 회고하였다고 한다. 이 영화는 약간의 코미디 적인 요소도 가지고 있다. 


1890년대의 텍사주 주 페코스 강의 서안 지역은 법률도 정의도 없고, 폭력과 약탈과 무질서가 지배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어느 날 이곳에 한 사람의 방랑자가 악당들을 쫓아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는 악당들의 함정에 빠져 쓰러졌다.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복수를 맹세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릴 무렵 한 멕시코 소녀가 걱정스러운 듯이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방랑자는 소녀로부터 권총을 빌리고는 악당들이 무리 지어 떠들고 있는 술집으로 들어가더니 멋진 솜씨로 악당들을 모두 사살해 버린다. 


그 방랑자는 다음날부터 스스로 판사 로이 빈(폴 뉴먼 분)이라고 자처하면서 그 마을에 눌러앉았다. 그가 개조한 술집은 법정을 겸한 살림집이 되었고, 벽에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대여배우 릴리 랭트리의 커다란 포스터를 붙여 놓았다. 며칠 뒤에 이 마을에 5명의 무법자들을 흘러들어온다. 로이는 그들을 모두 잡아 자신의 조수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로이는 스스로 임명한 판사가 되어 스스로 정한 법을 통해 재판을 하여 악당들에게 벌을 주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판정인 술집의 장사를 통해 돈도 꽤 벌고 있었다.

그가 악당들에 대해 거침없이 사형선고를 내리고 교수형에 처하자 그를 제거하려는 악당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노리는 살인 청부업자들이 가끔 그를 노리고 이 마을로 왔다. 흑인 살인청부업자인 샘 더프스와 같은 쪼잔한 악당들로부터 기묘한 행동을 하는 살인청부업자 배드 봅까지 많은 살인청부업자들이 빈을 노렸으나, 빈은 일체 용서 없었다. 살인 청부업자들은 오는 족족 로이의 손에 죽어나갔다. 그러한 생활 속에서도 가끔은 조용한 시간이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이 마을에 처음 왔을 때 자신을 구해준 멕시코 소녀 마리와 텍사스의 황야를 산책하고 있을 때면 그는 더 없는 평화를 느꼈다. 로이는 마리와 결혼을 하였다.


어느 날 그 마을을 지나가던 사내로부터 커다란 흑곰을 한 마리 선사받았다. 로이는 받기 싫었지만 억지로 곰을 떠안게 되어 곰과도 한 식구가 되어 같이 살았다. 곰은 로이의 친구이자 보디 가드가 되어주었다. 이 곰이 하는 행동이 능청스럽기 그지없다. 능청스러운 곰과 유머러스한 로이는 그렇게 콤비가 잘 맞을 수 없다. 


어느 날 금태 안경을 끼고 양복을 정장으로 차려입은 남자가 마을로 왔다. 그는 변호사 거스라는 인물인데, 빈이 토지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항의해 온다. 빈은 일단 거즈를 흑곰의 우리 안에 처넣었다. 그날 밤 술집에 살인청부업자가 숨어 들어와 흑곰을 죽여버렸다. 갑자기 울린 총성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곰만 죽었을 뿐 로이는 살아있었다. 거스는 로이가 살아있는 것을 보고는 급히 돌아가 버린다. 

로이 빈이 바쁘게 되었다. 마리가 임신한 데다, 릴리 랭트리가 산안토니오에 공연을 하러 온 것이다. 로이에게 있어서는 둘 다 더없이 중요하였다. 그러나 마리는 로이가 얼마나 릴리를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으므로 자신은 괜찮으니 릴리의 공연을 보고 오라고 권한다. 릴리는 로이에게 있어 실로 이상의 여인이자 여신이었다. 마리의 격려를 받은 로이는 통신판매를 통해 구입한 택시드를 입고 산안토니오로 간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표가 이미 매진되어 공연장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공연장 근처에서 서성이든 로이는 암표상에게 속아 표도 구하지 못하고 가진 돈을 모두 털린다. 


다시 로이는 마을로 돌아왔다. 마리는 아이를 낳다가 그만 죽어버렸다. 릴리의 공연을 보러 가느라 로이는 아내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하였다. 그녀가 숨을 거둔 때 베개 옆에서 올고 있었던 것은 전부터 그녀가 가지고 싶어 했던 오르골이었다. 흘러나오는 곡은 언젠가 로이가 석양 아래서 흥얼거리던 “텍사스의 노란 장미”였다. 로이는 슬픔보다도 분노가 타올랐다. 옆 마을에 사는 의사를 불렀지만, 의사가 술에 절어 들어 제시간에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이는 스스로 의사를 교수대로 데리고 간다. 그때 거스가 나타났다. 로이가 없는 사이 자신이 촌장으로 선출되었다면서, 목을 매다는 것은 살인죄라고 소리 지른다. 로이는 그대로 말에 올라타더니 곁눈질 한번 않고 마을 밖으로 떠난다. 

다. 로이는 어디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도 없다. 로이의 재판정이자 자택인 술집에는 몇 명의 무법자 출신 로이의 옛 조수들과 아름다운 처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로즈로서 바로 로이의 딸이다. 마을 근처에는 유전이 터졌다. 이 일대의 땅주인인 거스는 로이의 집이 자신의 소유라면서 서류를 들이밀고 집을 비우라고 한다. 그러나 로즈와 옛 조수들은 절대 집을 넘겨줄 수 없다고 버틴다. 그러자 거즈는 경찰을 동원하여 강제로 로즈와 옛 조수들을 쫓아내려 한다. 


그때 한 노인이 이곳을 찾아온다. 바로 지난 20년간 행방불명이 되었던 로이 빈이었다. 그는 로즈를 강제로 쫓아내려는 거스의 부하들과 경찰들을 상대로 격렬한 저항을 한다. 그들을 상대로 치열한 싸움으로 생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로이는 총을 맞고 조용히 죽어간다. 로즈가 아버지의 얼굴을 본 것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었다. 


이 영화를 감상하자면 중간중간에 웃음이 나온다. 코미디적인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가슴이 찡해온다. 그리고 마지막 로이가 자신의 딸 로즈와 옛 조수들을 데리고 거스가 동원한 경찰들과 싸우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깊은 감동을 느낀다. 


로이 빈은 낭만주의자이다. 한 사람의 낭만주의자인 삶이 토지소유권과 계약이라는 현대적 제도를 만나 조용히 스러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이다. 그동안 웨스턴을 즐겨 감상하였지만, 이 영화만큼 깊은 감동을 주는 영화는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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