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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23. 2023

영화: 애마부인

한국 에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영화

우리나라는 문화 분야에서는 성적 표현에 대한 규제가 강하였다. 물론 아랍권 등 무슬램 국가 정도는 아니지만, 범 서방진영에 속한 국가로서는 규제 강도가 상당히 높았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영화들도 우리나라에서는 문제가 되어 수입이 금지되거나 내용이 잘려 나가기가 일쑤였다. 


1960-70년대에 걸쳐 <엠마누엘>이나 <O의 이야기> 등 성과 관련한 소설이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또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포르노 영화들도 합법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성적 표현에 대한 규제가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었다. 이들 해외 영화에 영향을 받아 호스티스 영화, 불륜 영화 등이 많이 제작되었지만, 이들 영화에서 조차 성적 표현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1980년대 신군부가 정권을 잡으면서 성에 대한 규제가 상당히 완화되었다. 신군부가 자신들의 독재체제를 강화하기 위하여 스포츠, 스크린, 섹스라는 소위 “3S” 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영화 <애마부인>은 이러한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1982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의 제목은 당초 ‘말을 사랑하는 부인’이란 뜻의 <愛馬夫人>이었다. 그랬던 것이 제목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검열 당국의 지적을 받아 같은 발음의 <愛麻夫人>으로 바뀌게 되었다. 말은 남성상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애마(愛馬)라는 표현이 거슬렸던 모양이다. 


<애마부인>은 이전의 호스티스 영화나 불륜 영화들과는 달랐다. 많은 노출은 물론이고 이전의 한국영화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성적 표현들을 과감하게 담았다. 특히 주인공 애마가 밤에 바닷가에서 나체로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은 당시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이와 아주 비슷한 장면을 <말과 여자와 개>(馬と女と犬)라는 일본영화에서 보았다. 아마 그 영화에 영향을 받은 장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애마의 남편은 사업을 핑계 삼아 자주 외도를 했고, 이러한 이유로 부부싸움이 잦았다. 어느 날 남편이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 다투다가 사람을 죽이게 된다. 이로 인해 애마의 남편은 8년형을 받아 교도소에 갇힌다. 주위 친구들은 애마에게 이혼을 권하지만 그녀는 혼자 외로이 살며 남편 면회를 하러 다닌다. 그런 중에 애마는 우연히 화가인 김동엽을 만난다. 또 아파트에서는 우연히 옛 애인 김문오도 만난다. 

애마는 김문오와 김동엽을 오가며 성적 관계를 갖는다. 동엽은 애마에게 순수한 사랑을 느끼며, 애마도 마찬가지이다. 동엽은 애마에게 남편과 이혼하고 함께 프랑스로 떠나자고 권유한다. 애마는 동엽의 권유를 받아들여 함께 파리로 갈 것을 약속하는데, 마침 떠나는 날 아침에 남편이 특사로 출감한다. 망설이던 애마는 동엽 대신에 남편을 선택하고, 공항으로 가지 않고 교도소로 남편을 만나러 간다. 


영화 <애마부인>은 본격적인 에로물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었다. 과거 호스티스 영화나 불륜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는 성적 관계에 있어서 여성은 수동적이었고 피해자적인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애마부인은 자신의 의지로써 다른 남자와 성적 관계를 갖는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역시 한계는 있었다. 남편과 애인 사이에서 번민을 하다가 결국은 남편을 선택한다는 통속적인 전개이다. 


여하튼 애마부인은 대히트를 기록하였다. 이를 시작으로 속편이 계속 제작되었으며, 속편이 제작될 때마다 주인공 애마 역의 배우는 바뀌었다. 지금까지 13편의 <애마부인>이 제작된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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