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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26. 2023

영화: 테이이치의 나라(帝一の國)

엘리트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권력의 핵심 인사에서 상위 대학 출신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일본에서도 옛날부터 국회의원, 정부 고위관료들은 특정 학교가 독차지하다시피 하였다. 정치가와 고위 관료들은 동경대 법대 출신의 비중의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관료로서 입신출세를 노리는 사람들은 먼저 동경대 법대를 지망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고등학교 평준화가 이루어져 특목고나 외국어고를 제외하고는 명문대학에 특히 많은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고교가 특별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평준화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서울과 지방의 몇몇 고교가 명문대학 입학을 석권하다시피 하였다. 


고교평준화가 되지 않은 일본에서는 지금도 명문 고등학교가 남아있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야 한다. 이뿐만 아니다. 특정 대학과 계열관계에 있는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고교를 졸업하면 입학시험 없이 바로 같은 계열의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몇몇 명문고교에 대해서는 고교 입시 때부터 경쟁이 치열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그런 고교에 들어가서도 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낼 경우 상위 대학에 쉽게 진학할 수 있다. 영화 <테이이치의 나라>(帝一の國)는 이러한 상황에서 고교 내에서의 권력싸움을 주제로 하고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같은 제목의 만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2017년에 제작되었다. 

주인공인 아카바 테이이치(赤場帝一)는 카이테이 고교(海帝高校)에 입학한다. 테이이치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학생회장의 연설을 듣고 감격하여 언젠가는 자신도 학생회장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카이테이 고교는 원래 해군장교를 길러내는 학교였는데, 지금은 관료와 정재계의 일류 인재을 육성하는 학교이다. 데이이치의 아버지 요스케도 카이테이 고교 출신이었지만, 학생회장 선거에서 도코 키쿠마의 아버지에게 져서 출세가도에서 그에게 항상 한 발자국씩 밀리고 있다. 테이이치의 아버지 요스케는 현직 경제산업성 차관이며, 고교 때 학생회장 선거에서 요스케에게 이긴 키쿠마의 아버지는 경제산업성 장관이다. 두 사람은 경제산업성의 장관과 차관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고교 때부터의 원한이 이어져 서로 시기하고 미워하는 사이이다. 


테이이치는 자신의 학급의 반장이 된다. 반장과 부반장은 자동적으로 학생회 평의회의 회원이 되는데, 평의회는 학교 생활에 대한 중요 결경을 내리게 된다. 학생회장은 평의회의 회장이 된다. 테이이치는 학생회장이라는 학교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전의를 불태운다. 그런데 학생회장이 되려는 사람은 테이이치뿐만 아니다. 아버지 때부터 악연이 계속된 키쿠마도 학생회장이 되려고 갖은 수단을 마다하지 않는다. 


학생회장은 3학년 생이 맡게 된다. 그리고 학년 중간에 2학년 학생들 가운데 차기 학생회장을 뽑으며, 차기 학생회장이 3학년이 되면 자동적으로 학생회장이 된다. 이제 차기 학생회장 선거가 시작되었다. 테이이치는 강력한 차기 학생회장 후보인 하므로 롤란드(氷室ローランド)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의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테이이치는 롤란드의 명령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하게 된다. 그렇지만 롤란드의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그가 많은 부정을 저지르고 비겁한 수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테이이치는 또 도청기를 설치하여 롤란드가 키쿠마와 결탁하여 자신을 버리는 돌로 사용하려고 하는 속셈을 알게 된다. 

위기를 느낀 테이이치는 롤란드와 경쟁하는 모리조노(森園) 진영으로 옮겨 롤란드 진영과 싸운다. 처음에는 경쟁이 될 것 같지 않았던 모리조노였으나, 그의 민주적인 사고방식이 점점 학생들의 마음을 얻게 되자 롤란드는 뇌물을 뿌려 표를 얻으려 한다. 그렇지만 이것이 도로 역효과를 불러들인다. 카이테이 고교의 학생회장 선거는 평의회 의원들만이 투표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투표 당일 개표를 하니 롤란드와 모리조노와 일진일퇴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모리조노가 학생회장으로 당선된다. 


세월은 흘러 테이이치가 2학년이 되어 학생회장에 도전한다. 후보는 테이이치와 그의 라이벌인 키쿠마, 그리고 학교 권력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테이이치의 친구 단(弾)이다. 개표를 하니 키쿠마는 초반에 탈락하고 테이이치와 단이 업치락 뒤치락하면서 끝까지 가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단에게 투표한 테이이치의 한 표 때문에 단이 학생회장에 당선된다. 학생회장에서 떨어진 테이이치는 그동안 그렇게 치고 싶었던 피아노를 치면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학생회장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과 음모, 모략은 현실성은 낮으나 현실의 정치투쟁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여 한편으로는 재미있다. 극적인 재미로만 따진다면 아주 수작(秀作)이다. 만화를 토대로 한 영화들이 대개 스토리가 탄탄하다. 카이테이 고교의 학생 집회의 모습, 학생 평의회의 식장의 모습과 진행, 테이이치의 연설 장면 등은 마치 나치 독일의 히틀러의 연설과 집회 장면, 소련 스탈린 시대의 전체주의적 광란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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