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Jun 14. 2023

영화: 그래 그래 오늘은 안녕

산업화의 그늘에서 꺾어지는 가난한 연인들

1970년대는 고도성장기였지만 그 그늘에서 좌절을 겪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었다. 매년 경제성장률은 10%를 오르내렸지만 기초생활비도 못 되는 적은 돈을 받으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도시의 그늘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앞날이 암울하다고 절망하고 있다고 하고 고도성장기의 옛날을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그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이 시대를 헬 조선이나 뭐니 하지만, 진짜 헬을 경험해 보지 못해서 하는 말들이다. 


그 시대에는 물론 대학을 나오면 웬만하면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었지만,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들은 전체의 10%도 안되었다. 나는 1973년에 대학에 입학했는데, 그때 나와 같은 나이의 젊은이는 80만 명이 넘었지만, 대학 정원은 6만 명 정도에 불과하였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들어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면서 열악한 직업환경 속에서 중노동을 견뎌야 하였다. 그 당시 분신자살을 하여 죽은 전태일 열사가 죽으면서 주장한 것도 무슨 대단한 요구를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노동법을 지켜달라는 것뿐이었다. 


영화 <그래 그래 오늘은 안녕>은 이러한 시대를 사는 젊은 연인들의 이야기로서 1976년에 제작되었다. 선희는 조그만 서민 아파트에 살면서 배우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선희는 이곳저곳 오디션이 있는 곳마다 달려가 지원을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배우를 미끼로 그녀에게 음흉한 손길을 뻗을 뿐이다. 그녀의 삶은 매일매일이 좌절의 연속이다. 

선희에게 있어서 유일한 위안은 그녀의 애인인 영철이다. 선희와 영철은 가난한 생활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살아가고 있다. 영철은 복싱선수로서 챔피언으로의 성공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지 않다. 그에게는 스파링 파트너의 역할만 돌아올 뿐 시합에 나갈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선희는 매일 멍 투성이의 얼굴로 돌아오는 영철을 보며 가슴이 아프다. 


어느 날 영철에게 시합에 나갈 기회가 주어지는데, 상대선수에게 일부러 져주는 것이 조건이었다. 져주기로 약속을 하고 시합에 나갔지만, 영철은 오만한 상대방이 자신을 비웃는 것을 참지 못하고 상대에게 강펀치를 휘둘러 KO 시키고 만다. 영철이 약속을 깼다고 화가 간 상대방 측은 깡패를 보내어 영철에게 보복을 해와 이들과 싸우던 영철은 폭행혐의로 감옥에 가게 된다. 


괴로운 삶 속에서도 유일한 위안이던 영철마저 감옥에 가자 선희는 시름시름 앓아 눞는다. 영철이 형기를 모두 채우고 출감하여 선희에게 달려가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을 앞둔 선희였다. 선희는 뇌종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선희는 자신을 찾아온 영철에게 마지막 미소를 보내며, 영철은 마지막 입맞춤으로 그녀를 떠나보낸다. 


그 시대에는 부동산투자니 뭐니 해서 떼돈을 버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압도적으로 더 많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렇게 사회 밑바닥을 전전하면서 살아왔다. 그런 옛일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은 하여야 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어 피유 굿 맨(A Few Good Me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