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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31. 2023

영화: 작은 숙녀를 위한 큰 손

도박판에서 벌어진 좌충우돌 신경전을 그린 이색 서부극

서부극의 백미는 뭐라 해도 화려한 건 파이트이다. 총싸움이 없는 서부극이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영화 <작은 숙녀의 큰 손>(A Big Hand for the Little Lady)은 서부극이면서 총싸움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총싸움이 아니라 아예 총자체가 보이 지를 않는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개봉되지 않았는데, 일본에서는 <텍사스의 5인의 동료>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1966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비록 총싸움은 없지만 영화 내내 긴장감과 긴박감이 흐르는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왜 우리나라에는 수입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1896년 텍사스의 어느 마을, 마을 술집에 트롭, 헤이버쇼, 드래먼드, 뷰포드, 윌콕스 이렇게 다섯 명의 인물이 모인다. 이들 다섯 명은 이 마을의 쟁쟁한 유지들로서, 이들은 재판 도중에 빠져나온 판사, 딸 결혼식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온 사람 등 모두 열 일을 제치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모인 것은 이들이 1년에 한 번씩 벌이는 포커판 때문이다. 이 다섯 명은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도 못할 큰돈을 걸고 1년에 한 번씩 포커를 하게 되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마을 사람들이 이 대승부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지만, 그들은 술집에 마련된 특실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일체 막으면서 포거를 시작한다. 


게임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텍사스를 여행하고 있는 멜디스(헨리 포드 분)란 남자가 아내 메리, 그리고 어린 아들 재키와 함께 이 술집으로 들어온다. 그들은 텍사스에 작은 농장을 하나 매입하여 그리로 생활의 터전을 옮기기 위하여 여행하는 중 하룻밤 묵어가기 위해서이다. 멜디스는 이곳 특실에서 큰 포커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눈빛이 바뀐다. 그러자 아내 메리는 그동안 포커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느냐고 하면서 남편에게 포커는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렇지만 멜디스는 포커판 구경만 하지 절대로 게임에는 끼지 않겠다고 하면서 포커가 벌어지는 방으로 들어간다. 포커를 하고 있던 멤버들은 멜디스에게만은 포커의 참관을 허락한다. 

메리는 남편에게 포거를 절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 후 말 편자를 고치러 밖으로 나간다. 그러자 포거를 구경하던 멜디스는 참지 못하고 포커판에 끼려고 한다. 어린 잭이 아버지에게 매달리며 필사적으로 말려보지만 소용이 없다. 멜디스는 방에 올라가 목장 구입 대금인 전재산 4천 불 중 1천 불을 빼서 내려와 포커판에 합류한다. 그러나 그 1천 불은 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진다. 멜디스는 다시 방으로 올라가 남은 3천 불을 가지고 온다. 다시 게임을 시작하지만 그 3천 불도 조금씩 사라져 간다.  


이때 메리가 술집으로 돌아와 남편이 포커판에 끼었고, 이미 천불을 날린 위에 나머지 3천 불도 위태하게 되어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그녀는 남편을 말리기 위해 포커판에 뛰어든다. 포커판에는 이미 패가 나뉘어 있었다. 메리가 그만두라고 말리지만 패는 이미 돌려진 상태이다. 상대방이 베팅을 하고 멜디스가 이를 받을 차례이다. 상대방의 레이즈를 일단 받은 후 멜디스는 지나친 긴장으로 심장발작을 일으켜 쓰러진다. 의사가 달려와 더 이상 멜디스가 게임을 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여기서 게임을 그만두면 지금까지 베팅한 돈은 모두 날리게 된다. 멜디스는 자신이 움켜쥔 패를 메리에게 주면서 대신 게임을 하라고 부탁한 후 병원으로 실려간다. 


게임 멤버들은 메리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겁박한다. 메리는 자신이 남편대신 게임을 하겠다고 하면서 포커판에 낀다. 메리는 자신은 포커를 할 줄 모르니까 가르쳐 달라고 한다. 이렇게 다시 게임이 시작되었다. 남편에게 받은 카드로 이제 베팅할 일반 남았다. 메리에게는 이제 천불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때 상대방이 마지막 베팅으로 3천 불을 레이즈 했다. 메리로서는 아무리 패가 좋아도 3천 불이 없으면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포커판의 규칙은 상대방이 베팅한 만큼의 돈이 없으면 자동으로 아웃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메리는 자신이 가진 돈 천불만 걸겠다고 하지만 소용이 없다. 다른 멤버들은 돈을 가져오던지 아니면 다운하던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메리를 겁박한다. 

메리는 이곳에 은행이 있는가를 묻는다. 누군가가 마을에 은행이 있다고 대답하니, 그곳에 가서 돈을 빌리겠다고 하며 나선다. 그러자 다른 멤버들도 그녀를 따라나선다. 은행에 간 메리는 은행장에게 지금까지의 사정을 말하고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그러나 은행장은 메리가 누군지도 모르며, 게다가 이런 위험하 일에 돈을 빌려줄 수 없다고 거절한다. 그러자 메리는 은행장 눈앞에 자신이 가진 카드 패를 들이밀면서 자신이 아니라 이 패를 보고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은행장의 낯빛이 서서히 변한다. 그렇지만 결국 그는 돈을 빌려줄 수 없다고 거절한다. 


일행은 다시 포커판으로 돌아왔다. 포커는 다시 시작되었다. 멤버들은 메리에게 빨리 결정을 하라고 겁박을 한다. 더 이상 돈을 마련할 수 없는 메리로서는 절망적인 상태이다. 메리가 뭔가 결정을 하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은행장이 들어와 메리 옆에 앉는다. 그리고는 메리에게 은행 돈은 빌려줄 수 없지만, 자신의 개인의 돈을 빌려주겠다면서 포커를 계속하라고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베팅한 3천 불에 대해 5천 불을 더 받아친다.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은행장을 보고는 멤버들은 한 명씩 패를 드롭하고, 마침내 이 판은 메리의 승리로 끝나고, 그와 동시에 포커판도 마감되었다. 


장소가 바뀌었다. 어느 클럽의 조용한 방에서 은행장, 의사, 멜디스, 메리, 잭 이렇게 다섯 명이 모였다. 은행장은 돈을 나누고 있었다. 멜디스와 메리는 부부가 아니었다. 이들은 은행장의 계획 하에 포커 멤버를 상대로 사기를 치기 위해 모였던 것이다. 사기 계획은 멋있게 성공하여 딴 돈을 사이좋게 나누고 있는 것이다. 메리는 최강의 갬블러이다. 그녀는 나눈 돈을 가지고 새로운 도박장을 찾아 나선다. 


이 영화는 총 한방 없는 영화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잠시라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그러한 긴박감의 연속이다. 도박판에 끌려 들어가 돈을 잃으며 초조해하는 헨리 폰더의 연기는 일품이다. 지금까지 본 웨스턴 영화 중에 손꼽을 만한 재미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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