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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24. 2023

영화: 호텔 하이비스커스(Hotel Hibiscus)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혼혈아 가족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하이비스커스(Hibiscus) 호텔이라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이 있다. 그런데 같은 이름을 한 작은 호텔이 일본 오키나와에 있다. 가족들이 시골 변두리 낡아 찌그러질 듯한 작은 집에 <호텔 하이비스커스>라는 빛바랜 간판을 걸고 식사 포함 하루 3천엔(약 3만 원)의 돈을 받고 방을 빌려주고 있다. 물론 손님은 거의 없다. 영화 <호텔 하이비스커스>(Hotel Hibiscus)는 이런 호텔 하이비스커스에서 일어나는 가족들과 손님의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2002년에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먼저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영화의 무대가 되는 오키나와(沖縄)에 대해 알아보자. 오키나와는 예로부터 류큐왕국(琉球王國)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양 탐험가들의 기록을 보면 류큐는 일본보다 오히려 한반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래전부터 중국에 조공을 하며 독립 왕국으로 이어져 왔으나, 17세기 초 일본 사쓰마(薩摩) 번의 침략을 받아 규슈의 한 지역으로 편입되다시피 하였으나, 그 후 다시 상당한 정도로 독립을 되찾았다. 그러다가 19세기 후반 완전히 일본에 편입되었다. 2차 대전 때는 미군과 일본군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다. 미군은 일본 본토 상륙을 위한 거점으로서 이곳을 공격하였고, 일본은 전원 옥쇄라는 결사 항쟁으로 맞서 치열한 전투 끝에 군인을 물론 수많은 민간인들의 희생이 있은 후 미국에 점령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1768148134


일본 패전 후에도 이곳은 주일 미군의 중요한 주둔 지역으로서 지금까지 이어왔는데, 미군과 주민 사이에 많은 마찰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미군이 이곳에 오래 주둔하다 보니까 미군과 주민들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경험하였듯이 미군이 현지 여자와 결혼하고 태어난 아이를 버리고 홀로 귀국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나왔다. 일본은 혼혈아에 대한 차별이 우리나라만큼은 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들 혼혈아들은 아버지 없이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어렵게 자랐다. 영화 <호텔 하이비스커스>는 이러한 문제를 담담히, 아니 약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 <호텔 하이비스커스>는 전쟁이나 차별, 국적문제 등은 어둡게 문제를  주인공 미에꼬(美恵子)를 중심으로 코믹 터치로 접근하고 있다. 호텔 하이비스커스는 1박 4천 엔의 요금을 받았으나, 지금은 식사포함 3천 엔을 받고 있다. 손님이 숙박할 수 있는 방은 1개뿐이다.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초등학교 3학년인 미에꼬를 비롯하여 바에서 일하며 집안을 이끌고 나가는 미인인 엄마, 샤미센과 당구를 즐기는 아빠, 흑인과의 혼혈아 켄지 오빠, 백인과의 혼혈아인 사치꼬 언니, 그리고 항상 담배를 입에 물고 다니는 할머니이다. 완전히 인터내셔널 한 가족이지만, 모두 사이좋고 명랑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 떠돌이 나그네인 청년 노토시마(能登島)가 장기 숙박을 하게 된다. 


이렇게 5명의 가족과 한 명의 손님이 함께 생활하던 중 미국에서 사치꼬의 아버지 소식이 전해와 엄마와 사치꼬 언니는 미국으로 떠난다. 남은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던 중 켄지의 아버지가 인근 미군부대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켄지는 동경에 가서 복싱 선수로 출세하는 것이 목표이다. 선물을 가득히 사서 미국에서 돌아온 엄마와 사치코 언니는 가족들과 함께 아빠를 만났던 이야기를 나누며, 켄지는 흑인 병사인 아버지를 만나러 가지만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먼 발자취에서 눈빛으로만 애타는 감정을 나눌 뿐이다. 이렇게 가족들은 각자 가슴에 상처를 안고 있지만, 현재의 현실적인 입장에서 서로를 속박하지 않고 명랑하고 즐겁게 살아간다. 


이 이야기에서 직접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아마 엄마는 이전에 미군을 상대로 하는 기지촌 여성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켄지는 흑인 병사와의 사이에서, 그리고 사치꼬는 백인 병사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인 것 같다. 그리고 막내 미에꼬는 지금의 남편인 ‘아빠’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이렇게 3남매는 모두 아빠가 다르다. 그렇지만 이 가족들에게는 어떤 그늘도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는 이러한 가족들이 안고 있는 그늘들을 코믹하게 그리면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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