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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05. 2023

영화: 서울야화

남편의 무관심으로 불륜에 빠져드는 유부녀

남편의 외도와 무관심으로 아내가 불륜에 빠져든다는 설정의 영화는 1980년대 붐을 이루었던 에로 영화의 통속적인 설정이었지만, 이보다 훨씬 앞서 이러한 설정의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서울야화>이다. 이 영화는 1969년에 제작되었다. 


현자(문희 분)는 대학 교수와 결혼을 하였지만, 남편은 연구 일에만 몰두할 뿐 자신에게는 도무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생활에서 현자는 점점 외로움을 느껴간다. 그러던 중 현자의 남편은 며칠 동안 출장을 갔다. 집에 혼자 남은 현자는 대학 동창들과 약속하여 수다를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의 화제는 카바레에서 놀기나 바람피우기 등이지만 현자는 그런 친구들의 대화를 기피한다. 


어느 날 현자는 친구인 은아네 집에 갔다가 그녀의 남편인 상억이 바로 자기가 이전에 사귀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다. 그렇지만 현자는 은아에게 모른 척하며 그 사실을 숨긴다. 현자의 친구들은 남편의 출장으로 현자가 혼자인 것을 알고 카바레에 놀러 가자고 꼬드긴다. 그런데 카바레에서 현자는 다시 상억을 만단다. 상억과 현자는 옛 생각을 하면서 함께 춤을 춘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현자와 상억의 밀회는 점점 더 잦아진다. 그러자 마침내 이 사실은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격분한 은아는 현자의 남편에게도 이를 알린다. 

모든 것이 드러난 현자는 집을 나온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갈 곳이 없다. 친구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그녀에게 주위의 눈초리는 사늘하다. 죄책감에 시달리며 갈 곳을 잃은 현자는 마침내 자살을 시도한다. 병원으로 실려간 현자는 눈을 뜨자 남편과 은아의 얼굴을 발견한다. 두 사람에게 잘못을 비는 현자에 대해 남편은 그녀를 용서하고, 은아 또한 그녀에 대한 미움을 푼다. 이렇게 하여 현자는 다시 남편이 기다리는 가정으로 돌아가고, 남편도 그동안 아내에게 소홀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이 행복하게 출발할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은아도 다시 가정으로 돌아온 상억과 재출발을 약속한다. 


배우 문희는 비교적 청순한 역을 많이 맡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불륜을 저지른 아내 역을 맡았는데, 문희로서는 익숙지 않은 역할이다. 물론 <미워도 다시 한번> 시리즈와 같이 혼외정사를 주제로 한 멜로드라마에 단골 출연하였지만, 어디까지나 수동적이고 남자에게 속아 버림을 받는 역이었다. 스스로 불륜을 저지른 이러한 역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보는 문희의 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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