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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28. 2023

드라마: 언덕 위의 구름(坂の上の雲)

일본의 약진하는 시대를 살아간 세 청년의 이야기

<언덕 위의 구름>(坂の上の雲)은 제목 만으로 보면 로맨스 드라마나 청춘 드라마처럼 생각되지만 상당히 무게 있는 역사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역사 평론가이자 역사 소설가인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의 동명의 소설을 드라마화한 것이다. 일본에는 많은 뛰어난 역사 소설가들이 있는데, 시바 료타로는 그 가운데서도 아마 가장 인기 있는 작가일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 소설은 시바 료타로의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2079113162

시바 료타로와 그의 소설 <언덕위의 구름>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으로 막부가 무너지고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 일본은 그야말로 욱일승천의 기세였다. 1870년부터 1910년 사이의 기간의 일본은 사람으로 치면 이제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시기 정도로 비유될 것이다. 서양의 문명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일본 안에서도 각 분야게 걸쳐 수많은 인재들이 등장하였다. 드라마 <언덕 위의 구름>은 이 시기에 같은 시골 깡촌에서 태어나 군대와 문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세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메이지 유신을 거쳐 새로운 국가로 탄생한 일본이 구미 열강으로부터 새로운 문명과 문화를 배우면서 근대국가로서 체제를 정비해 나가며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라는 두 전쟁을 거쳐가는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 왜 “언덕 위의 구름”인가? 여기서 “언덕 위의 구름”은 이상(理想)을 의미한다. 세 젊은이가 자신이 그리는 이상, 그리고 청년 일본의 이상을 바라보면서 정진해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고 하여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이다. 이 드라마는 모두 9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3년에 걸쳐 NHK 특별 프로그램으로서 방영되었다. 3년 동안 1년에 3편씩 방영된 것이다. 그런 만큼 이 드라마는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우선 이 드라마를 이끌고 있는 세 인물에 대해 알아보자. 아키야마 요시후루(秋山好古)는 시고쿠(四国)의 시골 마을에서 가난한 무사의 아들로 태어나 사관학교를 거친 후 육군에 입대하여 기병부대를 창설하였으며 육군대장까지 올랐다. 그리고 그의 동생인 아키야마 사네유키(秋山真之)는 해군전술의 창안자로서 러일 전쟁에서 러시아 발틱함대를 무찌르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그의 최종 계급은 해군 중장이었다. 그리고 사네유키의 친구로서 메이지 시대 일본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가 바로 그들이다. 이 드라마는 이들 세 사람의 인생을 더듬어 나가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1. 제1부


시고쿠의 시골에 태어난 아키야마 요시후루는 청운의 꿈을 품고 집을 떠나 사관학교에 입학하여 육군 장교로 임관한다. 그리고 그의 동생 아키야마 사네유키 역시 고향을 떠나 형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면서 친구인 마사오카 시키와 함께 동경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곧 학교생활에 회의를 느껴 학교를 중퇴하고 해군에 입대한다. 마사오카 시키는 하이쿠(俳句, 일본 전통의 짧은 시)의 혁신을 지향하면서 동경제국대학에 입학하지만 결핵에 걸린다. 


드디어 청일전쟁이 시작되면서 아키야마 형제와 시키는 각자의 입장에서 이 전쟁과 관련을 가진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 앞으로는 다시 러시아의 위협이 다가온다. 드라마에서는 청일전쟁에 있어서 특히 해전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때 청나라는 서태후의 사치와 향락으로 인해 군함의 포탄을 살 돈이 없어 일본 해군에 패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이때 청나라의 패전은 비단 무기뿐만 아니라 부정부패와 위계질서의 붕괴 등으로 인한 군의 총체적인 부실 때문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서는 리훙장과 그가 이끄는 중국군이 나라를 위해 용감하게 싸우는 것으로 좋게 묘사되고 있다. 


2. 제2부


청일전쟁이 끝난 후 극동 지역의 패권을 둘러싸고 일본과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었다. 러시아와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 일본은 전쟁 준비에 들어가며, 그 일환으로 영국과 동맹을 맺는다. 한편 사네유키는 해군대학교 교관이 되어 차세대의 지휘관을 양성하기 위해 헌신하며, 시키는 하이쿠의 혁신을 위해 노력하지만 힘든 투병생활 끝에 세상을 떠난다. 요시후루는 프랑스에 무관으로 파견되어 새로운 서구문물을 접하게 된다. 이 당시 일본 육군에서는 군에서 출세를 하기 위해서는 독일로 파견되어야 했으므로 프랑스 파견은 기피하는 실정이었는데, 요시후루는 프랑스 파견 명령이 떨어지자 두말없이 프랑스로 향한다. 


일본은 러시아와 외교교섭을 통한 관계 회복을 도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준비를 착착 진행시킨다. 러시아와 전쟁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일본은 아직 러시아와 싸우기 위해서는 돈이 부족하다. 그래서 전비 조달을 위해 재무장관이 직접 영국으로 가서 영국 금융가를 통해 돈을 빌린다. 프랑스로부터 귀국한 아키후루는 장성으로 진급하여 기마부대를 창설한다. 그리고 사네유키는 일본 연합함대의 작전참모로 임명된다. 드디어 일본은 러시아와 단교를 하고, 선전포고를 한다. 연합함대는 러시아 극동함대의 기지인 뤼순을 공격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공격은 실패한다. 그러자 대본영(大本営, 일본군의 최고 사령부)은 뤼순항 공격을 포기하는 대신 뤼순 요새를 공략하는 방향으로 작전을 바꾼다. 


3. 제3부


뤼순 항을 보호하고 있는 뤼순 요새를 공략하기 위해 일본은 3개 사단을 동원한다. 노기 마레스케가 지휘하는 5만의 일본군은 러시아의 뤼순 기지를 공격하지만 난공불락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의 요새는 좀처럼 함락되지 않는다. 결국 피해만 가중되고 요새 공략은 실패만 거듭하자 노기 장군은 친구인 코다마 켄타로(児玉源太郎) 대장의 협조를 받아 공격 목표를 요새 옆에 위치한 203 고지로 전환하여 이를 빼앗는다. 이것을 발판으로 마침내 일본군은 러시아의 뤼순 요새를 함락시킨다. 이 결과 후방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 러시아 극동함대는 괴멸된다. 203 고지 공략전에 대해서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2352271814


한편 요시후루가 이끄는 기마부대는 각지의 싸움에서 러시아의 코사크 기병을 격파하는 활약을 보이고, 여기에다 러시아의 작전 미스로 겹쳐 일본 육군은 겨우 봉천을 점령한다. 이로서 육지 전투는 완전히 일본군의 승리로 끝났다. 한편 바다에서는 대마도 근처 해협에서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기다리고 있던 일본 연합함대는 발틱함대를 전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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