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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30. 2023

영화 <300>을 감상하면서 느낀 위화감

블로그에 매일 한 편씩 올리고 있는 영화감상문이 며칠 전 1,000회를 맞았다. 1,000번째 영화감상문으로 무엇을 올릴까 하다가 <300>을 선택했다. 이것을 선택한 이유는 미리 써 둔 10여 개의 감상문 중 이것이 아주 "폼 나는" 영화이기 때문이었다. 


근육질의 300 전사가 수만 명의 적에 맞서 싸우기 위하여 출정하고, 불굴의 정신력과 전투력으로 적을 압도하다가 마지막에 300 전사 전원이 장열 하게 전사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폼"으로 시작하여 마지막까지 "폼"으로 끝나는 영화로서, 실로 "폼생폼사", "사나이의 로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는 잘 아시다시피 페르시아의 침략에 대항하여 스파르타의 왕 레오디나스가 300 명의 친위대를 이끌고 나가 싸운 <테르모필레> 전투를 소재로 한 것이다. 60년 전쯤 초등학교에 다닐 때 같은 소재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제목이 <스파르타>였던 것 같았는데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300 전사들이 페르시아 군에 포위된 채 방패로 거북 모습의 진을 치고 있다가 하늘을 덮을 듯한 페르시아 군의 화살에 끝내 전원 전멸하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영화 <300>을 감상하는 내내 두 가지 점이 시종 거슬렸다. 


하나는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인종적 편견이다. 스파르타 전사들은 한결같이 우람한 근육에 잘생긴 사람들이다. 이에 비해 페르시아 군은 모두 괴물 몰골이다. 페르시아 군은 왕부터 얼굴과 몸에 온통 피어싱을 한 데다 온갖 보물들을 주렁주렁 매단 천박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병사들은 사람이 아니라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지하 군단이나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악령의 부대 모습을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스파르타 왕 레오디나스가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자유"라는 말이다. 그는 전쟁에 나서면서부터 전사할 때까지 시종 부하들에게 그리스와 스파르타의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싸워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자유"가 그렇게 스파르타 인들이 지켜야 할 절대 가치였는가?


스파르타란 나라는 세계사에서 다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독특한 국가로 알고 있다. 시민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단 1개밖에 없었으며, 그것은 바로 "군인"이었다고 한다. 시민이 모두 군인이면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집도 짓고, 옷도 만들고, 먹고살려면 농사도 지어야 하는데 그건 누가하나? 모두 노예들이 한다. 노예들은 대부분 다른 나라를 약탈하여 잡아온 사람들이다.


이렇게 무력에 의해 유지되는 국가, 철저한 통제 국가, 시민의 선택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국가, 그리고 약탈을 통해 유지되는 국가가 바로 스파르타였다고 알고 있다. 그런 스파르타의 왕이 "자유"를 입에 달고 있으니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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