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부활한 스파이 액션 영화
1970년 고등학교 1학년 봄, 집에서 처음으로 TV를 구입하였다. 25인치 미제 TV로서, 가격은 당시 우리가 살던 집 값과 거의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는 TV 방송이라고는 KBS밖에 나오지 않았다. 물론 당시 서울에는 KBS 외에 문화방송(MBC)과 동양방송(TBC)이 있었지만, 이들 두 민간방송은 서울에서만 방송되었고, 내가 살던 대구에는 방송되지 않았다. 그러다 몇 년 뒤에 대구시에도 문화방송의 지방방송인 MTV가 방송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당시에는 드라마로 해봤자 변변한 것이 없었다. KBS에서 일일드라마를 방송하였지만, 대개 멜로드라마로서 당시 고등학생인 내게는 별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이때 우리들의 흥미를 끌었던 드라마가 있었으니, 서부의 카우보이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로하이드>(Rawhide)와 스파이 드라마 <제5전선>이었다. 이 <제5전선>의 원제목이 바로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다. 당시 멜로드라마가 대부분이었던 우리나라 TV 드라마에 비해 드라마 <제5전선>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007 시리즈, 0011 나폴레옹 솔로 시리즈 등 당시 유행하였던 대부분의 스파이 영화가 액션 영화였던데 비하여 <제5전선>은 대부분이 두뇌 싸움이었기에 더욱 신선한 느낌을 갖게 하였다.
<미션 임파서블>은 1966년부터 시작하여 1973년에 걸쳐 미국에서 제작된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1980년대 후반 다시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 1996년에는 <톰 크루즈>를 주인공으로 하여 영화로서 화려하게 재탄생된다. 이후 영화 <미션 임파서블>은 4-5년을 주기로 5편까지 제작되었다. 워낙 인기가 있던 영화라 많은 사람들이 감상을 하였다고 생각하기에 그 스토리에 대해서는 여기서 말할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
나는 <미션 임파서블>이 개봉될 때마다 기회가 닿으면 감상하였는데, 다시 이번에 1편에서 5편까지를 몰아서 한꺼번에 감상하였다. 이미 오래되어 흐려져 가던 기억을 다시 되살릴 수 있었다. 먼저 이 영화를 보면서 나이가 들어가며 변해가는 주인공 <톰 크루즈>의 모습이 흥미 있었다. 첫 1편에서 젊음으로 파릇파릇하던 <톰 크루즈>는 20년 후 제5편에서는 관록이 붙은 중년, 어쩌면 초로의 신사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의 액션은 화려하다.
매번 등장하는 첨단무기와 기술도 흥미롭다. 제1편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줄을 타고 천장에서 평행으로 침입하는 기술은 이어 그 후속 편에서도 좋은 소재가 되었으며,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패러디되기도 하였다.
<미션 임파서블 2>는 감상하다 보니 어쩐지 중국 영화가 연상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중요 장면에 있어 연출되는 슬로비디오 장면 등은 중국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기법이다. 아니다 다를까 확인해보니 유명한 중국 영화감독인 오우삼 감독이 연출을 담당하였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이 중국풍의 표현기법들이 크게 마음에 들진 않았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주인공인 톰 크루즈의 상대 여자 역은 시리즈마다 바뀌는데, 아무튼 여자는 바뀌지만 이들을 대하는 톰 크루즈는 상당히 순정파인 것으로 묘사된다. 007 시리즈에서 보듯이 보통 스파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아주 바람둥이로 묘사되는데, 순정파인 톰 크루즈가 등장하는 <미션 임파서블>은 그런 점에서도 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