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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30. 2023

영화: 미녀와 야수(Panna a netvor)

공포영화 버전으로 재탄생한 미녀와 야수

<미녀와 야수>는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그동안 여러번에 걸쳐 영화화되었다. 마음씨 착한 미녀가 흉측한 모습의 야수를 사랑하여 그와 결혼하겠다고 말하자, 야수의 몸에 걸린 마법이 풀어지고 야수는 왕자로 변해 미녀와 야수는 행복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제작된 영화 <미녀와 야수>(Panna a netvor, 뷰티 앤 비스트)는 기본적으로는 전통적인 미녀와 야수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그 분위기에서나 이야기의 흐름은 전통적인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공포영화적인 요소가 아주 강하다. 이 영화는 1978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내가 처음으로 감상하는 체코슬로바키아 영화이다.   


미녀와 야수 이야기는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여기서 세삼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영화의 특징만을 간략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세 딸을 가진 부유한 상인은 위의 두 딸을 좋은 집안의 청년에게 시집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그 딸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성이 악랄한 여자들이다. 물론 대부분의 미녀와 야수 이야기에서 두 딸은 심성이 나쁜 여자로 묘사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정도가 극단적이다. 두 딸의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상인이 재산의 대부분을 투자한 상품이 거친 날씨로 인하여 운송중에 대부분 유실되자 상인은 절망한다. 

상인은 딸들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안의 값나가는 물건들을 모두 팔아치운다. 그런데 먼저 죽은 상인의 아내의 초상화가 아주 비싼 그림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인은 그 초상화를 팔기 위하여 길을 나선다. 그런데 초상화를 팔려고 도시에 가보니 모두 잃어버린 줄 알았던 자신의 투자 재산이 일부 남아있어 초상화를 팔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은 어둡고 황량하기 짝이 없다. 마치 어디선가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올 듯한 분위기이다. 


숲에서 길을 헤매다 상인은 낡은 성을 발견한다. 상인은 그곳으로 들어갔는데, 성 안은 괴기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속에서 상인은 누군가에 의해 융숭한 대접을 받고, 다음날 성을 나오려고 한다. 마음씨 착한 셋째 딸에게 주려고 정원에 핀 장미꽃을 꺾다가 야수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야수의 모습도 아주 특이하다. 지금까지의 <미녀와 야수> 이야기에서는 야수는 대개 사자와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야수는 새의 얼굴 모습을 하고 있다. 독수리와 같은 강한 부리를 가졌으면서도 어딘가 흉측스러워 보이는 까마귀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야수도 거칠기 짝이 없다.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사자와 같은 모습이다. 

상인은 딸의 결혼식이 끝나는대로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성을 떠난다. 아버지를 맞이한 셋째 딸은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다. 결혼식이 끝난 후 셋째 딸은 아버지 몰래 대신 야수의 성을 찾아간다. 아름다운 셋째 딸이 성을 찾았다 해도 성의 분위기는 아버지 때와 마찬가지이다. 음산하고 어디선가 귀신이 나올 그런 분위기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미녀는 하루하루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이 후에 전개되는 이야기도 다른 미녀와 야수 이야기와 거의 같다. 다만 그 분위기가 괴이하고 음산할 뿐이다. 결국 야수를 사랑하게 된 미녀의 덕택으로 야수는 마법에서 풀려나 본 모습인 잘 생긴 왕자로 되돌아와 미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이야기와 같이 폐허와 같은 성의 일시에 아름다운 성으로 변모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음산하고 황폐한 폐허같은 성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그곳에서 살아간다. 


아마 두 사람은 살아가면서 폐허와 같은 낡은 성을 밝고 안락한 새로운 보금자리로 꾸며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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