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Jul 02. 2023

영화: 블랙 사무라이(Black Samurai)

흑인판 쿵후 액션 영화

1970년대 초에서 중반에 걸쳐서는 홍콩의 쿵후 영화가 세계 극장가를 휩쓸었다. 이소룡으로 대표되는 홍콩의 쿵후 영화는 그 화려한 결투 신으로 당장 서양인들의 시선을 끌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구가하였다. 그때까지 세계 영화계에서 액션의 주인공이라면 단연 백인들이었다. 그런데 유색인종인 동양인이 화려한 액션 실력으로 세계 영화계를 지배해 나가자, 액션의 주인공이 왜 반드시 동양인이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나올만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서 세계 영화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미국이었다. 그리고 미국에는 수많은 흑인들이 살고 있다. 이 흑인들에게 그들의 액션 우상을 만들어주는 영화를 만들면 흥행에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래서 제작된 것이 <블랙 사무라이> 시리즈이다. 블랙 사무라이 시리즈는 거의 10여 편에 이르고 있는데 가장 먼저 나온 영화가 오늘 소개하는 <블랙 사무라이>(Black Samurai)로서 1976에 제작되었다. 


이소룡의 쿵후영화를 감상하신 분들은 그 영화에서 조연으로 종종 출연하는 흑인 배우 짐 켈리(Jim Kelly)를 기억하실 것이다. 그는 흑인으로서 제법 그럴듯한 쿵후 액션을 보여준다. 영화 <블랙 사무라이> 시리즈에서는 그가 주인공인 로버트 샌드 역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만든 쿵후 영화이다. 그래서 출연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미국인인데 그들이 쿵후를 제대로 할 리는 없다. 그래서 쿵후 영화라고는 하지만, 조연이나 엑스트라들이 벌이는 쿵후 결투는 엉성하기 짝이 없다. 

로버트 샌드(짐 켈리 분)는 미국의 비밀첩보조직인 DRAGON(Defense Reserve Agency Guardian Of Nations)의 특급 요원이다. 그는 어릴 때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근무한 일본에서 동양 무술을 배워 무술의 고수가 되었다. 그런데 그가 익혔다는 동양 무술이 가라데인지 쿵후인지는 분명치 않다. 


샌드는 휴가 중에 아름다운 흑인 소녀와 함께 테니스를 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DRAGON의 요원이 찾아와 납치당한 외교관의 딸을 구하라는 명령서를 가지고 온다. 샌드는 자신은 지금 휴가 중으로 쉬어야 한다면서 일을 맡을 수 없다고 거절한다. 그러자 그 요원은 납치당한 사람의 신상을 알려준다. 납치당한 외교관의 딸은 토키라는 중국 여성으로서 바로 샌드의 가까운 친구이다. 그 사실을 안 샌드는 자신이 그 일을 맡겠다고 적극 나선다. 


토키를 납치한 단체는 워록이라는 인물이 이끄는 옥타곤이라는 수수께끼의 단체였다. 그들은 납치한 토키의 몸값으로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신무기인 동결 폭탄의 설계도를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알고 보니 워록은 마약거래와 살인 등 많은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었다. 

샌드는 여러 사람들을 조사한 끝에 쉽게 옥타곤의 본부를 찾아내어 그곳으로 침투한다. 옥타곤은 마치 사이비 종교와 같은 단체이다. 워록은 사이비 종교의 교주처럼 행동하면서 조직원들을 이끌고 있다. 샌드가 옥타곤의 본부에 쳐들어가자 워록의 부하들은 샌드를 잡기 위해 몰려나온다. 그래서 샌드와 워록의 부하들 간에 치열한 격투가 벌어지는데, 샌드의 쿵후 실력도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워록의 부하들의 쿵후실력은 그야말로 엉성하기 짝이 없다. 


워록의 부하들이 수십 명이나 몰려나오지만 샌드에겐 상대가 안된다. 샌드가 이들을 모두 때려눕히자 워록은 지하 감옥으로 도망간다. 미로와 같은 지하 감옥에서 워록과 샌드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 끝에 결국 샌드가 워록을 잡아 그를 감옥에 가두어 처단한다. 그리고 샌드는 유괴당한 토키와 함께 옥타곤을 빠져나온다. 


이런 엉성한 미국제의 쿵후 영화가 어떻게 그렇게나 인기를 얻어 10여 편의 시리즈 영화가 될 수 있었는지 이상하다. 아마 새로이 등장한 흑인 영웅으로 인하여 흑인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007 골든 아이(GoldenEy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