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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01. 2023

영화: 세자르와 로잘리

두 남자 사이에서 방황하다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여성

오랜만에 프랑스 로맨스 영화를 감상하였다. 영화 <세자르와 로잘리>(César et Rosalie)은 1972년 프랑스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는 이브 몽땅과 로미 슈나이더가 각각 남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오랜만에 옛 추억의 배우들을 볼 수 있었다. 


로잘리는 30대 중반의 통역 일을 하고 있는 여성으로서, 남편과 이혼 후 어린 딸 카트리누를 혼자 키우다가 세자르를 만나 사랑에 빠져 지금은 세자르와 반동거를 하고 있다. 세자르(이브 몽땅 분)는 중고 자동차나 선박을 구입해 해체하여 판매하는 48세의 남자이다. 그는 생활에 활기가 넘치고, 밝고 명랑하며 싹싹한 성격이다. 세자르는 눈부시듯 아름다운 로잘리를 만나서 좋아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로잘리의 어머니의 세 번째 결혼식 기념파티에서 로잘리는 옛 애인인 데이비드를 만난다. 5년 만의 만남이었다. 5년 전 그들은 서로 깊이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데이비드는 로잘리를 홀로 두고 먼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랬던 두 사람이 지금 다시 만난 것이었다. 데이비드는 앞길이 창창한 젊은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세자르와 로잘리의 사이는 아주 자유분방한 관계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생활에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고 약속을 했다. 상대가 다른 이성을 만나더라도 두 사람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세자르는 로잘리와 데이비드가 어떤 관계인지 모르고 있다.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에 무엇인지 모를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며칠 뒤 밤이 늦어도 로잘리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세자르는 새벽이 되자 로잘리를 찾아 나선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여자의 마음을 잡으려고 하는 중년 남자의 안타까운 몸부림이었다. 그 시간 로잘리는 역시 데이비드와 함께 있었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인 사무소에서는 젊은 열기가 넘쳐 흘렀고, 그것은 로잘리로서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쁨이었다.  

로잘리가 돌아온 그날밤 세자르는 로잘리에게 “그와 잤어?”라고 묻는다. 세자르는 로잘리의 마음이 자신을 떠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붙잡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로잘리도 그런 세자르의 마음을 알지만 데이비드의 구애를 뿌리칠 수 없다. 세자르는 초췌한 모습으로 데이비드를 찾아가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고 있으며, 그녀는 임신하였으며, 곧 자신과 결혼할 것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세자르는 로잘리를 위하여 큰돈을 들여 해안에 아트리에를 구입하여 모두 함께 살자고 말한다. 바다가 황혼에 물들고, 딸 가트리누는 두 사람 사이에서 행복한 듯 보였다. 그러나 로잘리의 마음은 어딘가 텅 빈 것 같다. 데이비드에게 몇 번인가 편지를 썼지만, 소식이 없다. 세자르는 데이비드와 헤어진 로잘리는 빈 껍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파리에 간 세자르는 싫다는 데이비드를 억지로 아트리에로 끌고 온다. 그러나 로잘리는 그런 두 남자를 두고 모습을 감춰버린다. 해안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두 남자. 바다에 내린 황혼은 그들에게는 가버린 로잘리의 그림자가 가슴 깊은 곳에 어화(漁火)처럼 흔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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