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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11. 2023

영화: 깜동

조선시대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간 여자의 이야기

여배우 이보희는 1980년대 들어 <무릎과 무릎사이>와 <어우동>으로 일약 섹시 스타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그녀가 출연한 이 두 영화는 싸구려 에로 영화와는 격이 달랐다. 성을 주제로 다룬 영화이면서 상당히 격조 있는 느낌을 가지게 했다. <깜동>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성을 주제로 한 영화로서 1988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 역시 성(性)을 다루고 있지만 싸구려 에로 영화로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앞의 두 영화에 비해서는 조금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깜동(이보희 분)은 사대부의 딸로 태어나 역시 사대부 집안과 혼인을 하였다. 그녀의 남편은 무안 군수로 임명되어 관직을 수행하던 중 일이 잘못되어 현감으로 좌천되어 강원도로 밀려났다. 그녀는 결혼한 지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자식이 없다. 깜동은 남편과 함께 강원도에서 생활하다가 잠시 한양의 친정집에 오게 된다. 


시댁에서는 깜동이 아이를 낳지 못하자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지만 아이를 못 가지는 것이 깜동 탓이 아니라 남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시댁에서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깜동에게 씨내리를 보낸다. 그러나 깜동은 아이를 갖기 위해 모르는 남자와 관계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여 피신한다. 그렇지만 깜동이 집을 나오자 평소부터 그녀를 노리고 있던 김여달(김희라 분)에게 강간을 당하고, 이 일이 시댁에 알려지자 시댁에서는 깜동을 내쫓는다. 친정에도 돌아갈 수 없어 갈 곳이 없게 된 깜동을 우이정 정탁(신성일 분)이 데려가 자신의 첩으로 삼는다.   

깜동은 정탁의 첩이 되었지만 그녀의 앞길은 순탄치 않다. 정탁의 조카인 정효문(김추련 분)이 깜동의 미색에 반해 그녀에게 접근해 오며, 그녀도 그런 정효문을 거절하지 않는다. 깜동과 정효문은 서로 정을 통하게 되고 이 사실을 안 정탁은 크게 노하여 그녀를 내쫓는다. 자신과 정을 통하면서 모든 것을 줄 것 같았던 정효문도 막상 그녀가 집에서 쫓겨나자 차가워진다. 그녀를 거두었다가는 집안과 사회에서 문제가 될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다. 삼촌의 첩과 정을 통하였으니 그 사실이 알려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제 깜동을 거두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녀는 갈 곳이 없다. 친정에서도 그런 그녀를 받아줄 리가 없다. 결국 그녀는 막다른 길에서 기방을 차린다. 그리고 지금까지 남자들에게 당했던 일에 대해 복수라도 하듯이 적극적으로 남자들을 유혹한다. 많은 사대부집 남자들이 깜동의 미색에 홀려 그녀에게 빠졌고, 깜동에게 남편을 빼앗긴 여자들은 남편을 되찾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남자들은 좀처럼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여자들은 깜동의 행실에 대해 조정에 투서를 하고, 조정에서는 사회의 기강을 어지럽힌 여인이라 하여 그녀를 잡아들인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교수형의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깜동의 첫사랑이었던 사헌부 감찰 박성지는 그녀를 적극 변호해 준다. 그녀가 그런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조정에 호소하고, 또 함께 어울린 남자들은 그냥 두면서 여인에 대해서만 무거운 죄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여 그녀를 귀양형으로 감형시킨다. 깜동은 어느 외딴섬으로 귀양을 갔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딴섬에서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깜동에게 어느 날 박성지가 찾아와 반가운 해후를 한다. 그는 첫사랑이던 그녀를 못 잊어 벼슬을 버리고 이 먼 곳까지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파란만장한 깜동에게 새로운 행복이 시작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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