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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22. 2023

영화: 요염독부전 도망자 오카츠(妖艶毒婦伝 お勝兇状旅)

아버지를 죽인 범죄자들에게 복수하는 여인

<요염독부전 도망자 오카츠>(妖艶毒婦伝 お勝兇状旅)는 <요염독부전>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서 1969년에 제작되었다. 지난번에 소개한 <요염독부전 반야의 오햐쿠>(妖艶毒婦伝 般若のお百)의 주인공인 오햐쿠는 범죄자로서 유배지에서 탈출하여 복수를 명분으로 많은 사람을 죽였으므로 ‘독부’(毒婦)란 말을 들어도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의 주인공 오카츠(お勝)는 나라에서 금지하는 담배 밀매업을 하면서 오카츠의 아버지를 무참히 죽인 악덕 관리를 처단하는데, 이 일로 그녀를 ‘독부’라 칭하는 것은 그녀로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일 것이다. 


때는 19세기 중반 현재의 동경 위쪽에 위치한 누마다번(沼田藩)의 관리 타시로 쥬타유(田代重太夫)는 상인과 결탁하여 불법적으로 재배한 담배를 에도(江戸, 동경)에서 밀매하고 있다. 그들은 담배를 밀조하기 위해 양민을 납치하여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으며, 일이 끝나면 입을 막기 위해 학살해 버린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가혹한 고문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일을 알게 된 누마다 번의 관리들은 번의 고위 관리인 마카베(真壁)에게 타시로의 악행을 중지시켜 달라고 부탁한다. 마카베는 이들의 부탁을 받고 은밀히 타시로를 찾아가 담배 밀조를 종단해 달라고 요청한다. 타시로 일당이 담배 밀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면 타시로 일당뿐만 아니라 누마다 번 전체가 막부로부터 엄중한 문책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마카베나 누마다 번의 관리들로서는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마카베는 만약 타시로가 밀조행위를 그만두지 않을 경우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타시로의 죄상을 적은 문서를 막부로 보낼 것이라 경고한다. 

타시로는 마카베의 방문을 받은 후 자신의 죄상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여 밤중에 마카베의 집을 습격하여 그들 일가를 모두 납치한다. 모진 고문에도 불구하고 마카베가 타시로의 죄상을 적은 탄원서가 있는 곳을 말하지 않자 타시로는 마카베와 그의 처를 고문 끝에 죽여버린다. 그리고 부부의 딸인 오카츠를 강간한다. 겨우 그들의 소굴에서 도망쳐 나온 오카츠(お勝)는 자신의 검도 스승인 이즈모(出雲)와 약혼자인 신사브로(新三郎)에게 마저 배신당했다는 것을 알고, 타시로 일파에 대한 복수를 맹세하고 누마다로 떠난 타시로를 추적한다. 


신분을 감추었기 때문에 관소(関所, 검문소)를 통과할 수 없는 오카츠는 근처 숙소에서 사내들에게 미인계를 써서 관소를 통과하려 한다. 그렇지만 출세욕에 사로잡여 타시로의 개가 된 신사브로의 습격을 받아 부상을 입는다. 위기의 순간 오카츠는 오이누 하야토(犬神隼人)란 낭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오이누 하야토는 이전에 누마다 번의 검도 사범을 하던 무사였으나, 그 자리를 노리는 이즈모의 음모에 의해 번으로부터 추방된 사내였다. 오이누의 도움으로 타시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오카츠는 악귀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타시로 일파를 모두 죽이고 복수에 성공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오카츠는 많은 사람을 죽이긴 하지만, 그들이 자신의 부모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번을 위기로 몰아가고 나라에서 금하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다. 오카츠가 이들을 모두 죽임으로써 나라로서는 범죄자를 제거한 셈이고, 번으로서는 번이 멸망할 위기에서 벗어난 셈이다. 이런 눈부신 활약을 한 오카츠에게 ‘독부’란 명칭은 너무 억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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