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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22. 2023

영화:남과 여

중년의 잔잔하면서도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

나는 중학교 시절 극장에 많이 갔다. 내가 주로 가던 극장은 대구시내에 있는 재개봉관으로서, 자유극장과 송죽극장이었다. 이 두 영화관은 당시 대구의 최번화가였던 교동시장 안에 서로 마주 보며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두 극장은 외국영화 전용극장이었다. 극장에 들어가면 영화가 시작되기 전 예고편을 몇 편인가 보여주는데, 그때 본 영화예고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보로 프랑스 영화 <남과 여>였다. 당시 <남과 여> 본 영화는 보지 못하였지만, 예고편은 아마 열 번도 넘게 본 것 같다. 그때 예고편에서 흘러나오는 주제가 “다바다 다바다바다 다바다 다바다바다”의 음률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난다.  

https://youtu.be/9tMd8n_eXQU


영화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는 1966년 프랑스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칸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영화 못지않게 주제음악도 큰 인기를 얻었다. 아마 이 영화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도 그 주제 음악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아이들의 학교를 통해 우연히 만난 중년 남녀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이다. 전반적으로 약간 우울한 듯 한 프랑스 영화의 전형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 스크립터 일을 하는 안느는 파리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녀의 삶은 유일한 즐거움은 주말마다 도빌에 있는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는 딸을 찾아가는 일이다. 그날도 그녀는 딸을 만나러 더빌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카레이서인 장 루이도 안느와 마찬가지로 하나뿐인 아들을 안느와 마찬가지로 더빌의 기숙학교에 보내고 있다. 그도 매주말 아들을 만나러 더빌로 가는데, 그날도 자신의 차를 몰고 더빌로 갔다. 


안느는 딸과 함께 있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너무 오래 그곳에 머물러 막차를 놓치고 말았다. 그녀가 어떻게 파리의 집으로 돌아가면 좋을지 몰라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어떤 남자가 다가와 어디로 갈 것인가 묻는다. 바로 같은 기숙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장 루이였다. 그녀가 파리의 집으로 가려고 한다고 대답하자 장 루이는 자신의 집도 파리이므로 자신의 차를 타라고 한다. 이렇게 하여 장 루이와 안느는 함께 차를 타고 파리로 오게 되었다. 


장 루이는 아름다운 안느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래서 안느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안느는 자신이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였었는가만을 이야기할 뿐이다. 알고 보니 그녀의 남편 피에르는 스턴트맨으로서, 몇 년 전 영화촬영 중에 사고로 사망하였다고 한다. 안느의 집에 도착한 장 루이는 다음 주말에는 자신의 차를 함께 타고 더빌로 가자고 제안한다. 앤은 확실한 대답을 않은 채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장 루이는 며칠 남지 않은 몬테카를로 랠리를 준비하느라 연습에 분주하다. 그렇지만 주말이 되자 안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차로 함께 더빌로 가자고 제안하며, 안느도 승낙한다. 이를 시작으로 장 루이와 안느는 점점 가까워진다.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만나기도 한다. 장 루이 부자, 그리고 안느 모녀는 4명이서 함께 즐거운 주말을 보낸다. 


안느는 장 루이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꺼리던 장 루이도 결국 자신의 아내에 대해 안느에게 솔직히 털어놓는다. 카레이서라는 자신의 직업의 특성상 항상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장 루이의 아내는 그러한 남편을 기다리는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다가 결국 자살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해준 후 장 루이는 며칠 후 있을 예정인 몬테카를로 랠리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드디어 몬테카를로 렐리 경주가 시작되었다. 장 루이는 며칠 동안 계속된 힘든 경주를 완주하였다. TV로 그 모습을 시청하던 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전보를 보낸다. 전보의 내용은 “사랑해요”란 단 한마디. 전보를 받은 장 루이는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바로 차를 몰고 파리에 있는 안느의 집으로 향한다. 

안느는 도빌로 가서 자신의 딸과 장 루이의 아들을 데리고 나와 해변에서 놀고 있다. 갑자기 한 대의 차가 도착하고 장 루이가 거기서 내린다. 안느는 장 루이에게 달려가고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한다. 아이들은 이 모습을 보고 즐거운 듯 웃는다. 


그날밤 장 루이와 안느는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장 루이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안느의 머리에는 남편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안느는 장 루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안느의 말을 들은 장 루이도 안타깝지만 그녀를 이해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헤어지기로 한다. 안느는 기차로, 그리고 장 루이는 자동차로 각자의 집으로 가기로 한다. 


파리를 향해 달리던 장 루이는 다시 마음을 바꾸어 안느가 갈아타는 기차역으로 방향을 돌린다. 한편 안느는 기차 안에서 장 루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하나하나 꼽아본다. 그녀는 파리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그런 그녀 눈앞에 들어온 것은 장 루이의 모습이었다. 안느는 그대로 장 루이의 가슴에 뛰어든다. 


잔잔하면서도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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