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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23. 2023

영화: 저니 투 더 비기닝 오브 타임

시간을 거슬러 선사시대로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

지난번에 체코 영화로서 공포영화 버전의 <미녀와 야수>를 소개한 바 있는데, <저니 투 더 비기닝 오브 타임>(A Journey to the Beginning of Time)은 내가 두 번째로 감상한 체코 영화이다. 이 영화는 4명의 소년이 선사시대로 여행을 하여 공룡들을 만나는 이야기인데, 1955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제작되었다. 


거의 70년 전에 제작된 공룡영화인지라 현재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에 의해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공룡영화와 비교한다면 어설픈 구석이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꽤 힘을 들여 만든 영화인 것 같다. 물론 그 시대에는 컴퓨터 그래픽이란 것이 없었기 때문에 영화에 등장하는 공룡은 모두 만들어진 모형이지만 그래도 제법 실감 난다. 이 영화는 1955년에 제작되었지만, 1966년에 영어로 더빙되고 부분적으로 재촬영되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네 명의 소년 토닉, 젠다, 지르카, 피터는 어느 날 우연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강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 영화의 내레이터이기도 한 피터가 우연히 그 사실을 옛날 책을 통해 알게 되어 친구들에게 알려주어서이다. 아이들은 강 자락으로 흘러 온 삼엽충을 보고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피터는 조그만 보트를 마련하여 친구들에게 시간여행을 하자고 제안하며, 친구들도 그런 피터의 의견에 따라 여행에 나선다. 


4명의 소년은 신비한 동굴을 지나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소년들에게 처음으로 눈에 뜨인 동물은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살았던 검치 호랑이 등이다. 그러나 강을 거슬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많은 공룡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공룡 영화는 주라기공원에서 보듯이 대부분 모험영화이다. 주인공들이 공룡들에게 쫓기며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제공한다. 이에 비해 이 영화는 모험영화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소년들은 거의 배에서 내리는 법은 없으며, 관찰자의 입장에서 강 한가운데를 지나는 배 안에서 강변에 나타나는 공룡들을 관찰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적인 재미는 거의 느낄 수 없다. 관객은 그저 강 가에 나타나는 여러 종류의 공룡들을 주인공인 소년들과 함께 관찰할 뿐이다. 

영화의 뒷부분쯤에 가서 소년들은 배에서 내려 작은 연못에서 공룡들과 마주치는 위기를 만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보통의 모험영화와는 달리 소년들은 손쉽게 공룡으로부터의 위기를 벗어난다. 


지금의 관객의 눈으로 볼 때는 극적인 전개도 없이 그저 몇 마리의 공룡을 보여줄 뿐인 밋밋한 영화이다. 약간의 모험이라면 피터가 자신의 스케치북을 잃어버린 후 그것을 찾기까지의 잠깐 동안의 모험이다. 피터는 공룡들을 만날 때마다 스케치 북에 공룡들의 모습을 그린다. 아마 일반사람들은 카메라를 쉽게 가질 수 없었던 당시의 현실이 반영되어서일 것이다. 


지금에 와사는 그저 밋밋한 영화에 불과하지만, 이 영화가 제작될 당시에는 아마 관객들은 신기한 공룡들의 모습을 보고 아주 재미있어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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