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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23. 2023

영화: 장미여관

마광수 교수의 시를 영화화한 작품

영화 <장미여관>은 마광수 교수가 쓴 <가자 장미여관으로>라는 시집을 원작으로 하여 만든 작품으로서, 1991년에 제작되었다. 마광수 교수는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로서, 생전에 많은 일화를 남긴 사람이다. 그가 쓴 소설 <즐거운 사라>는 외설 출판물이라 하여 보수 문단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으며, 그로 인해 외설물 출판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기까지 하였다. 그에 대한 많은 비판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문학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그를 옹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마광수 교수는 몇 년 전 자택에서 홀로 별세하였다. 아마 자살로 추정되는 듯하다. 이런 정도의 문학적 다양성도 수용하지 못해 사람을 죽음의 길로 내모는 우리 사회의 경직성이 안타깝다. 마광수 교수의 문학과 작품에 대해서는 찬반의 의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동의할 수 없다고 하여 한 작가를 죽음에까지 이르도록 몰아가는 현실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마광수 교수와 그의 작품들

영화 <장미여관>은 마광수 교수의 시를 토대로 한 것이지만, 작품성 면에서는 절대로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 사람들 사이에 유명해진 <장미여관>이란 이름에 흥행을 의지해보려는 얄팍한 상술에서 나온 싸구려 영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매일의 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시인은 더 이상 삶에 대한 의욕을 느끼지 못하고 자살을 하기로 한다. 자살을 하러 산속에 들어간 시인은 쓰러져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한다. 그는 그 자리에서 그 여인과 정사를 벌인 후 그녀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온다. 시인은 점점 더 그녀에게 빠져든다. 그러나 그녀가 누구인지,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시인은 매일매일을 그녀에게 탐닉하면서 그녀에 대한 시를 쓴다. 시인이 생각하는 그녀는 장미의 나라에서 찾아온 장미 여왕이다. 여러 명의 남편을 거느린 장미 여왕은 장미의 나라를 평화스럽게 잘 다스려 왔으나, 그녀가 공주를 낳으면서 남편들 간의 싸움이 벌어졌다. 남편은 여왕을 혼자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면서 서로를 죽였고, 마침내는 여왕까지 죽였다. 자기 앞에 나타난 그녀는 장미의 나라에서 온 죽은 여왕이다. 


시인은 그녀와 만나면서 이런 망상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는 장미 여왕과 또 그 공주와 상상 속의 성의 판타지에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시인이 잠이 깨자 지금까지의 몽상이 모두 사라진 현실로 돌아온다. 장미 여왕과 공주, 그리고 자신이 쓴 시도 보이지 않는다. 시인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던 본래의 그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마광수 교수가 <가자 장미여관으로>라는 시집을 왜 내었을까? 본인이 아닌 담에야 알 수는 없겠지만, 나는 점잔만을 빼는 기존의 문학에 대한 반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일단 이 영화에 한정해서만 본다면 너무 싸구려 영화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 교수도 아마 이 영화를 보고는 대단히 실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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