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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18. 2023

영화: 육식동물

드센 아내의 기세에 눌려 아내의 감독 하에 외도를 하는 남편의 말로

대개의 영화의 경우 영화 제목을 보면 그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가끔은 영화 내용과는 좀처럼 연관이 지어지지 않는 영화 제목도 있다. 영화 <육식동물>도 그러한 영화이다. 나는 이 영화를 끝까지 감상하고서도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육식동물’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영화는 1985년에 제작되었다. 


1972년에 제작된 영화로서 윤여정이 주인공을 맡은 <충녀>(蟲女)란 영화가 있다. 영화 <육식동물>은 이 충녀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동식은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성장한 남매를 둔 가장으로서 누가 보더라도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동식은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다. 자신이 경영하는 출판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그의 아내는 부동산업을 하는데 사업이 아주 번창하여 큰돈을 벌고 있다. 동식의 가족은 아내 덕에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지만, 동식 개인으로서는 늘 아내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동식의 아내가 동식에게 크게 위세를 떠는 것도 아니다. 

어느 날 술집을 찾은 동식은 그곳에서 만난 호스티스를 좋아하게 된다. 자신에게 헌신적으로 대해주는 호스티스를 만날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호스티스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 동식은 호스티스를 찾는 횟수가 늘어나며, 만날 때마다 외도를 한다. 이런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서 호스티스는 동식에게 살림을 차리자고 한다. 동식도 엉거주춤 그러자고 했지만 아무래도 아내가 마음에 걸려 편하지 않다. 동식과 호스티스는 결국 살림을 차렸다. 


이 일이 감춰질 리가 없다. 이미 이전부터 동식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아내는 동식이 살림을 차리자 바로 그 사실을 알아낸다. 아내에게 모든 것이 발각난 동식은 이제 자포자기 상태이다. 될 대로 되어라는 심정이다. 그리고 그는 아내에게 왜 자신이 외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가를 설명한다. 


어느 날 동식과 호스티스의 살림집에 동식의 아내가 들이닥쳤다. 이제 한바탕 난장판이 벌어질까 했는데 그게 아니다. 동식의 아내는 자신이 작성한 계약서를 꺼내며 침착하게 말한다. 동식과 호스티스의 살림을 인정할 테니 대신 자신이 제시하는 조건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녀가 낸 조건이란 것은 임신을 해서는 안된다, 일주일에 몇 번 이상은 만나면 안 된다, 잠은 반드시 본가에 와서 자야 하며 10시 이전에 이 집을 나와야 한다 는 등이다. 즉 자신은 외도를 인정할 테니까 자신이 제시하는 일정한 선은 반드시 지키라는 것이다. 동식의 아내의 입장에서는 이제 한 남자로서 동식이라는 사람은 자신에게 별 것도 아니며, 단지 가정을 지키기 위해 그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감정이라 할 것이다. 

동식과 호스티스도 이러한 동식의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여 “아내의 허락을 받은 외도”라는 기묘한 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식은 호스티스로부터 임신을 하였다는 말을 듣는다. 그때부터 동식은 호스티스가 부담스러워졌다. 빨리 이러한 생활을 청산하고 싶어 졌다. 호스티스도 자신의 임신과 함께 멀어져 가는 동식의 존재를 느꼈다. 결국 자신은 동식의 향락과 도피처로서 선택된 것이고, 그 이유가 사라지자 이 남자는 자신을 떠나려는 것이다. 결국 호스티스는 총으로 동식을 쏴버린다. 


이 영화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분명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서툰 연기와 막장식 전개가 결국 그것을 막은 것 같다. 이야기가 그냥 반 코미디 형식으로 흘러가다가 마지막에는 살인이라는 어울리지 않은 전개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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