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천생연분 맹순이와 다시 만나는 팔불출
멍청하거나 좀 모자라는 사람을 우리는 팔불출(八不出)이라 한다. 그런데 왜 ‘팔불출’이 모자라는 사람을 가리키는지 잘 모르겠다. 멍청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칠푼이’나 ‘팔푼이’ 같은 말이 있는데, 이는 일곱 달 만에 태어난 사람, 혹은 여덟 달 만에 태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즉 사람은 보통 10달 만에 태어나는데, 일곱 달이나 여덟 달 만에 태어났으니 그만큼 사람이 덜 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팔불출이란 말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불교에 팔불중도(八不中道)란 말이 있는데, 여기서 나온 말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팔불출(백일섭 분)은 머리는 둔하지만 몸 하나는 건장하다. 팔불출에게는 이 세상에서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먹는 것만 준다면 팔불출은 무슨 일이건 마다하지 않는다. 팔불출은 어느 양반 댁에서 머슴살이를 하고 있다. 그 집에는 맹순이라는 젊고 예쁜 하녀가 있다.
어느 날 주인인 양반(유지인 분)은 맹순이를 강제로 겁탈한다. 강제로 몸을 뺏겨 시름에 잠겨 있던 맹순은 마침 근처에 있던 팔불출을 꼬여 함께 도망가자고 한다. 그러나 팔불출이 싫다고 하자 맹순은 먹을 것을 주겠다고 하며 달래서 결국 함께 도망을 친다. 그날밤 함께 밤을 지내고 있는 자리에 도둑들이 들이닥친다. 힘이 장사인 팔불출은 도둑들을 때려눕힌다. 맹순은 자신을 구해준 팔불출에게 고맙다며 함께 살자고 하지만, 팔불출은 먹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 맹순이가 먹을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자 팔불출은 맹순이와 헤어진다.
팔불출은 산적을 잡은 공로로 사또로부터 상금을 받는다. 받은 돈으로 맛있는 것을 실컷 먹으려고 찾은 주막에서 주모(박원숙 분)가 팔불출에게 눈독을 들인다. 주모는 팔불출에게 매일 맛있는 음식을 주겠다면서 함께 살자고 한다. 이렇게 하여 팔불출과 주모는 함께 살게 된다.
마을 유지인 김 진사 댁에 나쁜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김 진사 댁 뒤 편에 있는 연못에서 귀신이 나타나면서 시작된 일인데, 김 진사가 아무리 힘센 장사들을 고용하여 귀신을 쫓으려 해도 소용이 없다. 마침내 김 진사는 귀신을 해치우는 사람이 나타나면 자신의 딸을 주고 사위로 삼겠다는 방을 붙인다. 팔불출이 김 진사 댁을 찾아가 잘 얻어먹은 후 그날 저녁 귀신을 내쫓는다. 그러자 김 진사는 고맙다고 하면서 자신의 딸을 데려가라고 한다.
그렇지만 팔불출은 먹는 것이 좋지 여자에게는 통 관심이 없다. 김 진사의 딸이 미인이긴 하지만 팔불출은 그녀와 함께 살 생각이 없다. 김 진사의 강요로 혼인을 하였으나 팔불출은 부인을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던 며칠 후 팔불출은 김 진사를 만나 잠시 세상 구경을 위해 떠나겠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팔불출이 떠나려 하자 그의 부인이 된 김 진사의 딸도 지아비를 따라 함께 가겠다고 나선다. 그러자 팔불출은 집에 두고 온 것이 있으니 가져오라고 일러 부인을 집으로 보낸 후 몰래 혼자서 길을 떠난다.
집을 떠난 팔불출이 산 길을 헤매다가 저 쪽에서 오는 한 여자를 발견한다. 바로 맹순이였다. 아마 둘은 함께 살 것 같다.
별 시답지 않은 코미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