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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06. 2023

영화: 대립군

광해를 도와 왜적과 싸우는 하층민 병사들

● 개요


“대립군”(代立軍)이란 조선시대에 돈을 받고 군역을 대신해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요즘에 와서도 스스로 좋아서 군에 입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병역의무가 없고, 게다가 보수도 넉넉하지 못하다면 직업군인을 희망하는 사람 외에는 아마 군에 가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조선시대에 제대로 대우도 못 받으며 고생만 하는 군에 지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현재와 같이 상비군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개월씩 교대로 군역을 치르게 하거나 아니면 비상시에 백성들을 동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비록 몇 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라 하지만 군역에 동원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군역을 하느라 고생하는 것은 물론, 농사 등 경제생활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사자로서는 보통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대립군”이라는 편법이었다. 즉 돈이나 곡식 등 대가를 주고 다른 사람이 대신 군역을 치르도록 하는 것으로서, 대신 군역을 치르는 사람을 “대립군”이라 하였는데, 이들은 사회의 밑바닥의 아주 가난한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 요즘같이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대고 군역에 나선들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군역 행정을 담당하는 관리들로서도 구태어 본인 확인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대립군>은 임진왜란 때 광해군을 모시면서 활약한 대립군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서 2017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 대해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의 시기에 나라를 위해 싸운 민초들의 활약을 감동 있게 그렸다는 평가도 있는 반면, 역사왜곡이 많고 또 스토리 자체도 무리가 많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관해서는 관객 개개인이 판단할 문제인 것 같다. 


● 줄거리


조선을 침략한 왜군은 한양을 향해 거침없이 진격해 왔다. 임금인 선조는 어쩔 수 없이 왜군을 피해 몽진을 선택한다. 이 영화에서 선조는 겁이 많으면서 다른 한편으로서는 교활하고 포한한 인물로 묘사된다. 몽진을 하는 선조를 호위하는 병사도 변변치 못하다. 소수의 정규군 외에 여남은 명의 대립군이 전부다. 대립군들은 그동안 갖은 천대를 당해왔다. 대립군들로부터는 나라로부터 그렇게 천대를 받은 자신들이 모두가 버린 왕을 호위할 필요가 있느냐고 불맨 소리가 나왔지만, 대립군들의 리더 격인 토우(이정재 분)의 설득에 그들은 결국 왕의 호위를 계속한다.  


북쪽으로 몽진을 하던 선조는 아들인 광해군에게 분조(分朝), 즉 별도의 조정을 만들어 왜군과 싸우라고 명한다. 어리고 마음이 약한 광해는 자신이 도저히 그런 중책을 맡을 수 없다고 사양하지만, 선조의 엄명에 할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분조를 맡기로 하고 왕의 곁을 떠난다. 광해를 따르는 사람은 몇 명의 궁녀와 함께 소수의 정규군 호위병, 그리고 대립군이 전바다. 

광해 일행은 강계로 향한다. 큰길을 따라 강계로 향하다가 저녁이 되어 쉬어가기로 한다. 천막을 치고 휘고 있는데, 불화살이 쏟아지면서 적병들의 대거 습격해 왔다. 혼비백산한 광해 일행은 피하려고 하는데, 그 와중에서도 광해는 책을 챙기고 나온다. 그런 광해를 보고 토우는 광해가 가진 책을 팽개치고 광해를 억지로 끌고 나와 피신시킨다. 광해는 목숨보다 소중한 책을 버렸다고 토우를 야단친다. 


적의 습격을 벗어나 겨우 위기를 넘긴 후 어떤 길을 택해 강계로 갈지 의견이 분분하다. 정규 호위병들은 큰길로 가자고 하는데 반해 토우가 억지로 우기다시피 하여 산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산길은 고난의 연속이다. 험한 길에서 수시로 위험이 찾아온다. 결국 광해는 그때까지 타고 다니던 가마을 버리고 자신도 함께 걷기로 한다. 


광해 일행은 가다가 피난길에 나선 백성들을 만났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호위병들은 백성들로부터 먹을 것을 약탈한다. 그러자 광해는 호위병들을 꾸짖으며 약탈을 말리고, 백성들에게는 자신들이 못나서 이렇게 백성들을 고생시킨다고 사과한다. 처음으로 위로부터 사과의 말을 들은 백성들은 감격한다. 백성들은 가져온 쌀로 밥을 지어 광해 일행과 함께 나누어 먹는다. 

왜군들도 광해가 분조를 위해 떠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광해를 체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추격한다. 왜군의 동정을 파악하고 있던 토우는 이젠 자신들이 향하는 강계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왜군들은 곧 강계로 들이칠 것이다. 다행히 광해 일행은 왜군들에 앞서 강계에 도착하였다. 그는 강계 성 안에 모여있는 백성들을 피신시키려 한다. 그러나 성벽 뒤는 절벽으로 되어 있어 백성들이 도망칠 길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광해 일행은 강계성을 의지하여 싸우기로 한다. 얼마 뒤 대립군으로서 배신하여 이탈한 곡수를 길잡이로 앞세우고 왜군의 공격이 시작된다. 왜군으로부터의 첫 번째 가벼운 공격은 겨우 막아낸다. 그렇지만 광해 일행으로서는 모든 힘을 소진하였다. 이젠 더 싸울 힘도 없다. 왜군은 만약 광해가 순순히 나오면 백성들은 모두 살려주겠다고 회유책을 제안한다.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한 광해는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서 스스로 적의 포로가 되려고 한다. 


그러나 토우는 그럴 수 없다고 필사적으로 광해를 설득한다. 이때 함께 싸우던 의병이 성밖으로 빠지는 비밀통로를 발견하여 백성과 군사들은 그곳을 통하여 모두 빠져나간다. 뒤쪽에 있는 강을 건넌다면 왜군의 추격을 막을 수 있다. 광해 일행과 백성들은 급히 구한 거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려 한다. 그런데 왜군이 눈치를 채고 추격해 온다. 이대로 있다가는 배로 강을 건너지도 못한 채 왜군에게 당하고 만다. 토우는 비장한 결심을 한다. 광해 일행과 백성들을 보내고 자신과 대립군들이 추격하는 왜군들을 막겠다는 것이다. 토우와 그의 동료들은 총을 겨누고 있는 왜병들을 향해 돌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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