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은행 보유 금괴를 폭파시키려는 골드핑거에 맞서 싸우는 007
<007 골드핑거>(Goldfinger)는 007 시리즈의 3번째 영화로서 1964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나체의 여자 몸에 금칠을 하여 피부 호흡을 못하게 하여 죽인 살인장면과 골드핑거의 부하로 나오는 괴력의 한국인이 화제가 되었다.
영국인인 골프핑거는 국제 보석상으로서, 다량의 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금 매매업을 하는 부자이다. 그는 정식 금 매매업자로 위장하고 있으나 영국 정보당국은 수상한 점이 적지 않다고 판단하여 그를 감시하고 있다. 그러던 중 영국 정보기관에 골드핑거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다량의 금을 영국 밖으로 반출하려 한다는 정보가 들어온다. 그러나 그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
본드(숀 코넬리 역)의 상사인 M은 본드에게 골드핑거에게 접근하여 불법의 증거를 찾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골드핑거에게 접근한 본드는 포커로 골드핑거로부터 큰돈을 딴다. 큰돈을 잃은 골드핑거는 본드에게 다음날 골프나 치자고 한다. 골드핑거의 제안을 받아들인 본드는 다음날 골프장에서 그를 만나 함께 골프를 친다. 전날 큰돈을 잃은 골드핑거는 다시 내기를 제안하며 본드도 이를 받아들인다. 골드핑거는 본드에게 속임수를 쓰며, 본드는 이를 역이용하여 골드핑거에게 이겨 다시 큰돈을 딴다.
본드와 골드핑거가 골프를 치는 장면이 재미있다. 이 영화가 제작된 때가 1964년이므로 지금으로부터 거의 60년 전이다. 골프용품도 지금과 많이 다르다. 본드와 골드핑거가 입은 골프복도 고색창연하지만 재미있는 것을 골프채이다. 드라이버의 헤드 크기가 지금의 3번 우드 정도이다. 이런 골프채로 골프를 치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 골프의 스윙 폼도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골드핑거의 차를 운전하면서 골드핑거를 밀접 경호하는 인물로서 오드잡이라는 동양인이 나오는데, 한국인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는 벙어리이지만 다부진 땅딸막한 체구에 괴력을 가지고 있다. 본드가 아무리 주먹으로 쳐도 끄덕도 하지 않는다. 항상 중절모를 쓰고 있는데, 모자를 벗어던지면 모자는 부메랑처럼 날아가 목표물을 자르고 되돌아온다.
골드핑거의 목적은 영국으로부터 금을 반출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국 연방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금을 폭파시켜 금의 공급을 크게 줄임으로써 그가 보유한 금값을 폭등시키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을 안 본드는 다시 골드핑거의 본부에 잠입하나, 도리어 잡히고 만다. 레이저 광선으로 본드를 반 토막으로 잘라 죽이려던 골드핑거는 생각을 바꾸어 연방은행의 금괴와 함께 본드를 폭파시키려 한다.
연방은행의 금 보관소는 미군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다. 골드핑거는 공중에서 수면약을 살포하여 도시 전체를 잠들게 한다. 골드핑거는 부하들을 이끌고 금괴 보관소에 들어가 시간폭탄을 장치한다. 그리고 폭발과 함께 본드도 죽도록 시간폭탄 옆에 본드를 결박하고 그들은 물러난다. 그러나 본드가 누구인가? 그렇게 간단히 죽을 본드는 아니다. 결박을 풀고 시간폭탄을 제거하려 한다. 이 모습을 본 오드잡이 본드에게 덤빈다. 본드와 오드잡 사이에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지만, 오드잡은 도저히 힘으로는 본드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본드는 전기를 이용하여 오드잡을 감전 시켜 죽인다. 그리고 본드는 시간폭탄을 해체하여 폭발을 방지한다.
본드는 도주하는 골드핑거를 추격한다. 골드핑거의 비행기에 올라탄 본드는 골드핑거와 육탄전을 벌인다. 둘이 싸우다가 비행기 유리창이 깨어지며, 심한 기압차이로 비행기 안의 공기가 빠져나간다. 이로 인해 골프핑거는 비행기 밖으로 날아가 버린다. 이번에도 본드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이 영화는 초기 007 시리즈 중에서 가장 히트를 친 작품이다. 전작인 <살인번호>와 <위기일발>도 적지 않은 인기를 얻었지만, 아무래도 영국에서 제작되어 영국을 무대로 하였기 때문에 영화의 큰 시장인 미국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그 주무대가 미국이 되면서 미국인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영화에서는 악당으로서 괴력을 지닌 한국인 오드잡이 등장한다. 이때부터 007 시리즈에서는 007의 적으로서 괴력을 가진 인물들이 종종 등장하였다.
우리가 영화나 소설을 보면 악당들은 항상 주인공을 잡아놓고는 그를 바로 죽이지 않고 즐기면서 죽이려 하다가 끝내는 주인공이 탈출하여 악당의 계획을 무산시킨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골드핑거가 본드를 잡은 후 처음 계획대로 레이저 광선으로 본드를 죽였으면 그의 계획은 멋지게 성공하였을 것이다. 괜히 멋을 낸다고 본드를 살려두고, 거기다가 연방 금보관소에 폭탄을 설치한 후 본드를 거기에 묶어두기까지 하였다. 연방 금보관소에서도 본드를 바로 죽였다면 그의 계획은 방해받지 않았을 것이다. 골드핑거가 영화나 소설을 조금이라도 즐겼다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